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방어망 빈틈 없는가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0.12.0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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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이종현

북한의 연평도 공격 이후 한반도에 ‘불안의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이제 공공연히 ‘서울 공격’까지 암시하고 있다. 일본의 한 신문은 ‘북한이 12월 안에 경기도를 포격할 것’이라고 보도해 불안을 더욱 부추겼다. 만약 서울이 북한군의 포 공격을 받는다면 어떤 상황이 초래될 것인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한가. 북한의 ‘서울 공격설’ 진상과 함께 유사시 민간인들의 대피 방법과 가정에서의 대처 요령 등을 종합 점검했다.

한반도가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연평도를 포격한 북한은 공공연히 ‘서울 공격설’을 암시하고 있다. 지난 11월30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붙는 불에 키질하는 위험한 도발 소동’이라는 논평을 통해 ‘내외 호전광들이 다시 도발해 오면 주저없이 침략자들의 ‘아성’을 송두리째 들어내 전쟁의 근원을 깨끗이 청산할 것이다’라고 위협했다. 여기에서 ‘아성’은 수도를 말하는 것으로, 서울에 대한 공격을 뜻한다. 즉 ‘서울 불바다’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일본의 도쿄 신문은 북한 인민무력부 정찰총국 간부의 말을 인용해 12월 안에 경기도를 목표로 새로운 포격이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경기도 공격설’ 이후 ‘전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두 사람 이상이 모이면  ‘전쟁’을 화두로 올린다. 이미 북한의 포격으로 폐허가 된 연평도와 피난민의 행렬을 보았던 터라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는 클 수밖에 없다. 일부 시민들은 “피난 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불안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물론 북한이 전면전 위험성과 상당한 피해를 감수하면서 쉽게 서울이나 경기도를 공격할 것인가에 의문을 품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지금은 ‘만약 포탄이 서울이나 경기도에 떨어진다면…’이라는 상상이 전혀 엉뚱하게 들리지 않을 만큼 한반도의 불안정성이 커졌다.

 

 

만약 서울이 북한군의 포 공격을 받는다면 어떤 상황이 초래될 것인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보면 이렇다. 북한이 서울이나 경기도를 공격한다면 늦은 밤이나 새벽 시간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새벽 4시에 남침을 감행했다. 연평도의 경우 오후 시간을 택한 것은 ‘호국 훈련’ 상황임을 감안한 것이다. 북한은 남한이 호국 훈련을 통해 자국 영해에 포를 쏘았기 때문에 응징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서울이나 수도권 공격은 가장 짧은 시간 내에 최대의 피해를 주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이를 위해 1차적으로 미사일과 장사정포를 동원해 남한의 군사 전략 요충지와 지휘 체계, 공항, 항만, 방송국 등 주요 산업 시설에 무차별 포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서울과 수도권을 잇는 각종 가스관과 유류 저장시설, 전기·통신시설 등이 대부분 파괴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현재 평양 이남과 휴전선 지역 사이에 지상군 전력의 70%를 배치하고 있다. 특히 비무장지대(DMZ) 인근에 1백70mm 자주포 및 2백40mm 방사포 등 장사정포를 집중 배치해 두고 있다. 모두 서울과 수도권을 겨냥하고 있다. 북한이 서울에 포격을 가한다면 이곳에 배치된 장사정포를 이용할 것이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스커드 미사일은 사거리가 3백~5백km이다. 황해북도 신계 기지에서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서울까지는 3분30초, 수원까지는 4분10초, 강릉까지는 4분53초면 당도한다. 북한은 총 7백여 문의 장사정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3백30여 문이 DMZ 인근의 지하 갱도에 배치되어 있다. 자주포는 분당 2발, 방사포는 분당 40여 발이 발사된다.

