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엑스 여행기 담은 김소담 작가 《모모야 어디 가?》
  •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9.21 13:22
  • 호수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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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를 찾은 모모의 여행 이야기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공평하다. 거리의 걸인에게도, 세계의 금융을 흔드는 로스차일드의 후예들에게도 같은 조건으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시간을 누리는 것은 차이가 크다. 결국 가진 자들은 못 가진 자들의 시간을 사용해 그들의 편리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큰 모습으로 보면 현대 자본주의가 돌아가는 동력도 그 속에 존재한다. 이런 현실을 가장 동화적으로 꾸며낸 사람이 《모모》의 작가 미하엘 엔데다. 그는 사람들에게서 시간을 빼앗아가는 회색신사 집단으로 인해 시간을 저축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쫓겨 강퍅해지고 피폐해지는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 세상을 떠나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그런데 한 여성이 회색신사 집단의 굴레로부터 벗어나 낯선 세계로 길을 나섰다. 그녀의 애칭 또한 그 길로 이끌어준 멘토를 기리기 위해 ‘모모’라고 부른다. 《모모야 어디 가?》라는 첫 책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온 김소담씨는 세상으로 나설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스스로 길을 개척하며 살았던 아버지를 비롯해 가족 모두가 모모가 되기에 충분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가을이 찾아오는 길목에서 여정의 중간에 있는 작가를 홍대 근처에서 만났다.

 

《모모야 어디 가?》 김소담 지음· 정은문고 펴냄· 344쪽· 1만5500원 ⓒ 조창완 제공

 

재능기부 하고 숙식 제공받는 ‘헬프엑스’


작가도 처음부터 길 위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외국계 기업 커리어우먼’으로 조신하게 살던 그녀는 스물일곱 살 가을을 버티지 못했다. 그녀에게도 찾아오는 회색신사의 음습한 공포가 체감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마음껏 세상을 떠돌 만큼 윤택하지 않았고, ‘남들은’이라는 말로 시작되는 주위의 시선도 피할 수 없었다. 그런데 작가에게 희망을 준 것은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작가에게 선물한 책에는 ‘장사꾼의 가슴이 아니라 가슴을 가진 장사꾼을 위하여’라는 문구가 씌어 있었다. 


작가는 용기를 갖고 세상을 향한 길을 찾았다. 그때 다가온 것이 ‘헬프엑스(HELPx)’라는 여행법이었다. 워킹홀리데이나 우프 등은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졌지만 이 방식은 그렇지 않았다. 여행자가 요리, 재봉, 목공 등 재능을 기부하고, 대신에 숙식을 제공받으면서 2~3주를 한곳에서 머무는 식이다. 하루 5시간가량 일하는 만큼, 남은 시간이나 주말을 이용해 한 지역을 체험할 수 있는 여행 프로그램이지만 낯선 외국 가정에서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생활하는 만큼 기존 여행과는 완전히 다른 패턴이다. 


이 여행 방식을 안 작가는 관심이 있던 요리와 초청자가 필요로 하는 재봉을 기초 재료로 먼저 이탈리아로 떠났다. 우연하게 작가의 옆에는 갇히는 것을 두려워하는 중년 여성 무무가 같이했다. 자기도 지키기 쉽지 않은데, 큰 짐인 셈이지만 혼자 하는 여행과 달리 둘이 하는 여행도 색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작가가 첫 호스트로 인연을 맺은 것은 이탈리아 벽촌에 사는 교사 오리에타의 가족이었다. 엔지니어로 일하는 남편과 천방지축 두 아이가 가정을 이루는 그 집을 통해 작가는 여행하는 참 맛을 느끼기 시작했다. 


“헬프엑스의 핵심은 ‘관계’입니다. 한곳에서 오랜 기간 음식과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산다’는 것은 서서히 쌓이는 신뢰를 의미하고, 서서히 만들어지는 관계를 의미합니다. 그렇게 되면 호스트는 저라는 사람을 그들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초대합니다. 그들이 이미 갖고 있는 네트워크에서 저라는 사람의 신원을 ‘보증’해 주고, 소개해 주죠. 그럴 때 저는 평범한 여행자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봅니다.”


두 번째 호스트는 이제 국립공원이 돼 더 이상 이웃이 생기지 않는, 숲속의 작은 성에서 사는 독특한 시인 제니였다. 이후 영국·독일·스페인에서 다섯 가족과 128일을 같이했다. 흥미로운 일도 많지만 영국에서 만난 바네사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앨리스의 증손녀로 작가로 활동하는 상황에서 만나기도 했다. 


헬프엑스 여행은 그 방식에서 알 수 있듯이 ‘복불복게임’처럼 만나는 호스트에 따라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다. 다행히 세상이 넓은 만큼 호스트도 많다. 작가는 프랑스에만 2500여 호스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대 후반 여성으로 낯선 가족에 끼인다는 게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호스트의 사진이나 정보를 꼼꼼히 살펴서 최대한 안전한 곳을 찾았다. 그녀는 무엇보다 공포보다는 용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행에서 발견한 파랑새 “겁내지 말고 도전”


“세 번째 호스트가 살았던 런던의 공동체 마을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각 나라의 호스트들을 ‘살면서 지켜본 결과’, 제가 궁금해했고 보고자 했던 행복의 ‘비밀’ 같은 걸 어렴풋이 알게 됐지요. 그건, 지금이 순간이며 영원한 것이 아님을 깨닫고, 주변에 ‘정을 붙이고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정작 돌아와서 내 주변의 이웃, 사회, 자연환경이 달리 보이더라고요.”


작가를 처음 이끈 것이 모모였다면, 그 여행을 통해 얻은 것은 먼 곳을 헤매다가 돌아와 파랑새를 발견한 틸틸과 미틸처럼 행복은 옆에 있을 수 있다는 가치였다. 그 길은 자신이 사는 성미산 마을을 비롯해 어느 곳도 아름다운 이웃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했다. 여행 후 돌아온 작가는 우연한 기회를 얻어 그 길을 책으로 출간하는 한편, 자신이 깨달은 ‘몸을 쓰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레스토랑 직원, 협동조합 게스트하우스 매니저, 베이커리 카페 매니저 겸 바리스타 등을 경험하면서 더 넓은 생존의 방식도 찾아가고 있다. 물론 다음 여행을 위한 호스트 찾는 일도 가장 큰 생활 요소 중 하나다. 


헬프엑스는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 독특한 여행 방식이지만 당연히 언어의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영어 등 외국어가 돼야만 쉽게 호스트 속에 녹아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워킹 홀리데이나 우프에 필요한 비자나 비용 등에 있어서는 휠씬 자유롭다. 이 책에서도 후반에 헬프엑스에 관한 다양한 팁을 소개했다. 얼마일지 모르지만 당분간은 작가가 국내에서 헬프엑스 전도사가 될 것인데, 작가는 “겁내지 말고 도전하라”고 말한다. 


“사무직 일만 해서 ‘내가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생각했던 저 같은 사람도 떠났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거칠게 말하면, ‘그냥 옆에 있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될 때도 있답니다. 팔다리가 튼튼하면 심지어 ‘정원 가꾸기’도 할 수 있잖아요. 내가 도움이 된다는 경험은 ‘자존감’을 높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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