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피로 물들이는 IS-알카에다 잔혹성 경쟁
  • 김원식│미국 통신원 ()
  • 승인 2015.02.03 13:4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빈 라덴 적통 확보 위한 무차별적 글로벌 테러

원래는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끌던 ‘알카에다’가 가장 유명했다.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세계적 유명세를 탔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한 중동 지역은 물론이고 인도네시아까지 전 세계 주요 국가에는 알카에다의 지부가 프랜차이즈처럼 형성돼 있었다. 그런데 그 위세를 점점 잃기 시작했다. 세계의 조명이 이슬람국가(IS)로 향했기 때문이다. 세상의 관심에서 멀어진 알카에다는 최근 발생한 프랑스 파리의 주간지 테러 사건을 자신들이 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예멘에 근거를 둔 알카에다 지부인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AGAP)’가 자행했다고 공표했다. 이를 두고 언론들은 “쇠퇴해가는 알카에다가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벌인 행동이었다”고 분석한다.

“내분으로 약해질 것” 방심한 서방

IS의 최고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는 원래 알카에다의 이라크 지부 격인 ‘이라크·이슬람국가(ISI)’를 지휘했던 전력이 있다. 일종의 프랜차이즈 지점장 역할이었던 셈이다. 당시에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2013년 4월13일 육성 비디오를 통해 시리아에 있는 이슬람 무장 세력인 누스라전선과 자신들의 조직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이렇게 탄생한 ‘이라크·레반트이슬람국가’(ISIL)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 타도를 목표로 무장운동을 전개해나갔다. 오사마 알 빈 라덴 사후 알카에다를 지휘하던 아이만 자와히리는 알 바그다디에게 “이라크에만 집중하라”며 독립 체제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알 바그다디는 즉각 반박 성명을 냈다. “이라크와 시리아를 구분하는 것은 제국주의 세력의 책동”이라며 알카에다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존 알카에다 독점 체제가 깨지는 신호탄이었다.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왼쪽)의 IS, 아이만 알 자와히리의 알카에다 간 경쟁이 테러의 위협을 키우고 있다. ⓒEPA연합
여기까지는 미국 등 서방 국가가 은근히 바라고 유도했던 일이다. 미국은 내심 ‘중동 지역에서 철수하면 알카에다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 무장 세력이 다시 발호하기보다 내부에서 여러 계파로 분열될 것이고 오히려 관리하기 쉬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기존 독점 세력인 알카에다에 대응하는 신생 세력인 ISIL이 내부 투쟁을 전개하면 이슬람 무장 세력들이 자연스레 사분오열될 것이라는 안일한 전망이 자리 잡았다.

그런데 상황은 급변했다. 알 바그다디는 시리아의 누스라전선과의 통합을 발표한 직후 누스라전선이 차지하고 있던 시리아의 라카를 점령하고 통치했다.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른 철저한 통치를 공식화하며 수니파 근본주의 세력들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다수를 차지하던 수니파 부족들은 알 바그다디 편에 섰다. 찻잔 속 반란으로 치부했던 알카에다 본부는 알 바그다디의 지역 기반이 확고해지고 조직이 성장해가자 뒤늦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할 수 있는 게 고작 ‘파문’ 선언밖에 없었다. 지난해 2월3일 알카에다는 ISIL을 파문했지만, 알 바그다디는 기다렸다는 듯이 “알카에다가 성전(지하드)에서 이탈했다”며 오히려 완전한 독립을 선언했다.

ISIL이 급성장하는 데 다소 우려감을 갖고 있던 서방 국가들은 그래도 알카에다에 대항하는 세력이 나타났으니 내부 분열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데 상황이 요상하게 흘러갔다. 불과 몇 해 전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새끼 호랑이가 지난해 6월5일 이라크 중부의 사마라를 공격하며 이빨을 드러냈고, 불과 5일 후인 6월10일에는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모술을 점령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그리고 6월29일, 알 바그다디는 이슬람국가(IS) 창설을 선포하면서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 점령을 약속했다.

알카에다의 지도력이 의심받자 지역 조직들은 하나둘 IS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알카에다 북아프리카 지부(AQIM)에서 이탈한 무장 대원들은 지하드(성전) 단체 웹사이트에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IS에 충성을 맹세한다”고 밝히며 IS에 합류했다. 빈 라덴 사후 새로운 지도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고, 그들은 IS가 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알카에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빈 라덴의 바통을 정식으로 이어받은 알카에다의 현 지도자인 자와히리에게 충성을 맹세한 대표적인 곳이 예멘 지부(AQAP)였다. 이들은 프랑스 언론사 테러를 감행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하려 했다. IS와의 경합 구도 속에서 약세를 만회하기 위해 알카에다가 선명성·폭력성·극단성 경쟁에 나섰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IS의 일본인 인질 사건 역시 이런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일단은 아베 총리가 중동 순방 중에 “IS 방지를 위해 2억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있지만, 알카에다의 프랑스 테러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일본인 인질을 이용해 사지다 알리샤위를 석방시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여성 지하디스트인 알리샤위는 극단주의 세력의 상징으로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인물이다.

“일본인 인질 사건도 양측 선명성 경쟁 탓”

미국 랜드연구소의 테러 연구가인 세스 존스 연구원은 자신의 논문에서 알카에다와 IS의 대립이 국제 테러 위협을 악화시켰다고 기술했다. 그는 “양 집단은 서로가 목표로 하는 이슬람 국가의 크기와 이슬람 국가 실현을 위한 접근 방법, 멀리 있는 적과 가까이 있는 적 중 어느 것을 우선하는지 등에서 다른 점이 있다고 하지만 협상이나 중재보다 샤리아에 의한 엄격한 이슬람 국가 수립을 일방적으로 목표로 하는 점에서 같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구심력이 떨어진 알카에다 대신 과격화된 조직이 탄생하는 것은 다른 극단주의 세력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존스 연구원의 주장은 아프리카에서 증명되고 있다. 빈 라덴의 적자라고 서로 주장하고 있는 알카에다와 IS의 경쟁은 아프리카에서 또 다른 화약고를 만들었다. 나이지리아 북동부에서 활동하며 소녀 200명을 학교에서 납치하고 마을 주민을 학살하는 등 잔악함으로 악명 높은 보코하람의 지도자 아부바카르 셰카우는 IS를 의식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보코하람이 점령한 지역에 ‘칼리프 국가’를 선포하며 IS 따라잡기에 나섰다. 알카에다-IS의 경쟁이 낳은 또 다른 위험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