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집게 타격’으로 핵시설부터 박살
  • 워싱턴·한면택│통신원 ()
  • 승인 2010.12.2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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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반도 국지전 가정한 ‘작계 5026’ 수립…체제 붕괴 염두에 둔 작계 5029·5030도 ‘눈길’

 

한반도에 긴장이 높아가면서 미국의 대한반도 전략도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군사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국은 어떻게 움직일까?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벌어졌을 때 펼칠 전쟁 계획으로 작계(OPLAN) 5027을 수립해 놓고 있다. <시사저널>은 지난 호(제1105호)에 이와 관련한 내용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이번 호에는 한반도에 국지전이 일어났을 경우를 가정한 작계 5026과 북한의 체제 붕괴에 대비하는 작계 5029, 그리고 아예 북한군을 미리 동요시켜 북한 정권의 내부 붕괴까지 유도하려는 내용으로 가장 공격적인 작계 5030 등 작계 5027을 제외한 미국의 대 한반도 작전 계획 내용을 완전 공개한다.

한반도에 국지전이 벌어질 경우 - 작계 5026

▲ 2004년 9월29일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북한 영변의 핵처리 시설. ⓒ연합뉴스

족집게 폭격 전략 = 작계 5026은 전면전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하면서 국지적인 폭격을 가하기 위한 미국의 한반도 전쟁 전략 가운데 하나이다. 지난 1993~94년 첫 번째 북한의 핵 위기 당시 클린턴 미국 행정부에서 실행 직전 단계까지 갔었던 적이 있다.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의 영변 핵시설 등을 정밀 폭격하기로 대통령 승인 명령까지 나왔으나 마지막 순간에 중단했다고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던 윌리엄 페리 전 장관이 공개한 바 있다.

이 전략의 핵심은 영변 재처리 시설을 비롯한 북한 핵시설을 이른바 족집게 폭격(surgical strike)하는 것이다. 동시에 북한의 반격을 저지하기 위해 북한 지휘부와 군사령부, 방공망, 북한군이 지하나 산악 지형에 구축해 놓은 주요 시설과 포대, 미사일 기지 등을 정밀 폭격한다는 것이다.

미 공군력 = 여기에 동원되는 미국의 군사력은 공군에서 F-15E 이글 전폭기, B-1B·B-52 장거리 폭격기, 전천후 전폭기인 F-117스텔스기, 최신예 B-2스텔스 장거리 폭격기 등이 주축을 이룬다. B-1B, B-52 장거리 폭격기는 괌에 사전 배치되며 F-117스텔스기는 미국 본토에 있는 49비행단에서 출동하거나 한국 군산 기지에 배치된다. 그리고 미국의 폭격은 대체로 최신예 B-2 스텔스 폭격기가 2~4대 정도 투입되어 가장 먼저 공격을 개시한다. 다만 F-117 스텔스기는 지난 2008년 퇴역해 최신예인 F-22 전투기로 대부분 대체되었다.

미국은 이들 전폭기들을 출격시켜 정밀 유도 폭탄과 JDAM(Joint Direct Attack Munition)으로 불리는 폭탄 세례를 퍼붓는다는 계획이다. 미군기들은 1대당 JDAM 폭탄을 F-15E 4발, B-52 18발, B-1B 24발씩 발사할 수 있다. 최신예 B-2 스텔스 폭격기는 1대당 2천 파운드짜리 JDAM 대형 폭탄 16발을 장착해 투하할 수 있다.

예행 연습 = 미국은 지난 2003년 3월 작계 5026에 따른 대북 족집게 폭격을 사실상 예행 연습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2003년 2월28일 미국은 B52H 장거리 폭격기 12대와 B-1B 장거리 폭격기 12대를 괌에 있는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했다. 괌 기지에서 출격하는 미국의 장거리 폭격기들은 북한 영공까지 쉬지 않고 날아가 폭탄 세례를 퍼부을 수 있다.

