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한국 와서 더 독해졌다
  • 김지영 기자 (abc@sisapress.com)
  • 승인 2015.06.2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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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병 한 달째 깨지는 통설들…‘슈퍼 코르스’ 등장 우려

“메르스(MERS)가 아니라 코르스(KORS)다?” 일반적으로 메르스는 박쥐가 낙타에 바이러스를 옮긴 후 그 낙타와 접촉한 인간이 감염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낙타가 한국보다 훨씬 많은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감염자가 보고되지 않는 반면, 한국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대규모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 6월19일 현재 메르스로 확진된 사람이 166명으로 아랍에미리트(77명)를 제치고 전 세계 2위로 올라섰다. 현재까지는 사우디아라비아(1029명)가 압도적 1위다. 이 때문에 한국판 메르스, 즉 ‘코르스’(Korean MERS)가 등장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메르스 바이러스 입자. ⓒ 연합뉴스

■ 한국적 슈퍼 전파자 등장했나 

한국과 중동 메르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파력이다. 기초감염 재생산수라는 게 있다. 환자 한 명이 몇 명에게 병을 옮기는지를 의미하는 수치다. 메르스 환자 1명이 0.6~0.8명을 감염시킨다는 게 지금까지 학계의 통설이었다. 이 수치대로라면 한 명이 메르스를 한 명에게도 옮기지 못한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메르스에 감염된 이가 ‘슈퍼 전파자’였다. 1번 환자에게 감염된 환자만 33명에 달한다.

삼성서울병원발(發) 메르스를 확산시킨 장본인인 14번 환자는 삼성서울병원·평택굿모닝병원 등에서 83명의 환자를 감염시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밖에도 15번 환자(6명), 16번 환자(23명) 등 국내에선 혼자서 다수를 감염시키는 슈퍼 전파자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감염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이송 요원 137번 환자, 같은 병원 의사로 자가 격리 대상에서 빠진 채 진료한 138번 환자, 그리고 부산 지역에서 메르스 증상 발현 후 11일간 700명 이상을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143번 환자 등도 새로운 슈퍼 전파자가 될 우려가 큰 상황이다.

■ 환자와 접촉만 해도 감염된다?

당초 메르스는 2m 이내 거리에서 한 시간 이상 환자와 접촉했을 때 전염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졌다. 보건 당국도 이를 기준으로 ‘밀착 접촉자’를 지정해 자가 격리 대상자로 관리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밀착 접촉 공식을 깬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보안 요원인 92번 환자(27)는 10분 정도 6번 환자와 접촉한 것만으로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119번 환자인 평택 경찰(35)을 포함한 2명의 확진 환자는 아직까지 감염 경로가 규명되지 않고 있다. 해외에서 보고된 대로 국내에선 밀착 접촉만 피했다고 마냥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해외 과학 매체인 ‘네이처’도 최근 “메르스는 병원 내 감염과 아주 가깝게 접촉한 사람들끼리 전염되는 바이러스”라고 전제한 후 “한국에서는 이 같은 통설이 깨졌고 그동안의 메르스와 다른 갭(gap)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건강한 30대도 위험하다?

60대 이상 고령자와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이 주로 메르스에 걸린다는 통설도 한국에서 깨지고 있다. 평소 특별한 지병이 없던 30대 두 남성, 38세 의사와 35세 경찰관은 메르스에 감염된 후 중증 폐렴으로 위중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 메르스 감염자 현황을 보면, 40대는 30명으로 50대·60대에 이어 세 번째로 수가 많다. 30대 감염자도 24명으로 70대(26명)와 거의 차이가 없다. 10대도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최근에는 40대가 사망하기도 했다. 6월19일 기준으로 사망자 가운데 평소 지병 없이 건강했던 사람이 4명이나 된다.

■ 잠복기 14일 통설 깨지나

메르스 최장 잠복기가 2주라는 이론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후 짧게는 17일에서 20일이 지나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속속 나오고 있다. 20일이 지나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만 4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2~14일로 설정된 격리 기간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보건 당국은 아직까지 ‘잠복기 2주’를 고수하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메르스 확진 조사 과정에서 환자가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 경우와 조사 과정에서 오차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중동이나 유럽과 비교해 한국은 아직 환자 모집단이 적고, 메르스 조사 과정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2주라는 과학적 사실을 뒤집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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