“장수가 능하고, 임금이 간섭하지 않아야 군이 전쟁에서 이긴다”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0.12.0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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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장관 출신 김장수 한나라당 의원 인터뷰 “자위권 행사와 교전규칙은 상관없다고 명문화되어 있어”

 

▲ 김장수 한나라당 의원은 “군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군인은 우선 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의 사무실에는 한 장의 사진이 걸려 있다. 2007년 10월 2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국방부장관으로서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하고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는 장면이다. 당시 그는 다른 한국측 수행원들과 달리 꼿꼿하게 선 채로 김위원장과 악수만 나눠 ‘꼿꼿 장수’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때부터 그는 ‘기개 있는 장군’의 표상이 되었다. 2008년 2월 정권 교체 때 참여정부 각료 중에 유일하게 연임설이 나돌기도 했다. 2008년 4월 총선을 앞두고는 여야 모두에게 끈질긴 구애를 받은 끝에 한나라당행을 택하면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명박 정부의 세 번째 총리감으로 하마평에 오르내린 바 있다. 4성 장군(육군 참모총장) 출신에 국방부장관을 역임한 김의원이 최근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한 우리 정부와 군의 대응에 대해 누구보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내가 여당 의원인데…”라며 부담스러워하면서도 결국 할 말을 하고야 마는 그를 보면, 아직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군인의 향취가 더 강하게 다가왔다. “장수가 능하고, 임금이 간섭하지 않으면 (군은) 이긴다”라며
<손자병법>의 문구를 인용한 것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12월1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김의원과 마주 앉았다.

최근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는데.

위에서 자꾸 교전규칙을 얘기하는데, 우선 우리가 교전규칙의 개념부터 정확히 따질 필요가 있다. 전면전 확대 등 전시에 적용하는 교전규칙은 따로 있다. 문제는 이번의 경우와 같은 평시 교전규칙이다. 지난 1994년 평시 작전 통제권을 우리가 환수해 온 상황에서 DMZ 관리, NLL 관리, 침투 도발, 국지 도발, 각종 남북 간의 군사적인 협상 회담 등등 평시의 상황은 이제 우리가 관리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평시 교전규칙에 대해 유엔사에서 정한 정전 시 교전규칙을 자꾸 들이대는데, 우리가 해석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설사 그것을 그대로 따른다고 해도 전제 조건으로 ‘자위권 행사와 관련해서는 교전규칙과는 상관없다’는 조항이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이번 연평도 포격은 자위권 행사와 관련된 것이다. 우리의 영토가 폭격당하고 민간인이 사망했다. 동종 화기에 동종의 양을 그대로 응사한다는 교전규칙을 들이댈 것이 아니라, 우리 민간인의 희생을 막는 자위권 차원에서 군은 대응했어야 했다. 군 수뇌부는 (적의 도발) 성격을 먼저 파악해서 그 순간 군에 정확한 지침을 내려줬어야 했다. 마침 그때 우리 공군 전력이 떴다. 뜬 이후로도 적이 더 도발을 해왔다면, 우리가 (공군 전력으로 북한의 폭격이 시작된) 원점지를 무력화시켰어야 했다. 이는 적의 날아오는 포탄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결코 과도한 자위권 행사가 아니다. 유엔 헌장을 봐도 그렇다. 그런데 왜 그 당시 군 수뇌부는 그런 결심을 못했단 말인가.

그렇게 될 경우 확전이 불가피해졌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확전이라는 말이 자꾸 나오는데, 적이 포격을 해 오는 그 지점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확전 개념이 아니다. 만약 우리 공군이 개머리 방사포 진지에 응사하면서, 이왕 공격하는 김에 개성 시가지나 사곶 해군기지까지 확대해서 공격을 퍼부으면 그것은 확전의 개념에 포함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자꾸 해석을 놓고 우리끼리 논란을 벌이고 있다. 