미국은 이어 2003년 3월10일에는 알래스카에 본거지를 둔 제11공군 제3 전투기 비행대대(Fighter Wing) 예하 제90 비행중대(Fighter Squadron) 소속 F-15E(이글 전투기) 24대와 공군 병력 8백명을 한국 오산 기지에 파견했다.

또 같은 해 3월14일에는 레이더에 감지당하지 않는 스텔스이자 날씨나 밤낮에 관계없이 작전이 가능한 전전후 F-117 전투기 여섯 대를 한국 군산에 배치했다. 군산에 배치되었던 F-117 스텔스기는 미국 서부인 뉴멕시코 주에 주둔 중인 제12공군 소속 제49 전투비행대대 소속이었다.

한국에는 미국의 제7공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오산에는 제51 전투비행대대가, 군산에는 제8 전투비행대대가 배속되어 있다. 주한 미 7공군은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제5공군과 알래스카의 11공군, 하와이의 13공군과 함께 태평양 공군사령부의 지휘를 받아 합동 작전을 펴고 있다.

▲ 한·미 연합 훈련이 시작된 2010년 7월25일 미 7함대 소속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 호가 60여 대의 항공기를 탑재하고 부산항을 떠나 작전 해역인 동해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북 폭격 타깃 = 미국이 작계 5026에 따라 북한의 핵시설과 군 시설을 정밀 폭격할 경우 어느 정도의 폭탄 세례를 퍼부을지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예행 연습을 감안할 때 미 공군력으로만 1천개 이상의 타깃을 동시에 타격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예행 연습에서 가장 먼저 폭격에 나서는 최신예 B-2 스텔스 폭격기는 보통 2~4대 정도가 동원되어 본토에서 논스톱으로 날아가 폭격하게 되는데, 1대당 JDAM 폭탄을 16개씩 투하할 수 있어 한 번에 폭탄 32~64개를 퍼붓는 것으로 정밀 폭격을 개시한다. 그리고 F-5E 이글 전투기는 1대당 폭탄 네 개를 탑재했다가 투하할 수 있기 때문에 4개x24대=96개의 JDAM 폭탄을 한꺼번에 쏟아붓게 된다. 그리고 F-117 스텔스 전투기는 6대가 2개씩 12개의 폭탄을 투하하게 된다. 

B-1B 장거리 폭격기는 1대당 24개의 폭탄을 탑재하므로 12대가 모두 2백88개의 타깃에 폭탄 세례를 퍼붓게 된다. B52H 장거리 폭격기는 1대당 18개를 사용하고 있어 12대가 모두 2백16개의 폭탄을 투하하고 외부 장착용까지 이용하면 최대 3백60개의 JDAM 폭탄으로 공격할 수 있게 된다. 이를 모두 합하면 예행 연습에 동원된 미 공군력만으로 한꺼번에 정밀 유도 폭탄 JDAM을 최소 6백12개에서 최대 7백56개까지 퍼부으려는 계획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에 주한 미 공군의 전투비행중대들이 F16 전투기를 출격시켜 1백92개의 폭탄을 투하할 수 있게 된다. 이를 모두 합하면 미국은 북한의 정밀 폭격에서 단번에 최소 8백개 내지 9백44개의 타깃을 공격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 해군력 = 미국은 작계 5026에서 미 공군력만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가공할 만한 미 해군력까지 사용하게 된다. 미군 태평양 사령부에서는 일본 요코스카에 기항하고 있는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 호(니미츠급 9만7천t, 항공기 90대)와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로 모항을 옮긴 항공모함 칼빈슨 호를 동원하게 된다.

우선 조지 워싱턴 호와 예하 순양함 2척, 구축함 5척, 잠수함 등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게 된다. 미 항공모함 전단이 공격에 나서면 항공모함에서만 4백기의 토마호크 등 초정밀 유도 미사일을 발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작계 5026에서는 비교적 단기간인 수일 안에 공격 준비를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작계 5026에는 전면전으로 비화될 것에 대비한 우발 사태 계획(Contingency Plan)으로 항공모함 2척 이상과 전함 15척, 기타 하와이 주둔 구축함, 비행단, 지상군 수개 연대 병력을 증파하도록 되어 있다.

