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대 무소속 ‘어지러운 대결’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1.04.0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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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 / 가상 대결 결과, 다자 구도로 가면 민노당 후보가 다른 후보 모두 눌러

 

▲ 왼쪽부터 김선동 후보, 구희승 후보, 조순용 후보. ⓒ뉴시스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다. 오는 4월27일 실시될 전남 순천시 재·보궐 선거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성이다. 이번 순천 재·보선에 뛰어든 예비 후보만 해도 민주당 박상철·안세찬·구희승·허신행·허상만·조순용, 민주노동당 김선동, 국민참여당 김선일, 무소속 김경재 등 모두 아홉 명이다. 4월1일 현재 모든 상황이 안갯속이다. 이 지역에서 절대 강세를 나타내는 민주당이 야권 연대를 명분으로 후보를 공천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시사저널>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민주당의 야권 연대 시험에 대한 순천 지역 유권자들의 반응은 찬반으로 팽팽하게 엇갈렸다. ‘민주당이 야권 연대를 위해 순천에서는 후보를 공천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 ‘야권 연대를 위한 희생적 결단으로 잘한 결정이다’라는 긍정적 답변이 42.8%로 나타난 반면, ‘지역 유권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잘못한 결정이다’라는 부정적 답변도 40.4%로 나타났다. 오차 범위 내의 차이이다.

당의 무공천 방침에 대해 민주당 소속 예비 후보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부분 탈당을 해서라도 출마하겠다는 생각이다. 구희승·조순용 예비 후보 등은 이미 무소속으로 출마할 계획을 밝혔다. ‘민주당 성향 무소속’ 주자들 간의 단일화 논의도 거론되고 있다. 이번 본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거기에는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아홉 명의 예비 후보 모두가 출마한다는 전제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가 16.3%로 선두를 달렸고, 구희승 민주당 예비 후보가 15.1%로 그 뒤를 이었다. 조순용 민주당 예비 후보는 9.7%로 3위였다. 그 뒤를 허상만 민주당 예비 후보(5.4%), 국민참여당 김선일 후보(4.7%), 안세찬 민주당 예비 후보(4.6%) 순으로 이었다. 선두 그룹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선거는 사실상 누가 이길지 점치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단 출마가 확실한 김선동 민주노동당 후보를 상수로 놓고 무소속 단일 후보와의 가상 맞대결 조사를 한 결과, 무소속 단일 후보의 경쟁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선동 후보와 구희승 후보의 맞대결 결과, 47.6% 대 31%로 구후보가 16.1%포인트 차로 앞섰다. 특히 투표 의향층에서도 구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49.1%인 것에 반해, 김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28.8%에 불과했다. 조순용 후보로 무소속 단일화가 되었을 경우에도 김선동 민주노동당 후보와의 맞대결에서 크게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후보가 49.9% 대 29.8%로 김후보를 압도했다. 역시 투표 의향층에서도 조후보가 50.8%, 김후보가 27.2%로 나타났다. 그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소속, 단일화 성공하면 ‘승산’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예비 후보들이 당을 나와서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단일화에 성공하면 민주노동당 후보와의 양자 대결 구도에서 승리가 예상된다. 하지만 단일화에 성공하지 못하고, 다자 대결 구도가 이루어지면 민주노동당 후보가 무소속 후보들을 제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는 무소속 주자들 가운데 과연 단일화가 가능할지 여부라 할 수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이와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전남 순천 시민들의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60.3%), 민주노동당(14%), 한나라당(4.4%) 순으로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또 ‘만일 무소속 후보들이 무소속 연대를 이루어 단일 후보를 내세울 경우 당선 가능성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49.3%가 ‘당선 가능성이 크다’라고 답했다. ‘당선 가능성과 별로 상관이 없다’라는 대답은 41.1%였다.

이에 대해 김능구 이윈컴대표는 “순천 시민들의 정서는 민주당이 야권 연대를 명분으로 내건 것에 대해서는 우호적 여론이 60% 정도로 많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인식이 민주노동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는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순천 사람들은 여전히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후보를 지지한다. 만약 순천 지역 유권자들이 이번에 전략적으로 민주당의 무공천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를 선택한다면 향후 야권 연대가 굉장한 힘을 받게 될 것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역풍도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민주당이 순천 지역에서 내세운 ‘야권 연대’ 명분이 실효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과연 얼마만큼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황인상 P&C 정책개발원 대표는 “민주당이 진정성을 갖고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이다. 지역민이 전략적으로 판단해서 야권 단일 후보에게 지지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무소속으로 나온 민주당 계열 후보를 더 지지했을 때, 결국 민주당이 진정성을 갖고 양보를 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유권자에게 단일화 명제만으로 누구를 지지하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런 점에서 순천은 인위적인 단일화의 한계를 보여준다. 앞으로도 야권 단일화가 세부적이고 정교하지 않으면 유권자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전략적 판단을 하도록 유권자를 설득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순천의 경우 유권자에 대한 설득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야권 연대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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