지난 1994년 이른바 ‘1차 북한 핵 위기’ 당시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만든 전쟁 수행 시나리오에 따르면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을 선제 공격하면 개전 24시간 안에 수도권 인구 약 1백50만명(군인 20만명 포함)이 사상한다고 했다. 전쟁이 확전되면 개전 1주일 이내에 남북한 군인과 미군을 포함해 군 병력만 최소 100만명이 사망하고, 남한측 민간인 사상자는 약 5백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2004년 합동참모본부가 실시한 ‘남북 군사력 평가 연구’에서는 개전 하루 만에 군인과 민간인을 합쳐 사상자가 2백30여 만명 발생하는 것으로 나왔다. 10년 전보다 사상자가 80만명이나 늘어났다. 

이상의 가상 시나리오들은 핵과 생화학 공격을 배제한 것이다. 실제 핵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가 사용되면 상상을 초월하는 끔찍한 인명 피해가 생길 수 있다.

 

 

전시 상태 되면 미군에 작전통제권 넘어가

남한의 반격으로 인해 북한측 피해가 상당하거나 북한의 전략 요충지가 무력화된다면 대량살상무기(핵무기·생화학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핵무기를 포함해 화학무기 2천5백~5천t을 보유하고 있다. 생물무기로는 탄저균, 천연두, 콜레라 등 12종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만약 핵미사일이나 생화학무기가 탑재된 미사일이 발사되면 서울은 순식간에 ‘죽음의 도시’로 변하게 된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발간된 ‘한반도 전쟁 리포트’는 북한이 핵이나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랜드 연구소가 2004년에 낸 관련 보고서에서는 북한이 미사일에 탄저균이나 사린가스와 같은 화학 탄두를 장착해 공격하면 23만~9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즉, 핵이나 생화학무기가 사용되면 한반도의 ‘공멸’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북한의 서울 공격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직접 공격’과 ‘우회 공격’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상황에서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연평도의 경우처럼 언제든지 군과 민간인을 겨냥한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서울을 직접 공격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반면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전면전과 같은 자살 행위는 피할 것이다. (직접 포격보다는) 수도권 특정 지역에 피해를 주거나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는 그런 형태가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우리 군의 수도권 방어 태세는 어떨까. 전시나 전시에 준하는 상태가 되면 ‘작전통제권’은 미군에 넘어간다. 한·미 양국은 북한을 상대로 5026-30까지 5개 전쟁계획을 운용하고 있다. 이 중 ‘5026’은 유사시 수도권 방어를 위해 마련되어 있다. 전방 지역의 북한 장사정포를 타격해서 수도권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북한의 전쟁 능력을 억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중조기경보관제기(AWACS)와 대포병 레이더 시스템 등을 활용해 적 포병의 위치를 탐지한 후 자주포·방사포 및 공군력을 동원해 북한의 장사정포를 무기력화 시킨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하철역도 좋은 대피 시설”

▲ 21년 만에 전국 단위 화생방 대피 훈련으로 실시된 제379차 민방위 훈련이 열린 지난 6월15일 오후 서울 고속터미널역 9호선 대합실에서 지하철 직원들이 화생방경보 발령과 동시에 응급조치 등 화생방 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군의 작전 개념이 ‘방어’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북한이 장사정포 등을 이용해 서울을 집중 공격할 경우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만 하는 구조였다. 정부 당국은 북한의 연평 포격 도발 이후 공격적 개념으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현재 수도권에는 북한의 장사정포나 항공기 침투 등을 겨냥해 다연장 로켓포(MLRS)와 K-9 자주포, 지대공 미사일 ‘천마’, 대포병 탐지 레이더 등이 요소에 배치되어 있다. 김성전 국방정책연구소 소장은 “장사정포는 사실 크게 우려할 만한 것이 아니다. 우리 공군과 포병부대가 이틀 만에 제압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에 포탄이 떨어진다고 가정할 때 시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무조건 안전한 ‘대피소’를 찾는 것이 급선무이다. 국가재난정보센터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는 모두 8천9백41곳의 대피 시설이 있다. 서울시 인구의 2.7배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도심 곳곳에 있는 고층 건물이나 지하철 등이 유사시 대피 시설로 사용된다. 대피 시설은 대피소의 시설과 넓이 그리고 깊이에 따라 1~4등급으로 분류된다. 1등급은 핵 공격과 화생방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시설로, 자가 발전기와 통신·경보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청와대나 주요 군사 시설의 대피소가 여기에 속한다. 현재 서울과 인천에는 군사 시설을 제외하고 민간인이 이용할 수 있는 1등급 시설이 한 곳도 없다. 북한이 핵무기나 대량살상무기로 공격할 때에는 생존 확률이 그만큼 낮다는 것이다.