초기에 청와대에서 ‘확전이 안 되게 하라’라는 지침이 있었다는데, 그런 영향이 있지 않았겠나? 

나중에 대통령께서 확전이라는 말을 안 했다고 하지 않았나. 중간에서 전파하는 과정에서 ‘확전 방지’라는 말이 나왔다고. 아무튼 개념적인 말들일지라도 최고 통수권자와 관계된 그런 말들은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 군에게 지시할 때 ‘즉각 응징해라. 그러나 이렇게 이렇게 해라’라고 하는 것은 누가 봐도 전자가 아니라 후자가 더 강조되는 것이다. 군 지시에 그런 것은 있을 수 없다.

국민들은 이번 일을 겪으면서 과연 우리 군을 믿을 수 있을까 하며 불안해하는 듯하다.

군에 제일 필요한 것은 국민들의 신뢰 확보이고 지지인데, 그것은 바로 승전에서 나오는 것이다. 군 선배인 나로서도, 또 국민들로서도 군에게 행정적인 것을 원하지 않는다. 피아 간에 교전이 붙었을 경우 승리를 할 때, 군을 지지하고 성원하는 것이다. 승리를 위해서 군은 앞뒤를 가리지 말아야 한다. 군이 정치적 기회주의나, 형식적 물질주의에 빠지면 안 된다.

지금 우리 군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선 군인은 강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에 새롭게 국방부장관이 된 김관진 내정자를 중심으로 해서 흐트러진 군심을 결집해야 한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당부하고 싶다.

흐트러진 군심이라고 했는데,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여러 가지가 있지 않나. 천안함 피격 사건 때부터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했던 것, NLL 포격에 대응도 제대로 못한 것, 이번 연평도 포격에 이렇게 또 당한 것 등등. 군 출신 선배들인 우리도 창피해서 제대로 얼굴도 못 들고 다닐 판인데, 거기에 대해 (군 내부) 상하 간에 어떤 말이 없겠나. <손자병법>에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이라고 했다. ‘상관과 부하가 동일한 목표를 가지면 승리한다’라는 말이다. 또 ‘장능이군불어자승(將能而君不御者勝)’이라고 했다. ‘장수가 능하고, 임금이 간섭하지 않으면 이긴다’라는 것이다.

현 정부의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한다면?

내가 지금 여당 국회의원인데 뭐라고 하겠나.(웃음)

오늘날 군의 전력 약화가 과거 10년 정부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내가 지난 10년 정부에서 육군 참모총장과 국방부장관을 지냈고,  그때는 이른바 남북 화해 협력의 시대였다. 하지만 어쨌든 당시 군은 군대로 또 뚜렷한 목적의식과 책임 의식이 있기 때문에 화해 협력의 축과 군사 대결의 축, 양축을 동시에 최선을 다해서 유지하고자 애썼다.

군 내부의 불만도 있는 듯하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군을 너무 모른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 대통령이 꼭 군을 다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과거 이승만 전 대통령이 군을 잘 알았나, 김영삼 전 대통령이 군을 잘 알았나.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해준 최고 지도자이고 인사권자이기 때문에 인사를 통해서 자신의 부족한 면을 메우면 된다. 군 출신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경제를 잘 모르니까 경제 분야만큼은 전문가를 발탁하고 그를 가정 교사로 모시지 않았나.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군을 잘 모르면 군을 잘 아는 인사를 잘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실제 나의 군 경험을 봐도, 과거 전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군에서는 ‘군 출신이 대통령 되었으니까 좋아질 것’이라고 반겼지만 실제로는 군에 더 큰 희생을 강요했다. 군을 너무 잘 아니까. 반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군을 잘 모르니까, 오히려 우리 군의 요구를 많이 들어주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대통령은 군을 잘 모르는 쪽에 가까우므로, 군의 요구를 잘 들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이대통령은 또 보수 정권이니까…. 오랜만에 재등장한 보수 정권으로서 경제를 위해서 군에게 좀 더 희생을 강요하는 측면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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