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력 잃은 ‘족집게’ 밥줄 끊기자 수법 전환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1.06.2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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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보’ 방식으로 이름 날린 신씨 ‘승승장구에서 몰락까지’

 

▲ 서울 종로구의 한 토익 학원에서 수강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해외 원정을 통해 토익 고득점을 맞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실시되는 토익 시험 응시자의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라고 할 정도이다. 해외 토익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국내보다 고득점을 얻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족집게’ 도우미가 있을 때 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신 아무개씨(일명 ‘신박사’)는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이다. 신씨는 2000년 중반부터 해외 토익 분야에 뛰어들었다. 그가 유명세를 탄 것은 90% 이상의 성공률이 있다고 알려지면서다.

신씨와 주요 거래 관계에 있던 해외 토익 유학원 홈페이지 게시판에 경험담을 올린 한 의뢰인은 ‘(신박사의 강의 자료) 확률이 90% 이상 육박한다. 신박사님의 강의 자료를 공부하고 나서 시험장에서 시험지를 봤을 때 입가에 저절로 생기는 미소가 아직도 기억난다’라고 적고 있다.

의뢰인들에 따르면 신씨는 일명 ‘족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은 토익 문제를 자체 출제하기보다는 한국 등에서 냈던 문제를 그대로 출제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상 문제 추출이 가능하다. 신씨는 이런 경향을 분석해 자기만의 ‘족보’(한국의 토익 시험이 끝나면 해외에서 답만 맞출 수 있는 키워드)를 만들었다.

신씨의 족보는 해외 원정 토익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그가 준 기출 문제의 답을 외우기만 하면 고득점이 가능했다. 물론 영어 실력과는 별개였다.

그러자 그의 명성이 해외 토익 쪽에 금방 퍼져나갔다. 처음에는 의뢰인 모집의 편의를 위해 토익 유학원과 동업했다. 유학원은 알선하는 역할을 맡고 일정 금액의 커미션을 받았다. 신씨는 맞춤식 보장형을 택했다. 의뢰인이 원하는 점수를 정해놓고, 그 점수를 맞지 않으면 비용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신씨는 “나는 족집게가 아니다. 문제 경향을 좀 알고 있을 뿐이다. 이젠 이런 일도 그만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신씨를 통해) 몇 명이나 시험을 보았느냐는 질문에 “말할 이유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주관사측이 문제 패턴 바꾼 후 효력 상실

의뢰인들에 따르면 유학원을 거칠 경우 보통 비용이 8백점은 3백만원, 9백점은 5백만원이다. 그런데 신박사와 직거래를 하면 8백점은 1백80만원, 9백점은 3백만원이다. 즉, 유학원에서 접수를 받고 돈을 받은 후 신씨에게 커미션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유학원과 신씨의 금액 차이가 유학원이 가져가는 커미션으로 볼 수 있다. 항공료와 체류비 100만원은 본인 부담이다.

그런데 신씨의 족보 방식에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해 11월이다. 신씨는 네 명(남자 3명, 여자 1명)의 의뢰인을 데리고 필리핀으로 갔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한국인들이 9백50점 이상을 받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시험 주관사측이 문제 패턴을 바꿨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신씨의 ‘족보 방식’은 효력을 상실했다. 더 이상 해외 원정 토익 장사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의뢰인 네 명이 낸 돈을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

이 가운데 박 아무개씨는 신씨와의 직거래를 통해 두 달 후 필리핀에서 다시 시험을 치렀으나 역시 실패했다. 그 뒤 신씨가 돈을 돌려주지 않자 아직까지 갈등을 빚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신씨는 “돈이 없어서 못 돌려주고 있을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당장 밥줄이 끊긴 신씨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11월 필리핀에 동행했던 한 의뢰인은 “고뇌 끝에 나온 산물이 헛기침 방식이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박 아무개씨가 제안했고, 신씨가 적극 나서면서 ‘부정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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