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시즌2] “부정맥 증상은 돌연사의 경고”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6.08.02 11:14
  • 호수 1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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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박이 이상하다 느끼면 심전도 검사만이라도 받아야

박경민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누구

 

1996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2005년과 2009년 울산의대 대학원에서 각각 석사와 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0년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레지던트와 강사로 근무하다 2008년 상계백병원 심장내과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심실에서 맥박이 빨라지는 심실성 부정맥은 돌연사의 원인이지만 해부학적으로 복잡하고 시술 중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국내에서 치료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그는 이 부정맥 치료법을 배워 돌연사를 막고자 했다. 2010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부정맥 센터에서 2년 동안 연수를 받은 이유다. 2012년 건국대병원 심장내과 임상교수로 재직했고 2014년부터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로 있으면서 심실성 부정맥 클리닉을 개설했다. 그는 돌연사 위험이 큰 환자에게는 위급할 때 연락할 수 있는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도 알려주는 의사다.

박경민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박경민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갑작스러운 죽음, 돌연사 원인의 90%는 부정맥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부정맥 환자는 2011년 14만7159명에서 2013년 18만7085명으로 약 27% 증가했다. 이는 국내 사망원인 2위인 심혈관 질환(협심증·심근경색) 환자가 같은 기간 5% 증가한 것에 비해 약 5배나 높다. 일각에서는 부정맥 발생이 곧 심혈관 질환을 앞질러 주요 사망원인으로 부상할 것으로 본다.

자동차 엔진에 문제가 발생하면 울컥하거나 부르르 떨다가 시동이 꺼지는 것처럼 사람의 심장도 그런 증상을 보인다. 이것이 부정맥이다. 심장은 평생 쉼 없이 뛰면서 피를 전신에 공급한다. 심장 근육은 전기 충격을 받아야 뛰는데 심장 내부에 전기를 발생하는 조직(동결절)이 있다. 이곳에 나트륨·칼슘·칼륨 등이 지나면서 발생한 전기는 심장 전체로 전달된다. 부정맥은 이런 체계에 변화가 생겨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진 것을 말한다.

 

정상 맥박은 분당 60~100회다. 부정맥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정상 맥박보다 빠른 것을 빈맥(頻脈), 느린 것을 서맥(徐脈)이라고 한다. 만일 빈맥이 피가 동맥으로 나가는 부위인 심실에서 발생하면 돌연사 위험성이 커진다.

 

문제는 일반 심장검사로 부정맥을 잘 잡지 못한다는 데 있다. 증상이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도깨비와 같은 병이기 때문이다. 박경민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돌연사를 일으키는 부정맥을 쫓는 의사다. 그 기술을 배우기 위해 2010년 미국으로 떠나 2년 동안 연수도 받았다. 병원은 부정맥 전문 클리닉까지 만들었다. 박 교수는 “심전도 검사 결과에 이상이 없어도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어떤 부정맥인지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돌연사를 방지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증상은 돌연사의 경고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인이 부정맥에 대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점은 무엇인가.

 

1분에 60회든 70회든 평소 자신의 맥박 수가 있다. 그 맥박에서 벗어나면 부정맥이라고 보면 된다. 사람의 정상 맥박은 분당 60~100회다. 이보다 느리거나 빠르면 부정맥이다. 횟수는 정상 범위에 해당하더라도 불규칙하게 뛰는 것도 부정맥이다. 부정맥 진단을 받았다고 모두 나쁜 게 아니고, 증상이 없는 부정맥이라고 모두 안전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증상이 나타나면 설사 그 증상이 사라졌어도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 어떤 부정맥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돌연사나 뇌졸중을 막을 수 있다.

 

 

어떤 증상을 보일 때 부정맥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야 할까.

 

일반적으로 흉통·호흡곤란·어지럼증 등의 증상을 보인다. 특히 어지러울 때는 빈혈로 착각하기도 한다. 심하면 실신과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맥박이 느리게 뛰면(서맥) 어지럽고 쉽게 피곤하고 잠깐 쓰러지기도 한다. 맥박이 빠르게 뛰면(빈맥) 가슴이 막 뛰다가 괜찮아지거나 숨 쉬기 힘든 증상이 반복된다. 

 

심장은 쉼 없이 뛰지만 평소 인식하지 못한다. 그런데 가슴이 빨리 뛰거나 늦게 뛰거나 맥박이 규칙적이지 않고 건너뛰는 것을 느끼고 병원에 오는 사람이 있다. 보통 숨을 들이쉴 때 맥박이 빨라지고 내쉴 때 느려지는 게 정상이다. 이 맥박 차이를 발견하고 병원을 찾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자신의 맥박이 미세하게나마 이상하다고 느끼면 행운이다. 돌연사나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 2000명 가운데 1명은 돌연사한다는 통계가 있다. 부정맥이 있는 사람이라면 돌연사 가능성은 이보다 커진다. 일반인에게 반드시 전달하고 싶은 것은 ‘증상은 돌연사의 경고’라는 말이다. 맥박이 이상하다 싶으면 부정맥을 의심하고 병원에서 심전도 검사만이라도 받아보길 권한다.

