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녀 생일 선물로 오피스텔 좀 사주게”...‘스폰서 검사’의 부끄러운 민낯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6.09.08 20:26
  • 호수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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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부장검사, 스폰서에게 상습적으로 향응·금품 요구

“선릉 대림으로 확정...2016년 1월5일경 입주. 바쁘겠지만 이달말 26일 생일이라니까 계약해주면 선물로 주고 일 안하게 하고

타이밍 좋겠다. 고마우이 친구”

“친구...아무래도 좀 떨어진 곳이 나을 듯. 광진 자양사거리 ○○○○○○ 1000만원에 65만원으로 하려고. 강남 괜히 계약하지 말게나”.

‘부장 검사 스폰서’ 사건의 파문이 나날이 증폭되고 있다. 공개된 김형준 부장검사(사법연수원 25기)와 스폰서인 김아무개씨의 SNS에는, 김 부장검사가 김씨에게 내연녀의 오피스텔을 사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까지 담겨 있다.

 

 

‘부장 검사 스폰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김형준 부장검사의 ‘스폰서 파문’은 검찰의 ‘도덕불감증’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 연합뉴스


“진경준처럼 안 되려면 재산 정리해야”

 

금품 요구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 김 부장검사가 내연녀로 보이는 곽아무개씨의 계좌번호를 김씨에게 보내자 김씨는 곧 “출근해서 바로 보내고 톡 줄게” “5백 보냈다”는 답변에 이어 “내 전용계좌에서. 입금자는 그냥 회사 이름으로 했다.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응답하라 김검(김 검사)”이라고 자세한 방법까지 보고했다. 이어 약 한 달 후에는 “어제 이야기한대로 내게 빌려주는 걸로 하고 월요일에 보내줘. 마음 완전히 되돌리려고 한다. 도와주라 친구”라면서 “송금은 ○○○ 이름으로 내가 마련해주는 거라 했으니 지난번 거 니가 보낸 거 알아서 같은 회사 이름으로 하면 안 되고”라면서 내연녀에게 재차 돈을 보내줄 것을 요구했다. 김씨가 오랜 기간 김 부장검사의 스폰서였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부장검사의 뻔뻔함은 갈수록 더해진다. 김 부장검사는 ‘넥슨 스폰서’ 논란으로 진경준 전 검사장이 문제가 되자 김씨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낸다. 

 

“친구, 이번 진경준 검사장 주식 파동 보면서 나도 농지 문제는 백부로부터 증여받은 거지만 우선적으로 정리해야 할 것 같아. 내역 보내니 한 번 검토해서 매각방안 좀 도와주라. 검사장 승진에도 그렇고 차후 총선에 나가려해도 공천부터 굳이 도움되는 건 아니라서.”

당시 검찰은 진경준 전 검사장 사건에 특임검사를 지명하고 자정 노력을 포함해 재발방지 대책에 분주할 때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이 김 부장검사에게는 딴 나라 얘기였다. 

 

김 부장검사와 김씨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30년지기다. 고교 시절 김 부장검사는 학생회장, 김씨는 반장을 맡았고 사회에서는 검사와 사업가로 인연을 이어갔다. 김씨는 검찰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김 부장검사에게 갖은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며 일종의 ‘보험’을 들었고, 김 부장검사는 이를 적극 향유했다. 돈과 권력이라는 서로의 필요 속에 자연스럽게 커넥션이 만들어지면서, 둘의 관계는 깨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고등학교 동창인 현직 부장검사에게 사건 무마 청탁을 한 의혹을 받는 사업가 김아무개씨가 9월5일 검찰에 체포됐다. © 연합뉴스


“마지막까지 책임지는 사람은 나”

 

그러나 김씨 회사의 실소유주인 한아무개씨가 김씨를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고소하면서 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검찰이 지난 8월26일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김씨 역시 ‘혼자 죽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검찰수사를 피해 도주하던 중 김 부장검사와 나눈 SNS 문자 내역과 녹취록을 한겨레신문에 넘겨버린다.

 

녹취록에 나온 내용은 검찰의 부끄러운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김 부장검사는 스폰서 김씨를 빼내기 위해 백방으로 애를 썼다. 수사검사는 물론 고위직까지 챙기며 수사 상황을 체크하고 심문조사를 받을 때 노하우를 알려주기도 한다. 녹취록에는 김 부장검사의 육성이 날것 그대로 나와 있다. 검찰의 도덕적 수준이 어디까지 떨어져 있는지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너 잘 들어. 29년 30년 공동운명체. 마지막까지 책임지는 사람은 나. 세상에 어떤 사람도 아니라는 거 몰라, 바보야. 그리고 왜 내가 서부부장들 다 여의도 메리엇 식당에 다 불러서, 1부장부터 공안부장만 빼고, 다 자연스레 친해지고…서부는 내가 일하는 청계천이랑 가까워서 챙긴다…완벽하게 우리 편은 아니지만 부장도 그렇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놓고 있으면 노력하고 있는 건 알아야지…오죽하면 내가 고양 쫓아가고 마포 쫓아가고. 어떻게든 끈을 만들어서 밥 먹으려고 해. 검사 하나 법 먹이기 쉬운 지 알아…너 똑똑히 들어. 시비를 걸어서 징계라든지 나를 발을 꽁꽁 묶으려고 하면 술 먹은 거 갖고 묶을 수 있어. 말려들지 마…만약 영장이 청구돼도, 기각이 되던 아니든 최소 집행유예라도 나오려면 손발이 풀려 있어야 하는데…”

김 부장검사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급전이 필요해서 스폰서를 둔 것이 아니다. SNS에서 언급된 것처럼 내연녀와 관련된 문제 때문에 돈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건은 또 있다. 조희팔 측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수감 중인 김광준 전 서울고검 검사가 그렇다. 김 전 검사 역시 내연녀에게 줄 돈 2억원을 구하기 위해 조희팔 측근과 엮이게 됐다. 문제는 검찰 내부에서 억대의 돈을 마련하는 것을 어렵다거나 부도덕하다고 여기지 않는다는 데 있다. 김광준 전 검사는 돈 문제를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였던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보고하고 사의를 표했지만, 김 총장이 “이 위기만 넘어가면 승승장구할 수 있는데 사직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어떻게든 돈 구해서 막고 사태를 수습하라”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 조직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는 황운하 경찰대 교수부장은 “검찰이라는 조직은 자신들은 부와 경력과 명예를 99%의 사람들과 차원이 다르게 향유해야 한다는 특권의식을 가지고 있다”면서 “김수남 총장이 ‘니가 특수 3부장만 하고 나가기만 해 봐라. 나가면 수십억원을 순식간에 벌어들이는데. 니가 어디다가 살짝 힌트만 갖다 줘 봐라. 너한테 돈을 갖다 주려는 사람이 줄을 섰다. 그까짓 몇 억 때문에 그걸 그만둬? 이건 경제논리에도 안 맞는 거다’ 이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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