2등급은 고층 건물의 지하 2층 이하의 공간과 지하철역, 터널 등이다. 3등급은 지하상가와 지하차도(보도) 및 지하 주차장 등이고, 4등급은 안전성이 가장 취약한 곳으로 단독주택 등 소규모 1, 2층 건물의 지하층이다.

위기 관리 전문가들은 유사시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대피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핵 공격과 화생방 공격이 아닌 이상 지하철역처럼 안전한 곳이 없다는 것이다. 지하철역은 깊으면 깊을수록 안전하다. 환승역의 경우 지하 30m 이상 내려가기 때문에 그만큼 안전하다는 것이다. 또한, 지하철역은 선로가 탈출구 역할을 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만약 주변에 지하철역이 없거나 상황이 급박하다면 고층 건물이나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도 안전한 대피 시설로 꼽힌다.

박형주 경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대피 시설은 지하철역이다. 지하철 터널의 경우 20m 이하에 설치되어 있어서 이동을 해도 안전하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의 경우 격식 구조여서 포탄 공격을 받더라도 날아가지 않는다. 사무실 지하 주차장은 상대적으로 덜 안전하다. 운전 중이라면 산악 터널이 안전하지만, 지하차도는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북한 추가 도발은 서해 5도 겨냥한 ‘비대칭 공격’?

북한의 추가 도발이 예고되고 있다. ‘서울 공격설’ ‘경기도 공격설’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만약 서울이나 경기도 등 남한의 심장부를 공격한다면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은 국지전을 통해 남한 교란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도 북한의 국지전에 대응해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북한은 천안함 공격이나 연평도 포격 도발을 통해 국지전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천안함의 경우 아직도 공격 주체를 두고 남한 내부에서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연평도 사태에서는 남한의 방어와 공격 태세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때문에 북한은 김정은의 세습이 완전히 이루어질 때까지 소규모 국지전을 계속 벌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국지전을 벌인다면 주요 공격 목표는 서해 5도가 될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북방 한계선(NLL) 무효화 선언, 서해 5도 출입 함선 안전 미보장 선언 등을 통해 끊임없이 NLL 무력화를 시도했다. 자기들 나름으로 ‘공격 명분’을 쌓고 있다.

북한·군사 전문가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만약 북한이 국지전을 벌일 경우 그 형태는 비대칭 전력을 통한 서해 5도 포격이나 기습 상륙을 감행하는 방식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북한은 이미 오래전부터 남한에 대한 전력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비대칭 전력’을 집중 육성해왔다. 실제 비대칭 전력은 남한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미사일, 화학무기, 특수부대, 사이버부대, 잠수함(정) 등이 여기에 속한다.

만약 북한이 포 공격을 한다면 이번 연평도처럼 정해진 시간과 목표물에 일제히 포탄을 발사하는 ‘일제 타격(TOT)’ 방식이 될 것이다. 연평도나 우도 등에 대한 북한 특수부대의 기습 상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군이 보유하고 있는 공기 부양정은 30~50명의 완전 무장 병력을 싣고, 시속 80~90㎞ 속도로 남한 해안에 상륙할 수 있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사이버부대는 후계자인 김정은 휘하에 있다고 한다. 해외전략정보 태스크포스팀 네 개가 상시 감시 활동을 벌이며 감시, 감청과 해킹 등 광범위한 비밀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전의 특성상 국경이나 교전규칙이 없는 상황에서 언제든지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공격 지점을 숨길 수도 있어 효과적이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어떤 식으로든 명분을 만들어서 남한을 공격할 것이다. 특히 김정은의 후계 구도 때문에라도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해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 대북 확성기를 겨냥해 조준 포격 훈련을 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것의 연장선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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