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철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 김지영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2.12.1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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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S 회장, “이사회 의사록 위조” 주장하며 다시 반격

이국철 회장은 12월11일 기자 회견을 갖고 SLS 이사회 의사록이 위조된 정황을 설명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다시’ 포문을 열었다. 2011년 9월21일, <시사저널>은 ‘이국철 SLS 회장,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거액의 금품 줬다’라는 첫 보도를 내보낸 바 있다.

이후 파장은 거세게 일었다. 신 전 차관뿐 아니라 이상득 전 의원의 박배수 보좌관 등이 줄줄이 구속되었다. 하지만 이회장이 정작 파헤치고자 했던 ‘SLS그룹의 워크아웃 미스터리’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검찰은 이회장을 신 전 차관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구속시켰다.

그런데 서울고법은 이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대신 직권으로 보석 심리를 진행한 뒤 지난 11월30일 그를 석방했다. ‘자유의 몸’이 되자마자 이회장은 ‘SLS 워크아웃 사태’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12월11일 오후 2시,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SLS조선이 워크아웃 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의사록이 위조되었고, 그 증거도 확보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수감되면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검찰이 나에 대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법원에 제출한 증거 자료 중에 SLS조선의 워크아웃이 불법이고, 무효라는 사실을 밝혀낼 수 있는 자료가 나온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회장측이 입수한 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2월17일 경남 통영시와 창원시에서 SLS조선과 SLS중공업의 이사회가 동시에 개최되었다. 이날 열린 두 개의 이사회에는 이회장과 김덕중 SLS중공업 대표이사가 함께 출석했으며, 모두 오후 1시에 폐회한 것으로 의사록에는 명시되어 있다.

이날 통영시에 위치한 SLS조선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에는 이국철 회장, 김덕중 대표, 김 아무개 이사 등 세 명이 참석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또한 창원시에 있는 SLS중공업 이사회에도 이국철회장, 김덕중 대표, 배 아무개 이사 등 세 명이 출석한 것으로 되어 있다.

SLS조선 이사회 의안은 ①워크아웃 추진 관련 확약서 승인 ②경영 관리단의 수용 등이었다. SLS중공업은 ①SLS중공업이 보유한 SLS조선 주식 담보 제공 ②SLS조선 주식 의결권 위임 ③주식 처분 권한 등의 수여 ④구상권 포기 및 SLS조선의 감자에 대한 동의 등이었다.

SLS중공업은 SLS조선의 대주주로서 주식의 90%를 보유하고 있고, SLS조선의 모든 채무를 보증하고 있다. 한마디로, SLS조선과 SLS중공업의 사활이 걸린 중차대한 이사회였다. 특히 SLS조선의 워크아웃을 진행하는데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절차였다.

문제는 당시 이사회에 참석한 것으로 의사록에 기록되어 있는 이사진 가운데 이회장과 김대표 두 명이 “그날 어떠한 이사회에도 참석한 사실이 없으며, 이사회가 열렸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국철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발송한 탄원서와 자료들.
“SLS 이사회는 열리지도 않았다”

이회장은 “의사록에는 나와 김대표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차량으로 한 시간 이상 이동 거리에 있는 통영과 창원에서 동시에 이사회에 출석해 의결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는 시간상으로도 전혀 불가능한 일이다. 당시 이사회는 개최되지 않았다. 설사 개최되었다 해도 정족수 미달로 무효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사회 의사록이 위조되었다는 정황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우선 SLS조선 이사회 의사록을 들여다보자. 의사록 오른쪽 상단에는 이여철 SLS 대표이사의 기명 날인이 있다. 이여철 대표는 이국철 회장의 형이다. 이대표의 기명 날인을 보면, 이대표가 직접 기명 날인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이대표가 기명 날인한 것이 아니다. 이국철 회장은 “당시 이여철 대표는 횡령 등의 혐의로 창원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상태였으며, 이사회와 관련해 어느 누구에게도 위임했던 사실이 없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회의록 하단에 찍힌 SLS조선 대표이사 인장도 이대표가 날인하거나 위임한 것이 아닌 셈이다.

또한 의사록 왼쪽 상단에는 ‘출석 이사 : 총 5명 중 3명 출석’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하지만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당시 SLS조선의 이사는 이여철, 이국철, 김덕중, 김 아무개씨 4명이다. 이 가운데 이국철 회장, 김덕중 대표, 김 아무개 이사 등 세 명이 참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회장과 김덕중 대표는 이날 이사회 개최 사실을 전혀 몰랐으며, 참석한 적도 없다. 뿐만 아니라, 이날 의사록에 기명 날인된 인장도 이회장 등 세 사람이 사용했던 인장이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SLS중공업 이사회 의사록 역시 위조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이사회 의사록에는 당시 이사회 의장이었던 김덕중 대표가 이사회를 진행한 것으로 되어 있으며, 이국철 회장, 김 아무개 이사 등이 참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김대표는 “이사회를 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대표의 인장이 날인되어 있지만, SLS중공업의 ‘법인 인감 관리 대장’에 따르면, 2009년 12월17일 이사회 의사록에 법인 인감을 사용했다는 기록도 없다. 

청와대에 2천3백여 쪽 탄원서 제출

SLS조선 이사회와 마찬가지로, 의사록에는 ‘출석 이사 : 총 4명 중 3명 출석’이라고 기재되어 있지만, 김대표와 이회장 등은 참석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SLS중공업 김덕중 대표의 법정 증언이 주목된다. 김대표는 이회장의 재판 당시 서울중앙지법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렇게 증언했다. “이사회를 개최한 기억이 없다. 이사회 의사록 자체를 처음 본다. 이사회를 열지 않았다. 의사록에 대표이사로 인장을 날인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이사회 의사록이 위조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대목들이다. 이회장은 “산업은행 담당자나 SLS조선·SLS중공업 관계자들이 위법한 워크아웃 절차를 강행하기 위해 이사회 의사록을 위조해 이를 행사했다”라고 주장했다.

이회장은 석방되기 하루 전인 지난 11월29일 무려 2천3백여 쪽에 달하는 탄원서와 증거 자료들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내용 증명으로 발송했다. SLS그룹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달라는 요구였다. 하지만 12월14일 현재까지 청와대에서는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이회장은 “도대체 SLS그룹에 무엇이 있기에, 대한민국의 권력기관들이 똘똘 뭉쳐서 진실을 은폐했는지 밝히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앞으로도 기자회견을 열어 이대통령에게 보낸 탄원서 자료를 하나씩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국철의 전쟁’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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