 

 

북한의 체제 붕괴 대비 - 작계 5029

작계 5029는 북한의 체제 붕괴에 대비하는 작전 계획이다. 5029는 김영삼 정부 시절에 이미 마련하기로 한·미 간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콘셉트 계획(CONPLAN)을 작전 계획(OPLAN)으로 전환하려는 미군 계획을 노무현 정부가 잇따라 반대함에 따라 갈등만 빚은 채 진척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가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재추진되어 2009년에 완성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작계 5029는 구체적인 내용이 많이 공개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한 체제가 붕괴하면 발생할 수 있는 크게 다섯 가지의 우발 사태에 한·미 양국이 대처하는 조치들을 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 체제가 무너지면 북한 주민 2천3백만명 가운데 상당수가 물밀듯이 남한 쪽으로 쏟아져 들어올 것이 분명해 북한 난민의 대량 유입 사태를 관리하는 것이 핵심 과제이다. 이 임무는 특성상 한국이 주로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가장 신경을 쓰고 전담하려는 조치는 북한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제거이다. 미국은 북한에 핵무기 연구와 생산, 저장, 배치 등 핵시설이 10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북한 체제가 붕괴하면 미군이 즉각 북한 지역에 투입되어 북한 핵시설부터 확보하고 핵무기와 핵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에 돌입한다. 대량살상무기 제거 작업은 핵시설 확보, 수색, 무기 확인, 발견, 폐기 장소로 이전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의 제거는 미군들이 전담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군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합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 내 위험한 대량살상무기 중에서 생물무기와 화학무기의 제거 작업은 한국군이 맡게 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촉발될 수 있는 북한 군부의 쿠데타 등에 따른 내란 사태에는 한·미 양국 군이 합동 군사 작전으로 대처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작계 5029와 같은 한국의 계획은 충무계획이고, 중국도 비슷한 자체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 체제가 무너지면 중국이 개입하느냐, 아니면 미·중 양국의 사전 협의에 따라 한·미 양국만 개입하느냐가 판가름 나고 이는 통일 한국의 모습과 통일 한반도 정세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밖에도 작계 5029에는 북한이 남한 국민들을 납치해 인질극을 벌이는 우발 사태와 북한의 천재지변에 따른 체제 붕괴에도 대비하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 정권의 붕괴를 유도 - 작계 5030

▲ 미국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 호에서 전투기가 발진하는 모습. ⓒ연합뉴스

작계 5030은 북한 체제의 붕괴에 대비하는 5029와는 달리 미국이 공세적으로 북한 정권의 내부 붕괴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2003년 5월 말 도널드 럼스펠드 당시 미국 국방장관의 지시로 토머스 파고 당시 미 태평양 사령관과 펜타곤이 수립한 것으로 알려진 새로운 개념의 작계이다.

작계 5030은 전쟁 직전 단계에서 미국의 도발적인 북한 영공 근접 정찰 비행과 기습 기동 훈련 등 무력 시위로 북한군의 비축 군사 자원 고갈, 북한군의 동요나 반발을 유발시켜 김정일 정권의 내부 붕괴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 작계에서는 미군 정찰기 RC-135를 북한 영공에 근접 정찰 비행시킴으로써 북한 공군기들이 출격해 연료만 낭비하도록 유도하게 된다. 또 미군들이 사전에 통보하지 않고 기습적으로 1주일 정도 군사 훈련을 전격 실시함으로써 북한군이 벙커 안으로 숨어 들어가게 해 비축한 비상식량과 식수 등 군사 자원을 고갈시키게 만든다는 작전이다. 작계 5030에는 이와 함께 금융망 교란, 허위 정보 전파 작전 등도 전개하도록 되어 있다. 이런 공세적이고 도발적인 작전을 통해 북한군을 동요시키고 반발을 유발시켜 김정일 정권이 무너지도록 유도한다는 작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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