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권력이동⑤] ‘빨간 콘텐츠’ 난무하는 유튜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8.09.21 10:31
  • 호수 15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년간 방심위 규제 1건… 가짜 뉴스, 선정적 영상 버젓이 돌아다니는데도 짬짜미 규제

반칙이 난무하는데 레드카드는 보이지 않는다. ‘유튜브’ 얘기다. 뛰는 선수들은 많은데 심판은 없는 상황. 최근 보수 논객들을 등에 업고 실버 세대까지 사로잡은 유튜브에는 하루에도 새로운 영상이 300~500시간 분량 올라온다. 그러나 이용자가 많은 만큼 잡음도 크다. 부적절한 콘텐츠가 제대로 걸러지지 않아서다. 유튜브는 문제 있는 영상을 자율적으로 규제한다는 입장이지만, 강도 높은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 시사저널 포토·freepik


 

2500만명 이용하는 유튜브서 34% “가짜 뉴스 봤다”

 

유튜브에선 거짓이나 혐오 표현, 선정적 내용을 담은 영상이 인기를 끄는 경우가 많다. 9월19일 오후 5시, 유튜브가 지정한 ‘인기 급상승 동영상(조회 수 증가율 등에 따라 집계)’ 목록엔 문재인 대통령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내용을 뉴스 형식으로 전한 영상이 4위에 올랐다. 이 영상은 공개된 지 22시간 만에 조회 수 24만 회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밖에 유튜브에선 과도한 혐오 표현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규제를 받은 1인 방송의 콘텐츠가 버젓이 인기 순위에 오르기도 하고, 저작권이 있는 영상을 무단으로 도용한 콘텐츠가 발견되기도 한다.

 

특히 유튜브 속 가짜 뉴스로 인한 문제는 꾸준히 제기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 남녀 1218명 중 73.8%가 “우리 사회에서 유튜브를 통한 가짜 뉴스 문제점은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다. 또 34%는 “유튜브에서 가짜 뉴스로 판단되는 영상을 봤다”고 답했다. 

 

가짜 뉴스 신고 내역에서도 유튜브 링크 등 영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하다. 더불어민주당 가짜뉴스 신고센터 관계자는 “최초 접수를 받은 1월8일부터 열흘간 집계한 3300건 중 유튜브 등의 영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20%”라고 밝혔다.

 

텍스트보다 영상이 더 쉽게 믿어진다는 점에서 유튜브의 파급력은 심각한 수준이다. 앞선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에 따르면, 같은 설문 대상 중 31.4%가 “동영상 형태를 가장 신뢰할 수 있다”고 답했다(사진·그래픽 36.6%, 텍스트 29.4%, 음성 2.5%). 올해 6월 기준 국내 유튜브 이용자 수가 2500만여 명(닐슨코리안클릭)인 걸 감안하면, 유튜브 속 가짜 뉴스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사람이 상당히 많은 셈이다.

 

ⓒ 시사저널 미술팀


 

같은 BJ인데 아프리카TV는 ‘규제’ 유튜브는 ‘활개’

 

문제는 다른 영상 채널에 비해 유튜브가 방심위의 심의를 받은 건수가 적다는 점이다. 방심위에 따르면, 2016년에서 2018년 8월까지 심의를 거친 유튜브 영상 전체 96건 중 제재를 받은 건 1건에 불과했다. 반면 아프리카TV, 팝콘TV 등 다른 인터넷방송 채널은 같은 기간 심의를 받은 1467건 중 544건에 대해 시정을 요구받았다. 

 

가령 개인 인터넷방송 진행자(BJ) 철구의 경우, 아프리카TV와 유튜브 채널에서 활동하고 있다. 방심위는 9월14일 BJ 철구가 지나친 욕설을 사용해 ‘이용정지 7일’의 시정요구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규제는 아프리카TV에만 해당했다. 같은 날 유튜브에 올라온 철구의 영상 중 일부는 조회 수 30만 회를 넘겼다. 

 

이에 대해 방심위 관계자는 “다른 인터넷방송은 실시간으로 기록이 남는 데 반해, 유튜브는 영상이 올라오기까지 시차가 있다. 방심위가 제재하기 전에 유튜브가 자체적으로 신고를 처리하고 있어 건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유튜브는 자율적으로 콘텐츠를 관리하고 있다. 구글이 공개한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4월부터 6월까지 유튜브가 자체적으로 삭제한 영상은 779만여 건이다. 그러나 그중 한국의 수치를 특정할 순 없다. 한국 유튜브는 내부 정책상의 이유로 콘텐츠 신고 건수를 공개하지 않는다. 내부 정책이 무엇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같은 기간 접수된 신고 횟수 순위에서 한국은 9위에 올랐다.

 

반면 독일의 경우 관련법에 따라 콘텐츠 신고 건수와 삭제 비율을 명확히 알 수 있다. 2017년 10월 발효된 ‘네트워크 시행법’에 따르면, 200만 명 넘게 이용하는 SNS에서는 명확한 불법 콘텐츠라면 하루 이내에,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경우 7일 이내에 삭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에 따라 2018년 1월부터 6월까지 독일 유튜브엔 21만여 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그중 5만8000여 건이 삭제됐다. 이 중 41%가 혐오 표현이나 정치적 극단주의를 보여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고, 뒤를 이어 명예훼손이나 모욕이 18%, 성적 콘텐츠가 12%를 차지했다.

 

 

정부·여당이 보수 여론 길들인다?

 

이에 국내에서도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심의를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엔 한국 유튜브에 보수 논객 구독자가 증가하는 세태와 맞물리면서, 정부·여당이 입맛에 맞지 않는 여론을 통제하려 한다는 인식도 생겨났다. 이에 대해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논설고문은 ‘유튜브가 가짜 뉴스라고?’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유튜브를 규제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여당의 방송장악 속내가 빤히 보인다”고 했다. 해당 영상은 14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러한 비판에도 유튜브를 향한 규제 법안은 잇달아 발의되고 있다. 지난 9월3일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송법,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유튜브 등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OTT)을 방송사업자로 규정해 평가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이다. 이외에도 국회 언론공정성실현모임은 지난 8월24일 공청회를 열어 OTT 사업자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전부개정안 초안을 공개했다. 해당 법안은 공청회를 수차례 더 거쳐 최종 발의될 전망이다.​ 

 

 

※‘미디어 권력이동’ 특집 연관기사


[미디어 권력이동①] 유튜브 1인 미디어, 보수 중·노년층 흡수 급성장


[미디어 권력이동②] “제도권 뉴스 편향으로 대안언론 선택한다”


[미디어 권력이동③] “대안언론, 한계 뚜렷하다”


[미디어 권력이동④] ‘아! 옛날이여’ 지상파 뉴스의 몰락


[미디어 권력이동⑥] 넷플릭스·유튜브가 뒤흔드는 콘텐츠 생태계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