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지진의 의미,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 장소는 없다"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6.09.12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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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일본 구마모토현에서는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 소식은 일주일 만에 각종 포털 사이트를 도배했다. 지진 관련 정보가 쏟아졌고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공포감을 느낀 사람들도 많았다. 

당시 한국 내 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미래창조과학부는 4월20일 지헌철 한국지질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센터장을 초청해 일본 지진의 원인 분석 및 한반도 영향 백브리핑을 열었다. 지헌철 센터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에서 규모 5.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극히 낮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미세한 확률이 당첨됐다. 9월12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최종 규모 5.8로 확인됐다. 역대 지진 규모에서 최대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된 지진 가운데 최대 규모는 5.3으로, 1980년 1월8일 평안북도 서부에서 발생했던 지진이었다. 

일본 구마모토현 지진은 한국 내 지진에 대한 우려로 확산됐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지진은 꾸준히 발생해 왔다. 기상청은 한국을 진원(지구 내부에서 지진이 최초로 발생한 지점)으로 한 지진 가운데 규모가 2.0 이상인 지진만 발표한다. 디지털 지진관측을 시작한 1999년부터 2014년까지의 연평균 지진 발생횟수는 47.8회다. 국내에서 지진은 2010년 42건, 2011년 52건, 2012년 56건이 보고됐다. 2013년에는 그 발생 건수가 대폭 증가해 93건의 지진 발생이 보고됐으며, 2014년에는 다시 줄어 49건, 지난해에는 44건이 보고됐다.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규모 2.0 이상의 국내 지진 발생횟수는 총 34회였다. 1999년부터 17년간 평균 지진 발생횟수는 25.6회였다. 올해 상반기에만 연평균보다 8.4회나 많은 셈이었다. 

보통 한국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대부분 규모 2.0대의 약진(弱震)이어서 사람들이 크게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지진이 상대적으로 덜 발생하는 안전한 지역이라는 게 통념이었다. 하지만 이번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혹시 한반도에서도~'라는 공포심을 갖게 했다. 대규모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지진이 발생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 한 구석에 자리잡기 시작한 셈이다.

4월 백브리핑에서 지 센터장은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수백~수천km 지역까지 대규모 피해를 입히는 규모 9 이상의 지진이 나려면 원산에서 광주까지의 대륙이 한 번에 찢어지면서 1km 이상 올라올 정도의 대규모 단층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지형이 없다. 한반도는 중국과 일본에 방파제 역할을 해주는 대규모 단층이 있고 힘이 모일 만한 긴 단층도 없다"고 말했다. 

경주 지진이 일어난 직후 지 센터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주 지진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지진의 전조에 대해서는 역시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단층들이 서로 연결돼 있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진 발생 지역이 과거에도 전례가 있었던 곳이기 때문에 특이현상이 아니라는 점, 규모 5.5 이하의 지진은 일어날 수 있어도 대형 지진은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을 강조했다. 

많은 지진학자가 ‘한반도 내 강진 발생 가능성이 작다’고 말할 때 많이 하는 설명 중 하나가 바로 ‘충격 흡수 효과’다. 강진 다발지역인 중국의 탄루 단층대와 일본 열도의 판 경계부가 한반도를 끼고 있어 단층 충격이 그대로 한반도까지 전달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응력은 물체에 압축·굽힘·비틀림 등의 외력을 가했을 때 그 크기에 대응해 물체 내에 생기는 저항력을 말한다.

중국에는 중국 산둥 반도를 가로지르는 대규모 탄루 단층이 있다. 탄루 단층은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부딪치면서 발생하는 힘이 한반도에 전달되는 것을 막아준다. 일본도 필리핀판과 유라시아판이 맞붙는 경계선에서 안쪽으로 중앙구조선 단층이 존재한다. 이 단층과 함께 일본 내 수많은 단층은 필리핀판과 유라시아판이 부딪치면서 생긴 힘을 상쇄해준다. 판의 경계에서는 판끼리의 마찰로 대규모 지진이 날 수 있지만 판 내부에서는 그 규모가 7을 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물론 한국이 지진 위험에서 무풍지대는 아니다. 한반도에서 대규모 단층 등 지질학적 변화가 일어나 강진이 발생할 확률은 극히 낮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 등 한반도와 인접한 지역에서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할 경우 그 여파가 한반도까지 미칠 수 있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지구상에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 장소는 없다”며 “지진 안전지대냐 아니냐에서 중요한 건 어느 정도 규모의 지진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느냐의 문제로, 언제나 대비는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경주의 경우 원자력 발전소와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 있는 곳이라 더욱 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특히 최근 울산, 포항 등 영남권에 지진이 잦은 이유가 양산단층, 울산단층 등이 존재하기 때문인데, 이곳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원전 등으로 인한 2차 피해가 생길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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