 

 

커피를 마셔서 심장이 빨리 뛰는 것도 부정맥인가.

 

그것은 정상이다. 운동하거나, 몸에 열이 나거나, 병균에 감염돼도 심장이 빨리 뛰는데 이것도 부정맥이 아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데도 평소 맥박과 다른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부정맥이다. 맥박이 불규칙한 사람이 뜻밖에 많다. 외국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성인 가운데 심실조기수축(심실에서 박동이 생겨 발생하는 비정상적 수축)이라는 부정맥을 가진 사람이 30~40%에 이른다. 증상을 못 느껴서 그렇지, 우리 주변에 이런 사람이 많다.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는가.

 

증상이 없거나 약하다고 돌연사나 뇌졸중 위험이 덜한 것이 아니다. 반대로 증상은 심해도 별문제가 없는 부정맥도 있다. 그래서 심전도 검사를 통해 부정맥을 찾는다. 그런데 이 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는 사람이 많다. 부정맥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의사도 부정맥을 잡아내기 어렵다. 환자는 증상이 있어서 돌연사가 걱정인데 병원에서는 정상이라고 하니 답답할 뿐이다. 어쩔 수 없이 일상으로 돌아가 생활하다가 돌연사를 맞기도 한다. 따라서 심전도 검사에서 정상이 나왔더라도 증상이 있다면 정밀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작은 병원에서는 10초 동안 심전도를 측정하지만 큰 병원에 가면 24시간, 1~2주일, 1년 동안 심전도를 기록할 수 있다. 부정맥 증상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장기간 측정하는 것이다. 심장에 선으로 연결한 패치를 가슴에 붙인다. 맥박이 이상하거나 어지러울 때 패치를 누르면 심장 박동을 기록한다. 그 외에 운동부하 심전도 검사, 심장 초음파, 전기생리학적 검사 등이 있다.

 

 

부정맥은 왜 생기는가.

 

그 원인은 다양하다. 선천적으로 심장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부정맥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심근경색·고혈압·갑상선기능항진증 등 다른 질환으로 심장이 부담을 받아 부정맥이 생기기도 한다. 알코올·카페인 섭취와 강한 스트레스도 부정맥의 원인으로 꼽힌다. 10~20대의 돌연사는 유전성 부정맥일 가능성이 있다. 할아버지가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다든지 친가와 외가에 그런 사례가 있으면 자신도 같은 전철을 밟을 확률이 높다. 50~60대 이후 갑자기 쓰러졌다면 당뇨·고혈압·협심증·심근경색 등 만성질환이 원인으로 작용한 부정맥일 가능성이 크다.

 

박경민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부정맥이 생긴 부위를 없애는 시술을 하고 있다.

박경민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부정맥이 생긴 부위를 없애는 시술을 하고 있다.

 

부정맥은 뇌졸중과 어떤 관계인가.

 

맥박이 빠르고 불규칙하게 뛰면 심방에서 원활하게 내려가지 못한 혈액이 엉겨 피떡(혈전)을 만든다. 그 혈전이 떨어져서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 생긴다. 부정맥이 있으면 뇌졸중이 발생할 위험성이 일반인보다 3~4배 높아진다. 이런 경우 혈전을 없애는 약(혈전용해제나 항혈소판제 등)으로 뇌졸중을 예방한다. 

 

 

저혈압 때문에 어지럽다는 사람이 있는데 부정맥과 혈압은 관계가 있나.

 

우리 몸에는 보상 작용이 있어서 혈압이 낮으면 맥박이 빠르다. 정상(120mmHg/

80mmHg)보다 낮은 사람은 심장이 분당 70~80회로 많이 뛴다. 이런 보상 작용이 없으면 사람은 어지럼증을 느낀다. 저혈압으로 어지럽긴 하겠지만 쓰러질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쓰러졌다면 미주신경성 실신인 경우다. 혈압이 낮으면 심장이 빨리 뛰는데 미주신경은 빨라진 맥박을 감지하고 낮추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혈압이 갑자기 떨어져 잠시 실신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은 평소 운동으로 심장 박동이 빨라지도록 해야 한다.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물을 하루에 2리터 이상 많이 마시는 게 좋다. 찬물보다 미지근한 물이 좋다.

 

 

평소 실천할 수 있는 예방법은 무엇이 있나.

