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하는 검찰, “더 이상 ‘제 식구 봐주기’ 없다”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press.com)
  • 승인 2015.10.1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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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팔 후폭풍 뒤집어쓸까’ 바짝 긴장하는 검찰…녹취록에 등장하는 전·현직 검사 4명 수사에 촉각

검찰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58)의 비호 세력으로 주로 경찰 간부들이 거론돼왔으나, 최근 최고위직을 포함한 전·현직 검찰 인사 4명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검거된 ‘조희팔 사건의 2인자’ 강태용(54)이  한국으로 송환되는 즉시 검찰은 조사에 착수해 검찰 연루 의혹 인사들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밝혀내겠다는 입장이다.

강씨가 붙잡히면서 자연스레 조씨에 대한 수사는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강씨를 통해 우선 조씨의 ‘위장 사망’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예정이다. 또 다른 대상은 조씨의 ‘로비 의혹’이다. 시사저널이 확인한 조씨의 조카와 측근 사이의 통화 녹취록에는 검찰 인사 4명이 등장한다. 검찰은 이들이 조씨와 연관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녹취에 등장하는 한 변호사의 경우에는 일종의 ‘브로커’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조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대구 지역 경찰관 5명이 검거된 적은 있지만,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 관계자가 등장한 것은 김광준 전 부장검사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 역시 해당 사실을 입수하고 검찰 내부에 혹시 있을지 모르는 ‘조희팔 비호 세력’을 색출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 변호사 “예전에 변론 맡은 것뿐”

조희팔의 조카 A씨와 측근 B씨의 통화 녹취록에는 전직 검찰 고위 간부인 K씨와 또 다른 간부 K씨 그리고 현직 검사 L씨와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 ○씨 등이 등장한다. 이 중 검찰은 변호사 ○씨를 우선 주목하고 있다. ○ 변호사는 각종 굵직한 사건의 변호를 맡은 적이 있으며, 정치권에도 잠시 몸담았던 인물이다.

녹취록에는 조씨가 ○씨를 상대로 구명 로비를 벌였지만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A씨는 B씨에게 “○ 변호사가 중국에서 만났을 때 분명히 일을 본다꼬 그래 갖고 삼촌(조희팔)이 뭐 돈을 좀 보내줬는갑더라고예”라고 말했다. A씨는 이어 “돈이 넘어가고 안 넘어가고 문제가 아니다. 삼촌이 ‘다 일한다(구명해주겠다) 한 것들이 나를 잡으려 한다’며 노발대발하고 있다”며 “삼촌이 ‘이놈들, 돈만 뜯어가고 거짓말만 한다’며 화를 냈다”고 덧붙였다.

조희팔(왼쪽)과 김동환 리드엔 대표 ⓒ 바실련 제공

4명 모두 조씨와 연관됐을 가능성 낮게 봐 

이에 대해 ○ 변호사는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모두 부정했다. 그는 시사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과거 ‘조희팔 밀항 사건’ 당시 밀항을 도와준 이들의 변론을 맡은 바 있다”며 “그 후에 조씨 측에서 또다시 상담을 해왔는데, ‘중국으로 도피한 것은 시효가 중단되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피해자와 합의하고 자수하라’고 상담해준 적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녹취록에 등장하는 다른 의혹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답변하지 않았다. 그는 “녹취록에 이런저런 얘기가 많이 나온다고 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라고 말했다. 녹취록에서 조씨의 조카 A씨가 “(○씨에게) 돈을 보냈다”고 말한 점에 대해 묻자 “현재 통화하기가 곤란하다”며 전화를 끊었다.

시사저널은 그 밖에도 전직 검찰 간부 K씨와 현직 검사 L씨에게 전화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또한 전직 최고위 간부 K씨에게도 메모를 남겼으나, 역시 답변이 없었다.

검찰은 녹취록에 등장하는 인사 모두가 조씨와 연관됐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다만 변호사 ○씨의 경우에는 송환되는 강씨를 통해 관련 의혹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씨의 경우 ‘돈 되는 일은 모두 한다’는 얘기가 돌 정도로 유명하더라”며 “강씨를 통해 해당 녹취록에 등장하는 의혹이 사실인지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사 결과 의혹 중 일부라도 사실로 밝혀질 경우, 반드시 엄벌에 처할 것”이라며 “과거처럼 같은 검찰이라고 해서 ‘제 식구 봐주기’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검찰 “조희팔 필리핀 거주 구체적 첩보 입수…확인 중” 

현재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에 대한 의혹의 핵심은 그의 ‘생존 여부’다. 경찰은 지난 2011년 12월에 조씨가 중국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현재까지도 조씨가 ‘위장 사망’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사저널은 이번 취재 과정에서 검찰이 조씨의 필리핀 거주 첩보를 입수하고 확인에 나선 사실을 밝혀냈다. 익명을 요구한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약 3개월 전부터 조씨가 필리핀 클락에서 망고농장을 인수해 거주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다각적인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2011년 12월에 조씨가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검찰은 이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지속적으로 조씨를 추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대검 국제협력단에서 동남아시아 국가 수사기관과 협조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씨의 거주지로 꼽힌 필리핀 클락은 국내 골퍼들에게 인기가 많은 지역이다. 또 인근에 있는 앙헬레스는 세계 3대 유흥지로 꼽힌다. 조씨는 중국에서도 골프를 상당히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조씨가 대구 지역 인사들이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 각종 향응을 제공했다는 첩보도 들어왔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지검은 대검 계좌추적 인력을 포함해 검사 3명, 수사관 7명 규모의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조씨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선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2인자인 강태용씨 수사를 통해 조씨 생존 여부와 내부 로비 의혹까지 알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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