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수사 타깃, 왜 서미경으로 옮겨갔나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6.09.26 10:44
  • 호수 140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씨 계속되는 소환 요구에 불응하자 전 재산 압류, 롯데 경영권 영향 미칠 수 있어 행보 주목

지난 9월20일 서울중앙지검 15층 특수4부 조사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곳에서 소환조사를 받았다. 신 회장은 계열사 간 부당 자산 거래와 부당 급여 수령, 총수 일가 관련 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2000여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비자금 조성 등에 신 회장이 개입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조서 내용만 160페이지에 달했다. 신 회장은 사실관계를 대부분 시인했다. 하지만 범행을 지시하거나 가담한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시간에 달하는 마라톤 조사는 21일 자정이 되자 사실상 끝났다. 하지만 이후에도 신 회장은 4시간을 더 조사실에 머물러야 했다. 조서를 열람하는 데 4시간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한국어가 서툴러서가 아니다. 160페이지에 달하는 조서를 단순히 확인하는 데만 4시간이나 걸린 것이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동행한 김앤장 변호사가 신 회장에게 조서를 일일이 읽어주고 확인을 받았다. 조사를 받을 때도 질문을 다시 확인하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서미경씨 © 더팩트 제공


신 회장, 160페이지 조서 확인만 4시간 걸려 

 

신동빈 회장의 소환조사를 마지막으로 롯데 비자금 수사 역시 사실상 종착역으로 치닫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오너 일가 5명의 동반 기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장녀인 신영자 이사장은 7월말 면세점 입점 대가로 업체들에서 뒷돈을 받고 회삿돈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이후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 서미경씨와 신유미 호텔롯데 고문(서씨의 딸) 등이 차례로 조사를 받거나 조사 선상에 이름을 올렸다. 신 전 부회장과 신 고문의 경우 롯데 계열사 7~8곳에 등기이사로 이름만 걸어놓고 10년간 각각 400여억원과 100여억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 총괄회장과 서미경씨는 수천억원의 증여세 탈루와 탈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적발된 재벌 총수 일가의 탈루 규모로는 역대 최대여서 기소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현재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신동빈 회장이다. 검찰이 신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여부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 수사팀은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수뇌부들의 셈법은 조금 달랐다. 롯데가 재계 서열 5위이고, 유통기업이어서 신 회장 구속 이후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롯데그룹은 아직까지 형제간 분쟁이 진행 중이다. 장남과 차남의 경영권 분쟁이 2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안 그래도 혼란한 롯데의 경영이 검찰수사로 더욱 불안정해졌다. 그룹 2인자인 이인원 부회장은 8월26일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신 회장을 구속시킬 경우 롯데그룹이 일본에 넘어갈 수 있다는 점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기소 범위를 고려할 때 이번은 특수하다. 범죄가 별개라서 한 쪽이 용서받을 수 없는 구조”라며 “형제간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신 회장만 구속하는 데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이 최근 일본에 도피해 있는 서미경씨를 상대로 파상 공세를 퍼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씨가 현재 국내에 보유한 부동산만 1800억원대에 달한다.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도 3% 넘게 보유하고 있다. 딸인 신유미 호텔롯데 고문의 지분까지 합하면 6.2%에 달한다. 일본뿐 아니라 한국 롯데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이다. 

 

때문에 검찰은 그동안 서씨에게 여러 차례 자진 입국을 유도했다. 그럼에도 서씨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자 강제 조치에 나섰다. 우선 법무부 및 외교부와 공조해 여권 무효 절차에 착수했다. 한국 여권이 말소되면 서씨는 불법 체류자 신세로 전락하면서 강제 추방 대상이 되는 것이다. 아울러 국세청과 함께 서씨의 재산에 대해서도 압류 조치에 들어갔다. 일종의 ‘괘씸죄’까지 덧붙여진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회 지도층이 먼저 대한민국 법을 준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롯데 일가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일본에 들어가서 안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범죄인 인도 절차를 일본 사법 당국에 요청할지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이 재일교포 출신인 데다, 서씨 역시 일본을 오가며 현지 인맥과 기반을 쌓았다. 무엇보다 서씨의 사위, 즉 신 고문의 남편이 일본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 기반과 지인이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서씨 모녀의 일본 체류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이를 알면서도 검찰이 서씨를 상대로 강공을 취한 데는 신 회장에 대한 불구속 기소를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얘기도 검찰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9월20일 20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롯데 골프장 사드 후보지 거론 시기도 의문

 

신동빈 회장의 검찰 출석을 앞두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제3 후보지로 롯데 계열사가 보유한 성주CC가 거론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주요 언론은 최근 “사드의 제3 후보지로 사실상 롯데 골프장이 낙점됐다”고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롯데 측은 관련 보도에 반발했다. “아직까지 정부로부터 어떤 요청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롯데는 지난해 중국 관련 매출이 6조원대에 이른다. 롯데백화점과 롯데호텔, 롯데월드 등 주요 계열사들이 ‘유커(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중국이 반발하고 있는 사드를 계열사 소유의 골프장에 배치할 경우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는 사실상 성주CC에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성주CC가 사드의 최적지”라고까지 말했다. 때문에 사드 배치를 두고 정부와 롯데그룹 간에 이면 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도 9월20일 정부 및 군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국방부가 성주골프장을 사드의 대체부지로 사실상 낙점했다”며 “군은 일찌감치 일정을 정해 놓고 골프장 소유주인 롯데 측과 물밑 협의를 벌여왔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