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게이트로 드러난 법조계의 민낯 ‘유전무죄’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6.05.12 13:51
  • 호수 138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브로커·검사·판사·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관여한 총체적 부패 행위”
검찰은 5월3일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의 로비 의혹과 관련해 서울 삼성동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 연합뉴스

“‘정운호발(發) 로비사건’은 전관예우를 이용해 발생한 브로커·검사·판사·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관여한 총체적 부패 행위다. 이 사건은 검찰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와 법원의 부장판사 등이 관련돼 있어 검찰이 수사를 담당한다면 그 공정성을 의심받게 될 것이므로 특별검사가 수사를 맡도록 할 것을 촉구한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통해 법조계의 부끄러운 민낯이 낱낱이 공개되고 있다. 법조 3륜(법원·검찰·변호사업계)의 한 축인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는 5월2일 성명을 내고, 전관 비리를 이번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하며 이번 사건과 관련한 현직 판검사를 포함해 법조인 10여 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1997년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과 1999년 대전 법조비리 사건에 이어 2016년 현재 법조계의 ‘흑역사’가 또다시 재연되고 있다.

전관 변호사 나서 경찰·검찰·법원 전 방위 로비

정 대표를 둘러싼 ‘법조 게이트’는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 대표는 수백억 원대의 해외원정 도박 사건으로 경찰수사를 받고, 2014년에는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가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받은 영문문서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했지만 모두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경찰·검찰 관계자의 뇌물 수수 여부는 물론 정 대표 측 변호를 맡은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거액을 받고 수사·구형 등 단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의혹은 검경과 전관 변호사에 이어 법원까지 퍼져 나갔다. 정 대표의 항소심 사건을 처음 배당받은 임 아무개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가 2014년 11월 정 대표 측브로커 정 아무개씨와 미국을 함께 여행하면서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것이다. 여행경비를 누가 부담했는지와 함께 브로커 정씨와 임 부장판사의 관계 역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임 부장판사는 2014년 12월 서울 강남의 일식집에서 브로커 이 아무개씨를 만나 정 대표 사건을 청탁받았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법원에 대한 로비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 대표는 임 부장판사에 이어 자신의 사건을 맡게 된 장 아무개 부장판사에게도 사건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이를 연결해준 인물로 또 다른 판사인 김 아무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거론되고 있다. 김 부장판사는 이 아무개 성형외과 의사 등을 통해 정 대표 사건의 청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 대표의 사건 청탁 및 로비에 관여한 부장급 판사만도 벌써 3명이나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법조 비리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검찰 역시 로비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검찰은 2015년 해외원정 도박에 대한 수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당시 이 사건을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정 대표의 도박 혐의를 포착하고 추가 수사를 거쳐 1심에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검찰은 2심에서 1심보다 낮은 2년6개월을 구형했다. 이 과정에서 ‘전관예우’라는 법조계의 고질적인 병폐가 또 다시 어른거리고 있다. 대한변협은 성명서를 통해 “정 대표 측 변호인이 검사장 출이라며 “전관 비리가 있었는 지 여부를 면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전관 변호사는 2013년과 2014년 정 대표에 대한 검경 수사가 진행됐을 때 ‘혐의 없음’을 이끌어낸 장본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정운호 리스트’에 누가 올랐나

5월2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황용환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오른쪽)과 이승태 윤리이사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 비리 의혹’ 관련자 전원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정 대표의 구명 로비를 펼친 의혹을 받은 인물은 이외에도 상당수 더 있다. 특히 정 대표가 자신의 구명 로비를 도와줬던 8인의 인물을 리스트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은 더더욱 커지고 있다. 정운호 게이트는 당초 정 대표를 폭행 혐의로 고소한 정 대표 측 변호인 최 아무개 변호사로부터 출발했다. 정 대표와 최 변호사는 올해 초 보석신청이 기각되면서 수임료를 놓고 다퉜고 결국 폭행시비로까지 비화됐다. 이 과정에서 최 변호사가 정 대표가 작성한 리스트를 공개한 것이다. 이 리스트에는 정 대표와 가깝게 지내온 김 아무개 부장판사, 검사장 출신의 홍 아무개 변호사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형외과 의사 이씨와 법조 브로커 이씨 등의 이름도 들어 있다. 정 대표가 이 리스트를 작성한 이유는 ‘로비를 그만두라’는 취지였다고 한다. 실제로 리스트에는 ‘빠져라’라는 정 대표의 육필이 기록돼 있다고 한다. 이는 곧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인물들이 실제로 정 대표 구명 로비를 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정 대표는 자신의 항소심 변론을 맡은 최 변호사에게 착수금으로 20억원을 지급하고, 성공보수로 은행에 예치한 30억원의 인출권한을 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대한변협은 “최변호사는 정 대표의 항소심을 준비하면서 20여 명의 변호인단을 구성했다”면서 “이 20여 명이 최 변호사로부터 돈을 분배받고전화청탁 등 로비에 가담했는지 여부도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운호발(發) 게이트가 법조계를 휩쓸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아무렇지 않은 모양새다. 정 대표는 서울지방변호사회에 과다 수임료 수수 문제를 조사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최 변호사에게 지불한 20억원의 착수금을 돌려받겠다는 것이다. 로비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최 변호사는 정 대표를 상해 혐의로 고소했다. 정 대표가 구치소 접견 도중 자신의 손목을 비틀어 전치 3주의 손목 관절 부상을 입혔다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성공보수로 30억원을 받기로 했었는데, 지난해 대법원은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 계약에 대해 무효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법조계의 민낯이 공개되고 있는 이 상황에서도 당사자들은 ‘이전투구’만을 벌이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