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정책 노선 바꿔야 한다”42.1%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1.11.2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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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대통합 되면 재집권 가능” 54%…“현 상태로도 집권할 수 있다”는 19.8%뿐

지난 11월22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선국가전략포럼에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발표를 하기 전에 박세일 한반도선진화포럼 이사장으로부터 자리를 안내받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변화의 길로 나서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 내 쇄신파로 분류되는 한 핵심 의원의 말이다. 그는 “그동안 말만 화려한 정치를 했지, 서민을 위한 정책을 제대로 실현한 것이 무엇이 있느냐. 당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정부도 함께 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이 ‘쇄신 작업’에 착수했다. 한·미 FTA 처리 문제로 잠시 주춤했던 논의가 11월29일 연찬회를 시작으로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홍준표 대표는 “끝장 토론을 통해 쇄신 방향을 정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소속 의원 및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쇄신안에 대한 구상을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변화가 불가피하다’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기류는 당을 떠받치고 있는 대의원들 사이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당의 노선과 정책에서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 지금 상태로는 집권이 어렵다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한나라당의 변화·쇄신 요구와 관련해 어떤 수준의 변화를 지지하는가’라는 물음에 ‘당 정책 노선을 바꿔야 한다’라는 답변이 42.1%로 가장 많았다. ‘당 외부의 보수 세력과 대통합해야 한다’가 22.9%로 2위, ‘현 지도부를 교체해야 한다’가 15.4%로 3위에 올랐다. ‘지금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라며 변화를 거부한 목소리는 7.6%에 그쳤다. 어떤 식으로든 변화와 쇄신이 요구된다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당명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은 5.9%에 불과했다. 당 이름을 바꾸는 것과 같은 이벤트식으로는 현 상황을 헤쳐갈 수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쇄신파로 분류되는 권영진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당명만 바꾸는 겉치레 변화가 아니라 당의 색깔과 체질 성격 등 내용 자체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대의원들의 변화 요구는 옳다. 당의 정책 노선을 바꿔야 한다는 대의원들의 목소리는 결코 소극적인 변화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금 한나라당의 홍준표 대표 체제를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지지한다’라는 응답이 60.3%, ‘지지하지 않는다’라는 응답이 22.5%를 차지했다. 향후 당의 변화와 쇄신을 주도해나가기에는 지지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분석과 계파별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에서 이 정도 지지도면 무난하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홍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당내 의견이 있지만 다수를 차지하지는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대안 부재이다. 계파 대결 구도에서 비교적 중립적인 홍대표가 그만 두고 나면 누가 그 자리에 앉더라도 분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홍대표가 사퇴하면 당장 친박계의 유승민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하게 되는데 이 경우 친이계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는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으로서 홍대표 체제에 대한 일종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대통령 탈당, “안 된다”가 56.9%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집권 말기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탈당해서는 안 된다’라는 응답이 56.9%를 차지했다. 하지만 ‘탈당해야 한다’라는 응답도 29.3%로 나타나 이대통령에 대한 여당 내의 반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세대별로 다소 차이를 보였다. 20대 청년층에서 탈당 응답이 41.2%로 평균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났다. 30~40대에서는 31%를 조금 넘겼고, 50대 이상에서는 28.1%로 평균보다 다소 낮게 나왔다. 한나라당의 경우 대의원 분포가 50대 이상에 몰려 있다 보니 20~30대 대의원 표본은 상대적으로 적다. 전체 대의원 여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당면한 과제 중 하나가 젊은 층의 표심을 얻는 데 있다면 소홀히 할 수 없는 결과이다.

또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친박계가 당내에서 ‘주류’로 등장했지만 ‘당심’까지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탈당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이 나온 것은 이대통령에 대한 국민 여론과는 다소 괴리가 있어 보인다. 이는 친박계가 아직까지 당에 뿌리를 완전히 내리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재집권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하는가’라는 질문에 ‘보수 대통합이 되면 집권할 수 있다’라는 응답이 54.0%로 가장 많았다. 반면 ‘현 상태로도 재집권할 수 있다’라는 응답은 19.8%에 불과했다. 아예 ‘집권하기 어렵다’라는 응답도 17.3%가 나왔다. 전반적으로 한나라당 대의원들은 보수 대통합 등 변화가 있어야 재집권이 가능하지, 현재의 한나라당으로서는 재집권이 힘들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도 지역별로 다소 차이가 있다. ‘현 상태로도 재집권할 수 있다’라는 응답은 충청(28.7%)과 대구·경북(25.9%)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한나라당 세가 강한 곳이다. 반면 대의원 수가 가장 많은 인천·경기(16.5%)와 서울(18.1%)에서 평균보다 낮게 나타났다. 여야 대결 구도가 치열한 수도권에서 한나라당 대의원들의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본격적인 정치 시즌을 겨냥해 ‘새판 짜기’가 시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당 출현이 대표적인 시나리오이다. 그 중심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있다. <시사저널>이 지난주에 앞서서 민주당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이 출범하면 참여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있다’라는 응답이 35.3%에 이르렀다. 부산을 비롯한 인천·대전·울산 등 대도시에서는 ‘있다’라는 응답이 ‘없다’보다 오히려 더 많게 나타났다(제1153호 커버스토리 참조).

이번에는 한나라당 대의원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해보았다. 그런데 응답자 중 8.6%만이 ‘참여하겠다’라고 대답했다. 반면 ‘참여하지 않겠다’라는 응답이 80.9%에 달했다. 이는 안원장이 지난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반한나라당’ 입장을 명확히 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대의원들에게 안원장은 선거에서 대결해야 할 반대 진영의 야권 인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서도 세대에 따라 차이를 보인 점은 주목된다. 20대에서는 ‘참여하겠다’라는 응답이 23.5%에 이른다. 30대의 경우 14.8%였고, 40대 9.2%, 50대 이상 7.5%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안철수 신당’과 별개로 신당 창당 작업이 진행 중인 가칭 ‘K-party’(K당)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주축이 되어 12월 중에 창당준비위를 발족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세대, 이념, 계층, 지역, 분단을 뛰어넘는 ‘대중도 통합 신당’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K당이 기존 한나라당 지지층을 파고들 수 있을지 여부도 내년 선거 정국의 변수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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