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매각 둘러싼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2.12.3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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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만난 사람│우석훈 교수

ⓒ 연합뉴스
‘설마 <모피아>(김영사 펴냄)가 대선을 겨냥해 나온 것은 아니겠지?’ 2012년 11월 <88만원 세대>의 저자이자 경제학자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가 이 책을 펴냈을 때 일각에서는 그렇게 의심했다. 이 책이 좀 엉뚱하게도 장편소설이라는 것도 화제가 되었다.

이 소설은 2014년을 배경으로, ‘경제 민주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새롭게 정권을 창출한 ‘시민의 정부’가, 속칭 ‘모피아’라 불리는 재정경제부 출신 인사들이 기획한 ‘경제 쿠데타’로 인해 국권을 찬탈당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이다.

우교수는 소설을 쓰기 전 이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만들어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을 심산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파헤친 다큐멘터리 영화 <인사이드 잡>을 염두에 두었다는 것이다. 우교수는 “처음 작업을 시작할 때에는 ‘론스타 포’라는 가제로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공무원들의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법정 드라마 형태나 리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가게 될 위험이 있어서, 결국은 판타지 장르를 선택해 일종의 가상 소설 형태가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우교수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독특한 시각에서 지적해 젊은이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한·미 FTA(자유 무역 협정) 비준에 항의해 삭발을 하기도 했고, 지난 대선 때 방송인 김미화씨와 투표 독려 캠페인을 벌이고,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자리에 나서기도 했다. 대선에서 자신이 원했던 후보가 당선되지 못했지만 우교수는 ‘모피아’와의 한판 승부를 계속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독자들도 소설가가 쓴 소설이 아니니 소설적인 잣대로 평가하지 않을 듯하다. 다음 정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도, 우교수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정말 소설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 들기도 할 것이다. 경제 정의가 살아나 노동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젊은이들에게 가혹한 현실만이라도 개선된다면, 이런 소설일랑 읽다가 재미없어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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