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권력이동④] ‘아! 옛날이여’ 지상파 뉴스의 몰락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9.21 10:21
  • 호수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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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MBC ‘주춤’, JTBC ‘손석희 날개’ 달고 ‘훨훨’…전문가 ‘뉴스룸 메기 효과’ 주목

지상파 뉴스의 처지가 말이 아니다. 과거 저녁시간대 리모컨을 지배하던 지상파 간판 뉴스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크게 주저앉았다. 공고하던 지상파 뉴스 카르텔에 금을 낸 것은 종합편성채널 JTBC다. 지상파 뉴스가 이념 논쟁과 내부 갈등에 휘말리며 색(色)을 잃어버린 사이, JTBC를 비롯한 종편 뉴스는 마니아층을 흡수하면서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시청자의 마음을 다시 움직일 변곡점을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상파 뉴스의 몰락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잿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 시사저널 미술팀


 

시청률·신뢰도에서 JTBC에 밀린 지상파


“안 봐. 온통 다 ‘빨갱이 얘기’고 거짓말 같아.”(최화종·68) “아니요, 처음으로 뉴스 보게 된 이유가 손석희 앵커 때문인데요.”(김민아·22)


9월19일 종로 탑골공원에서 만난 두 시민은 ‘지상파 뉴스를 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나이도 성별도 달랐지만 대답은 같았다. 이날 점심시간을 맞아 종로 일대에 나온 직장인부터 학생, 노인 등 50명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 결과, 이들 중 절반이 넘는 34명이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이유는 가지각색이었으나 노인의 찡그린 미간과 대학생의 갸우뚱한 표정에서 시청자들의 민심이 묻어났다. 


실제 지상파 뉴스를 선호하던 시청자들 중 상당수가 최근 들어 종편으로 ‘환승’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방송업계에선 뉴스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그만큼 시청률 변화 양상이 심상치 않아서다.


‘뉴스의 절대강자’로 불리던 KBS는 옛 명성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한때 30%(2012년 8월)를 웃돌던 뉴스 시청률은 반 토막 난 지 오래다. KBS의 간판 프로그램인 《뉴스9》의 올해 상반기(1~6월) 평균 시청률은 13%로, 지난해 같은 기간(16.5%)과 비교해 3.5%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4월 양승동 KBS 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밝힌 “취재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인적쇄신을 통해 새로운 KBS를 만들겠다”던 포부가 아직 현실화하지 못한 셈이다.


MBC 뉴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최승호 MBC 사장은 같은 달 《뉴스데스크》 앵커를 박성호·손정은 앵커로 전격 교체했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정치색’을 뺀 공정한 뉴스를 약속했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진 못했다. MBC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기존 5%대에서 3%대로 곤두박질쳤고, MBC는 7개월 만인 7월16일 다시 남녀 앵커를 왕종명·이재은으로 바꿨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MBC 《뉴스데스크》의 7월 평균 시청률(주말 제외)은 3.39%를 찍으며 2017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JTBC 뉴스는 조용한 상승세를 보였다. ‘종편 뉴스는 지상파를 이길 수 없다’던 불문율을 깨뜨렸다. 일례로 지난 8월8일 오후 방송된 JTBC 《뉴스룸》의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기준 5.4%를 기록했는데, 같은 날 MBC 《뉴스데스크》는 3.4%의 저조한 시청률을 보였다. 이날 KBS 《뉴스9》의 시청률은 12.8%, SBS 《뉴스8》의 시청률은 4.1%였다. 이 같은 시청률 경향은 어느 한 날이 아닌, 올해 전반에 걸쳐 이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JTBC는 올해 시사저널의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언론 매체 조사 신뢰도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JTBC는 신뢰도 부문에서 43.9%의 지목률을 얻으며, 14%의 지목률을 기록한 KBS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쉽게 말해 특정 사건이 터졌을 때 시청자들은 지상파보다 JTBC의 보도에 더 큰 신뢰를 보낸다는 얘기다.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뉴스룸》에서 앵커브리핑을 하고 있다. ⓒ JTBC 화면캡처

 

‘손석희 파워’ 없는 지상파, 반등 가능할까 


지상파 뉴스의 추락을 예견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 들어 지상파 뉴스가 앵커 교체를 비롯한 반전 카드를 연이어 빼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제 7년 차에 접어든 ‘새내기 보도채널’ JTBC에 추격을 허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JTBC가 연이어 터뜨렸던 ‘줄특종’이 일종의 변곡점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를 낳은 것은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의 존재다. 오랜 기간 MBC 간판 앵커로 활약했던 손 사장은 2013년 JTBC로 자리를 옮긴 후 영향력이 더 확대되는 모습이다. 앵커 브리핑과 인터뷰만으로 화제를 낳는 손 사장은 미국 CNN의 간판 앵커인 앤더슨 쿠퍼를 연상케 한다. 사실상 국내 전 방송사를 통틀어 팬덤을 형성한 앵커는 손 사장이 유일하다. 손 사장은 지난 9월10일 시사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JTBC 《뉴스룸》의 인기 비결에 대해 “정권이 바뀌고 JTBC를 공격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도 “JTBC는 팩트를 추구하고 있을 뿐이다. 언론의 기본에 충실한 매체가 JTBC”라고 강조했다.


영향력이 추락하면서 지상파 보도국 내부에서는 잡음이 일고 있다. KBS 공영노조는 지난 5월11일 성명을 내고 “살아 있는 권력을 감시하기는커녕 권력을 미화하고 선전하는 데 앞장설 때부터 시청률 하락은 예견된 것”이라며 경영진을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MBC 기자는 “뉴스를 만드는 생산자 입장에서 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 어쩌면 지난 정권에서 읽어버린 신뢰를 단번에 되찾겠다는 생각 자체가 욕심일 것”이라며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기자들의 사기가 많이 저하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상파 방송의 위기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다만 JTBC 뉴스의 선전(善戰)이 국내 방송가와 시청자에게는 득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JTBC 뉴스가 국내 뉴스의 질을 끌어올리는 ‘메기 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얘기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시청자는 채널을 고정시키면 계속 보는 경향이 있다. 지상파 내부에서 잡음이 계속 나오는 것도 문제”라며 “신뢰라는 것은 확 바뀔 수 없는 것이기에 결국 방송사들 간 장기적인 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지상파가 JTBC의 존재 자체를 큰 자극제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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