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산업이 서울시와 정부 상대로 무차별 소송전 하는 까닭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6.08.19 14:13
  • 호수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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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표는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을까
삼표그룹의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삼표산업이 서울시 등 지자체 및 정부를 상대로 무차별 소송을 벌이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2년간 진행됐거나 진행 중인 소송만 20여 건에 이른다.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 위치한 레미콘 공장이 분쟁의 한가운데 서 있다. 풍납동 공장은 초기 백제 500년의 도읍지인 풍납토성의 서성벽 복원 구간에 위치해 있다. 서울시와 송파구는 2003년부터 풍납토성 문화재 발굴 및 복원사업을 위해 풍납동 공장 부지를 순차적으로 취득해 왔다. 보상이 완료될 때까지 삼표가 이 토지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이었다.

2014년까지 큰 문제는 없었다. 서울시는 403억원을 삼표 측에 보상하고 18필지를 매입했다. 남아 있는 5필지와 공장 부지만 매입하면 성벽 복원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삼표산업이 갑자기 보상 협의에 불응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서울시는 시소유의 토지사용 허가가 취소될 수 있음을 삼표산업 측에 통보했다.

그러자 삼표는 2014년 10월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에 ‘시유재산 사용허가 조건일부취소’ 청구를 제기했다. 서울시의 행정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처사라는 것이 이유였다.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는 이듬해 1월 삼표산업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럼에도 삼표가 보상 협의에 응하지 않자 서울시는 아직 매입하지 못한 레미콘 공장 부지를 강제수용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발맞춰 송파구는 삼표산업에 행정대집행과 풍납동 공장 내 펜스 설치 계획을 통보했다.

이때부터 삼표는 서울시와 송파구,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무차별 소송을 시작한다. 삼표는 지난해 7월과 9월 송파구청장을 상대로 ‘시유(市有)재산 사용허가 연장 불허 취소’ 소송과 ‘행정대집행 계고처분취소’ 소송 등을 제기했다. 마찬가지로 서울시장에게는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 소송을, 국토교통부 장관에게는 ‘사업인정고시 집행정지 및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삼표산업이 최근 2년간 서울시 등 지자체뿐 아니라 정부를 상대로 무차별 소송을 벌여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삼표레미콘 공장. © 시사저널 최준필
‘사돈 기업’ 현대차의 삼성동 사옥공사 주목

서울행정법원은 올 2월, 삼표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삼표는 서울시장과 송파구청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을 추가로 제기했다. 서울시와 송파구는 곧바로 항소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의 경우, 지난 23년간 5700여억원이 투입됐고, 향후 5년간 추가로 5137억원을 투입할 예정인 문화재 복원사업이 취소될 수 있는 상황이다. 당장 2020년 백제 풍납토성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려는 계획 역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레미콘 업계에서는 삼표가 ‘무차별 소송전’을 벌이는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고 있다. 삼표가 10여 년간 아무런 말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풍납동 공장의 보상 협의에 불응한 시기는 2014년이다. 공교롭게도 2014년은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한국전력 부지의 입찰이 진행된 시기다. 재계 1, 2위인 삼성과 현대차그룹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결국 2014년 9월 현대차그룹이 10조5500억원에 부지를 낙찰받았다. 현대차는 이 부지에 105층 규모의 랜드마크 건물을 건설할 예정이다.

주목되는 사실은 풍납동 공장이 삼성동 부지에서 직선거리로 5km 내외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차량으로 20분 정도 거리로, 2017년 예정대로 공사가 시작되면 납품에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삼표는 현대차그룹과 사돈 기업이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녀 지선씨가 현재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부인이다. 이 때문에 두 그룹은 여러 차례 일감밀어주기 논란에 휩싸여야 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인 현대제철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2013년까지 삼표그룹 계열 삼표기초소재에 철광석 정제 부산물인 슬래그를 독점 공급해 왔다. 삼표기초소재는 일부만 자체 소화하고, 나머지는 마진을 붙여 다른 시멘트업체에 다시 매각하면서 업계의 강한 반발을 샀다. 

2015년 성수 레미콘 공장에서 폐수를 무단 방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주민들이 공장 이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 뉴스1
“공장 이전하면 매출 30% 포기해야 할 수도” 

논란이 확산되자 현대제철은 삼표기초소재에 대한 슬래그 공급을 중단했지만, 재계에서는 삼표그룹이 정의선 부회장의 처가이기 때문에 특혜를 받았다는 뒷말이 나왔다. 이번 레미콘 공급 역시 마찬가지다. 풍납동 공장과 성수동 공장이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는 데다, 사돈 기업이니만큼 공사가 시작되면 상당한 혜택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시멘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레미콘은 특성상 생산 후 일정시간(90분) 이내에 타설을 마쳐야 하는 만큼 지리적 입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그런 측면에서 서울 성수동과 풍납동 공장을 운영하는 삼표가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성수동 공장이 현재 이전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삼표그룹은 1977년부터 성수동1가에 2만8873㎡ 규모의 레미콘 공장을 가동해 왔다. 삼표가 땅주인인 현대제철로부터 이 땅을 임차해 레미콘 공장을 운영해 오고 있다. 하지만 2005년 서울숲이 개장되면서 이전 요구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인근 중랑천에 폐수를 무단 방류하다 지자체에 적발되기도 했다. 성동구는 삼표레미콘 공장에 대해 8월10일 조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서울시는 현대차 소유의 뚝섬 인근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를 외곽으로 이전하라며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표 측은 현재 보상대책이 없다며 공장 부지 이전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폐수 무단방류 이후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임기 내에 삼표레미콘 이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풍납동 공장까지 이전하게 되면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성수동 레미콘 공장장인 윤인곤 상무는 2015년 삼표그룹 사보와의 인터뷰에서 “성수동 공장은 현재 삼표레미콘 매출의 18%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풍납동과 성수동 공장을 이전할 경우 전체 레미콘 매출의 30% 정도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때문에 삼표가 무차별 소송으로 시간 끌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표 측은 “오히려 우리가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사적지 전체의 보상 비율이 30%인 데 반해, 우리(삼표)는 67%나 진행됐다”며 “형평성이 맞지 않았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대차 사옥(GBC) 건립은 풍납공장보다는 성수 공장이 주력으로 납품할 예정”이라며 “풍납 공장 소송 건은 GBC 건립과 무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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