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 언제나 대비 철저히 해야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4.25 16:07
  • 호수 1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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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지진통계 최대 규모는 5.3…“강진 발생 가능성 적지만 지진 피해는 대비해야”
에콰도르 마나비주 폰테호에서 4월19일(현지 시각) 한 구조대원이 강진으로 기울어진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지진의 규모는 7.4였다. © EPA 연합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막 끝난 직후인 4월14일, 일본 구마모토(熊本)현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 6.5의 지진은 이틀 후인 16일 규모 7.3의 강진으로 이어졌다. 이번 지진은 2011년 3월11일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 처음으로 규모 7.0을 넘은 지진이었다. 구마모토 지진으로 희생된 사망자는 4월20일 현재 48명으로 늘어났으며, 1000여 명의 부상자와 20만명에 달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후 일본 규슈(九州) 지역에서는 중간 규모의 지진 발생이 이어졌다. 18일 오이타(大分)현에서 규모 5.8, 19일 구마모토현에서 규모 5.5의 지진이 연달아 발생했다. 20일에는 혼슈 지역 미야기(宮城)현 센다이 남동쪽 89km 해역에서 규모 5.6의 지진이발생했다.

4월17일 지구 반대편에서도 지진 소식이 전해졌다. 남아메리카 북부 태평양 연안에 맞닿은 에콰도르 전체가 규모 7.4의 강진에 흔들렸다. 20일 현재 에콰도르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553명으로 늘었으며 부상자 4065명, 실종자 100명으로 집계됐다.

한반도 전역이 16년 만의 여소야대 국면을 맞아 흥분하고 있을 무렵 전해진 일본 구마모토 지진 소식은 일주일 만에 각종 포털 사이트를 도배했다. 신묘할 정도로 정치 심판을 해낸 알파고급(級) 개표 결과에 대해 연일 기사를 쏟아내던 언론들이 이번에는 매일같이 ‘한반도 지진 가능성’ ‘불의 고리 활성화’ 등과 같은 지진 관련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한반도,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라든가 ‘한반도 강진 발생할 걱정 없다’는 식의 서로 다른 주장이 제목으로 뽑힌 기사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포털 사이트 메인에 걸렸다. 난무하는 정보에 국민들은 혼란마저 느끼고 ‘우리나라에도 지진이 발생할까’ 걱정돼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적지 않아 보인다.

한국도 지진 꾸준히 발생…지난해에만 44건

이웃 나라 일본의 연이은 지진 피해로 한국 내 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미래창조과학부는 4월20일 지헌철 한국지질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센터장을 초청해 일본 지진의 원인 분석 및 한반도 영향 백브리핑을 열었다.

지헌철 센터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에서 규모 5.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극히 낮다”고 밝혔다.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수백~수천km 지역까지 대규모 피해를 입히는 규모 9 이상의 지진이 나려면 원산에서 광주까지의 대륙이 한 번에 찢어지면서 1km 이상 올라올 정도의 대규모 단층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지형이 없다. 한반도는 중국과 일본에 방파제 역할을 해주는 대규모 단층이 있고 힘이 모일 만한 긴 단층도 없다.”

많은 지진학자가 ‘한반도 내 강진 발생 가능성이 작다’고 말할 때 많이 하는 설명이 ‘충격 흡수 효과’다. 강진 다발지역인 중국의 탄루 단층대와 일본 열도의 판 경계부가 한반도를 끼고 있어 단층 충격이 그대로 한반도까지 전달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응력은 물체에 압축·굽힘·비틀림 등의 외력을 가했을 때 그 크기에 대응해 물체 내에 생기는 저항력을 말한다.

중국에는 중국 산둥 반도를 가로지르는 대규모 탄루 단층이 있다. 탄루 단층은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부딪치면서 발생하는 힘이 한반도에 전달되는 것을 막아준다. 일본도 필리핀판과 유라시아판이 맞붙는 경계선에서 안쪽으로 중앙구조선 단층이 존재한다. 이 단층과 함께 일본 내 수많은 단층은 필리핀판과 유라시아판이 부딪치면서 생긴 힘을 상쇄해준다.

판의 경계에서는 판끼리의 마찰로 대규모 지진이 날 수 있지만 판 내부에서는 그 규모가 7을 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최근 일본에서 사상 유례없는 강진이 연이어 발생하자, 일각에서는 ‘아무리 대륙판이 충격을 흡수한다고 해도 지금처럼 일본에서 큰 지진이 발생한다면 한반도에서도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잦은 지진이 다가올 대지진의 어떤 전조는 아닐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대형 지진 가능성 작지만 대비는 철저히 해야”

실제로 한국에서도 지진은 꾸준히 발생해 왔다. 기상청은 한국을 진원(지구 내부에서 지진이 최초로 발생한 지점)으로 한 지진 가운데 규모가 2.0 이상인 지진만 발표한다.

디지털 지진관측을 시작한 1999년부터 2014년까지의 연평균 지진 발생횟수는 47.8회. 국내에서 지진은 2010년 42건, 2011년 52건, 2012년 56건이 보고됐다. 2013년에는 그 발생 건수가 대폭 증가해 93건의 지진 발생이 보고됐으며, 2014년에는 다시 줄어 49건, 지난해에는 44건이 보고됐다. 올해 들어서만 19건의 지진이 발생(4월21일 기준)했는데, 2월11일과 3월14일 충남 금산군과 북한 황해도에서 발생한 규모 3.1의 지진이 올 들어 한반도에서 발생한 것 중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었다.

한국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대부분 규모 2.0대의 약진(弱震)이어서 사람들이 크게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지진이 상대적으로 덜 발생하는 안전한 지역인 셈이다.

그렇다고 한국이 지진 위험에서 무풍지대인 것은 아니다. 한반도에서 대규모 단층 등 지질학적 변화가 일어나 강진이 발생할 확률은 극히 낮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 등 한반도와 인접한 지역에서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할 경우 그 여파가 한반도까지 미칠 수 있다. 4월16일 일본 구마모토 지진 이후 국내 부산·거제·제주 등 일본과 거리상으로 가까운 일부 지역에서 규모 3~4 정도의 진동이 감지된 바 있다. 이 정도 진동이면 집 안에 있는 사람들이 물체의 흔들림을 감지할 수 있는 정도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된 지진 가운데 최대 규모는 5.3으로, 1980년 1월8일 평안북도 서부에서 발생했던 지진이었다. 규모 5.0을 넘는 지진은 통틀어서 6차례 발생했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지진에도 ‘지진 이력’이 있다”며 “지금까지 5.5를 넘는 지진이 발생하지 않은 곳에 어느 날 갑자기 규모 7이상의 대형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확률이 0(제로)인 것은 아니다. 윤성효 교수는 “지구상에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 장소는 없다”며 “지진 안전지대냐 아니냐에서 중요한 건 어느 정도 규모의 지진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느냐의 문제로, 언제나 대비는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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