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도스 핵심인물 강해진 "사건 전 문화부장관과 약속도 잡혀 있었다"
  • 조해수·이규대 기자 ()
  • 승인 2012.05.06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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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10·26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으로 수감 중인 핵심 인물 강해진씨 옥중 진술 확보

‘10·26 디도스 공격’ 사건이 일어난 지 1백90일이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윗선’의 실체와 범행 동기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검찰은 지난 1월6일 디도스 공격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윗선을 밝히는 것은 신의 영역이다”라고까지 말했다. 10·26 디도스 공격 사건은 지난해 10월26일 서울시장 보궐 선거 투표일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와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후보의 홈페이지(원순닷컴)가 디도스(DDoS; 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을 받아 다운된 사건을 말한다. 수사 결과에 따라 엄청난 정치적 파장이 불가피한 탓에, 현재 이 사건은 특검으로 넘어가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출범한 지 한 달이 넘도록 ‘디도스 특검’에서도 아직 이렇다 할 진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사저널>은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현재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 중인 강해진씨(26)의 새로운 진술을 확보했다. 강씨는 이번 디도스 사건의 주범인 공현민씨(27, 구속)의 지시를 받아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ㄱ커뮤니케이션스’의 대표이다. 공씨는 최구식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였던 인물이다. 두 사람은 고향(경남 진주) 선후배 사이로, 지난해 8월께 처음 만나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시사저널>은 김성호 목사(56)를 통해 강씨의 진술을 먼저 확보했다. 김목사는 강씨의 사무실과 한 건물을 사용한 인연으로 디도스 사건 이후 강씨의 ‘후견’ 역할을 자처해오고 있다. 실제 그는 구치소에 수감 중인 강씨를 수차례 접견하며, 개인적으로 이 사건을 추적해 검·경이 확보하지 못한 공씨의 USB를 확보하기도 했다. 특검팀에서도 김목사에게 몇 차례 수사 협조를 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은 이후 강씨의 진술 내용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지난 5월2일 김목사와 함께 서울 구치소를 찾았다. 현재 모든 혐의점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는 공씨에 비해, 강씨는 뜻하지 않게 이번 사건에 연루된 억울함을 호소하며 진실을 모두 밝히겠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강씨는 “원래는 온라인 도박 사이트 합법화 작업을 추진하던 도중 공씨를 만났다”라며, 일을 원활하게 진행할 목적으로 공씨의 요구에 따라 디도스 공격을 도와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목사는 “평소 건강한 체질이었던 강씨가 이번 사건의 충격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호소하고 있다”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다음은 현재 수감 중인 강씨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청와대에서 수사관 급파했다는 얘기 들어”

공현민씨와 만난 것은 디도스 공격을 위해서였나?

지난 4월26일 과 만난 김성호 목사가 디도스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아니다. 공씨의 친구인 차 아무개씨(28·ㄱ커뮤니케이션스 감사, 구속)가 “온라인 도박 사이트의 합법화를 도와줄 수 있다”라며 그를 (내게) 소개했다. 공씨는 (내게) 온라인 카지노 합법화 계획에 대해 말하며, 만나야 되는 사람이 누군지에 대해서 설명했다. (내게)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씨와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함께 운영하기도 했던 이 아무개씨는 검찰 조사에서 “(강씨가) 진주의 3선 국회의원이 자신들이 운영하는 스포츠 토토 도박 사이트를 합법화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준다고 주위 사람들한테 이야기하고 다녔다”라고 증언한 바 있다. 또한 김목사가 발견한 공씨의 USB에는 온라인 도박 사이트 합법화를 위한 다양한 기획안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로비 방법이 기록되어 있다.)

10월26일 이전에 디도스 공격에 대해서 공씨와 협의했었나?

8월 말, 9월 초쯤에 공씨가 내게 “디도스 공격을 잘하느냐”라고 물은 적이 있다. 두 번째 만난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디도스 공격은) 늘 하는 일이다. 잘한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김목사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해 8월26일 사임했다. 이번 디도스 공격은 오시장 사임 직후부터 계획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공씨가 누구를 소개해준 적이 있나?

9월 초쯤 공씨가 (내게) “문화부(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곧 바뀔 것 같다. 바뀌기 전에 문화부장관과 사감위 위원들을 만나보자. 일주일 뒤로 약속 날짜를 잡았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누구를 거쳐서 약속을 잡은 것 같았다. 내가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 준비가 다 된 뒤에 만났으면 좋겠다”라고 약속을 미루었다.

(이에 대해 김목사는 “이 진술은 강씨가 특검 심문 과정에서 특검보에게도 다 진술한 내용이다”라고 설명했다.)

10·26 당일 공씨가 디도스 공격을 지시하며 말했다는 ‘이름 세 글자만 들어도 알 만한 사람’은 누구인가?

공씨는 (내게) 정확히 “이름 세 글자만 들어도 알 만한 사람의 ‘부탁’이다”라고만 말했다. 당시 공씨에게 그 사람이 누군지 물어본 적은 없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검찰 수사 기록을 보면, 강씨와  ㄱ커뮤니케이션스 직원들이 이에 대해 서로 대화한 내용이 나온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름 세 글자만 들어도 알 만한 사람이라는 게 누굴까”(강씨) “최구식이겠지”(직원 김 아무개씨(27, 구속)) “최의원이라면 최구식이라고 말했겠지, 이름 세 글자만 들어도 알 만한 사람이라고 했겠냐. 아마 나경원이나 박근혜나 억수로 유명한 사람이 아니겠냐”(강씨).>  또한 차씨가 검찰 조사에서 “지난해 10월25일 18:30~20:00경쯤에 공현민과 몇 차례 통화를 하고 있던 중, 공현민이 ‘(선관위 디도스 공격이 가능한지 물은 후) 고마 잘되모 나경원 보좌진하고 친분 관계도 좀 좋아지고, 뭐 만들어볼 수도 있는 거고’라고 말했다”라고 진술한 기록도 있다.)

공씨가 말한 내용 가운데 이른바 ‘윗선’과 관련된 것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

10월26일 당일 오전에 공씨가 내게 전화해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도움이 되었으니까, 다운 확인만 시켜줘도 공로는 인정받을 수 있다. 우리들 하는 일에 (윗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사건의 경찰 수사 당시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는데.

10월26일 오후에 공씨가 (내게) “청와대에서 수사관 2명이 급파되었다고 하더라. 몸조심해라”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 공씨가 ‘청와대’라고 말한 것이 확실한가?

정확히 ‘청와대’라고 들었다.

(이와 관련해 김목사는 “공씨가 친구 안 아무개씨에게 ‘11월 말이면 ㄱ커뮤니케이션스 사람들이 잡혀들어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지난해 12월1일) 체포되기 2~3일 전에 안씨 등에게 ‘내가 한 것이 아닌데 독박 쓰게 생겼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점으로 보았을 때 공씨가 수사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 것으로 의심된다”라고 지적했다.)

공씨측과 금품을 거래한 사실은 없는가?

지난해 11월 초에 공씨가 “의원님을 모실 때 필요한 차가 있어야 한다”라고 해서 내가 그랜드 카니발 하이리무진을 빌려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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