 

일반 심장병 예방법을 부정맥에도 적용할 수 있다. 짜지 않은 식단(저염식)이 중요하고 당뇨와 콜레스테롤을 피해야 한다. 남자에게는 특히 술이 문제다. 부정맥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면서 술을 마시면 재발하니 주의하라고 경고해도 술을 마셔서 결국 재발해 입원한다.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 카페인(커피·녹차·콜라 등)도 부정맥의 원인이다.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야 하고 카페인을 끊어야 한다.

 

 

운동은 부정맥 치료에 이로울까.

 

운동 중에서 유산소운동이 가장 좋다. 비싼 돈 들여서 헬스클럽에 굳이 가지 않아도 된다. 학교 운동장에서 하루에 30분 정도 조깅이나 빠른 걷기를 등에 땀이 날 정도로 하면 된다. 이런 운동은 일주일에 3회 정도가 적당하다. 과하면 해롭다. 실제로 마라토너에게 부정맥이 잘 생긴다. 요즘은 수백 킬로미터를 뛰는 울트라 마라톤을 하는 사람도 많아졌는데 부정맥을 조심해야 한다. 심장에도 수명이 있어서 너무 과격한 운동을 하면 심장이 커져서 부정맥이 잘 생긴다. 무리한 운동은 금물이다.

 

 

부정맥은 완치되는 병인가 아니면 고혈압처럼 평생 관리할 질환인가. 

 

부정맥은 완치된다. 환자에게 이렇게 말하면 100% 확신하느냐고 되묻는다. 치료 후 환자의 생활습관, 심장질환 여부, 의사의 치료 경험 등에 따라 다르지만, 부정맥의 80~90%는 완치되고 나머지도 약으로 치료하면 호전될 수 있다. 요점은 모든 부정맥에는 각각의 치료법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치료법이 있는가.

 

20년 전부터 피부 밑에 심는 심실제세동기(몸에 이식하는 전기충격기의 일종)가 보급됐다. 예를 들어 길을 가다가 맥박이 빨라지는 부정맥(심실빈맥·심실세동 등)이 생겼을 때 이를 감지한 후 전기충격을 줘 빠른 맥박을 늦추는 기기다. 예전 같으면 이유도 모르고 돌연사했을 사람을 살리게 된 것이다.

 

맥박이 느리게 뛰는 환자에게는 심박조율기를 심는다. 맥박이 미리 설정해 놓은 횟수 이하로 떨어지면 전기충격을 줘서 정상을 되찾도록 도와준다. 시술 치료법도 있다. 불규칙한 맥박을 일으키는 부위를 고주파로 태워서 없애면 부정맥이 사라진다. 치료 효과가 과거 50%에서 현재 80%까지 좋아졌다. 대여섯 시간 걸리던 시술 시간도 1시간으로 줄어들었고 합병증도 적어서 환자 부담이 많이 줄었다. 그 외에 약물치료와 수술 등 다양한 치료법이 있다.

 

 

치료는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전망인가.

 

심장박동기가 발전함에 따라 앞으로 무선 심장박동기가 나올 것으로 본다. 기존 심장박동기는 선으로 심장과 연결돼 있는데 자칫 선이 끊어질 수도 있다. 그 크기도 작아진다. 초소형 심장박동기를 심장에 박아놓으면 스스로 맥박을 감지하다가 부정맥이 발생하면 전기충격을 줘 생명을 구한다. 

 

60대는 뇌졸중, 30대는 돌연사 우려

 

박경민 교수가 부정맥에 대해 상담·진료하고 있다.


60대 남성 한소담씨(가명)는 4개월 전 가슴 두근거림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 몇 차례 검사 끝에 심방세동(심방의 미세한 떨림)이라는 부정맥을 발견했다. 혈액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피가 엉겨 혈전이 생겼다. 뇌졸중 가능성이 있어서 혈전을 녹이는 약을 처방받았다. 최근 심전도 검사에서 맥박은 정상을 되찾았다. 가슴 두근거림도 사라졌다. 그런데 혈압이 정상보다 낮아지는 경우가 생겼다. 혹시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 때문인지 의사에게 물었다. 박경민 교수는 “현재 약이 환자에게 잘 맞으므로 굳이 바꿀 필요가 없고 혈압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맥박이 현재 분당 100회인데 조금만 더 낮춰보자”고 답했다.

 

30대 남성 최우성씨(가명)는 선천성 심장 기형이 있었던 탓에 젊은 나이임에도 부정맥이 생겼다. 그는 이따금 심장이 울컥한다며 갑자기 죽지 않을까 걱정했다. 실제로 가족 중에 부정맥으로 돌연사한 사람이 있는 경우 자신도 그 위험이 크다. 의사는 최씨의 심전도 검사 결과를 살펴본 후 “양성 부정맥이어서 돌연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 울컥거림은 현재 자주 발생하지 않는데 앞으로 빈도가 잦아지면 시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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