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도 소리없이 바쁘다
  • 조진범│영남일보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1.03.28 18: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직 만들기 등 ‘충성 경쟁’ 분주…일부는 박 전 대표에 의해 조직 결성 제지당하기도

 

▲ 지난해 한나라당 의총에서 친박계인 이한구 의원과 이정현 의원, 이성헌 의원, 유정복 의원(왼쪽부터)이 따로따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소리 없는 충성 경쟁이다.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움직임이 그렇다. 친박계의 한 인사는 “한마디로 정중동(靜中動)이다”라고 말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찍히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친박계의 한 인사는 ‘태양과의 거리’로 설명했다.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면 타 죽고, 너무 멀어지면 얼어 죽는다. 적당한 거리에 있어야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라는 논리이다. 친박계 의원 가운데는 내년 4월 총선에서 살아남으려면 ‘박근혜 사람’이라는 타이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의원이 많다.

실제 친박계 일부 의원들은 조직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이성헌 의원을 비롯해 조원진 의원, 서병수 최고위원, 강창희 전 의원, 정갑윤 의원, 이경재 의원 등이 앞장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영광 출신으로 서울 서대문구를 지역구로 둔 이성헌 의원은 서울과 호남을 맡아 뛰고 있고, 조원진 의원은 대구에서 ‘새나라복지 포럼’을 만들어 가동 중이다. 서병수 최고위원은 ‘포럼 부산비전’을 통해 친박계의 세 확산을 꾀하고 있다. 강창희 전 의원은 충청도, 정갑윤 의원은 울산, 이경재 의원은 인천에서 각각 조직 구성에 안간힘을 쏟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정 활동이나 잘하자” 내부 비판도 나와

일부 의원은 ‘조직 만들기’보다 박 전 대표에게 인정을 받는 데 더 신경을 쓰는 눈치이다. 최근 한 친박계 초선 의원은 호남 지역에서 박 전 대표의 외곽 조직을 띄우려다 박 전 대표로부터 제지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그냥 조직을 만들어 활동하면 되는데, 박 전 대표의 승인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 문제이다. 박 전 대표가 그 조직을 인정한다면 책임을 진다는 뜻인데, 나중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또 영남권의 한 중진 의원은 친박계 의원 모임을 만들려다 박 전 대표로부터 단칼에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는 “친박계에는 좌장이 없다”라며 ‘의원 조직’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의원들의 충성 경쟁은 지난해 말 이한구 의원이 참가한 ‘국가미래연구원’이 발족하면서 본격화되었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친박계 의원들의 ‘조직 만들기’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영남권의 한 재선 의원은 “조직이 차기 대선에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진짜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가슴속에 감추어진 표심이다. 국민의 대표로서 의정 활동을 잘해야 한다. 박 전 대표가 대권을 잡더라도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친박계를 이미 ‘신주류’와 ‘구주류’로 나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소장파’와 ‘원로 그룹’으로 구분하는 모습이다. 소장파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원로 그룹을 겨냥해 “박 전 대표가 참석하는 행사에 꼭 나타나 마치 병풍처럼 뒤에 서서 사진을 찍는다. 국민들이 그들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원로 그룹도 할 말이 많다. 원로 그룹의 한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대권을 잡을 경우 소장파만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가 국민들에게 있다. 소장파 일부 인사들이 오히려 박 전 대표의 주변에서 물러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