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간 주도?…文정부, ‘북한 나무심기’ 사업에 관변단체 참여 강요
  • 조해수·유지만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9.01.2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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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군 이사회 녹취파일 단독 입수
김진호 회장 “정부, 향군·자총·새마을·평통 참여 결정”

문재인 정부가 관변단체를 압박해 북한 나무심기사업에 이들 단체들을 대거 동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는 지금까지 북한 나무심기 사업은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서 진행 된다고 강조해 왔다. 문재인 정부의 관변단체 동원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적폐와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이하 향군)는 지난 114130분 향군회관에서 2019년도 1차 이사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김진호 향군 회장을 비롯해 재적이사 43명 중 25명이 참석했다. 시사저널은 이사회 녹음 파일을 단독 입수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월16일  '국민과 함께하는 숲 속의 한반도 만들기 심포지엄'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1월16일  '국민과 함께하는 숲 속의 한반도 만들기 심포지엄'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녹음 파일에 따르면, 김 회장은 “116일 내일모레, 총리 주관의 북한에 나무 심어주기 심포지엄을 한다면서 그런데 정부에서는 이 북한 나무 심어주기에 대한민국의 가장 큰 안보 단체인 향군이 참여해주기를 완곡하게 요청을 해서 재향군인회, 자유총연맹(이하 자총) 그 다음에 새마을중앙회(이하 새마을) 그 다음에 평통(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4개 기관이 참여하도록 결정을 했었다고 밝혔다.

실제 116일 서울시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숲 속의 한반도 만들기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산림청이 주관했으며, 이낙연 국무총리가 개회사를 맡았다. 김진호 회장, 박종환 자총 총재, 정성헌 새마을 회장, 김덕룡 평통 수석부의장 등 김 회장이 언급한 4개 단체의 수뇌부가 모두 참석했다.

 

정부 국가 주도 아닌 민간 주도 사업

김재현 산림청장은 심포지엄에서 앞으로 숲속의 한반도 만들기 국민 캠페인에 참여를 희망하는 단체와 업무협약을 맺어 국민 공감대와 참여를 바탕으로 남북 산림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민간이 주도하는 사업 모델로 북한 나무심기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북한 나무심기 사업이 과거에 국가 주도로 이뤄졌다면 이번에는 민간이 주도하는 것이 달라진 점이라면서 심포지엄으로 북한 나무심기 사업에 첫발을 뗀 것이다. 아직 정식으로 산림청에 신청하거나 등록한 단체는 없다고 밝혔다.

2018년 11월28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참전ㆍ친목단체장 초청 간담회에서 김진호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11월28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참전ㆍ친목단체장 초청 간담회에서 김진호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회장은 이사회에서 그래서 저희 이 보도가 나온 다음에 산림청장한테 우리 못 한다그랬다. ‘우리는 못 한다. 이렇게 비리, 빚에 쪼들리고, 비리에 있는 조직이 이런 데 참여하게 되면 니들 하는 사업 자체에도 투명성이 보장 안 되고, 또 나는 우리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회원들에게 빚 많은데 무슨 북한에 나무 심어주기입니까라는 부정적인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이번에 참여 못 한다라고 했다. 제가 3일 전에라고 말했다.

국가보훈처는 18, 향군의 각종 비리를 없애고 수천억원에 이르는 부채를 줄이기 위한 권고안을 내놨다. 김 회장이 언급한 보도란 이를 말한다. 향군의 재정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2017년 말 기준으로 부채가 5530억원에 이른다. 향군 관계자는 부채가 이렇게 많은 상황에서 북한 나무심기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재정상태가 더 나빠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향군 정부, 참여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

김진호 회장은 정부는 지금 굉장히 이거 가지고 저희한테, 이거는 시민 사회단체나 이런 쪽에서 잘못 보도된 거기 때문에 이거와 관계없이 참여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을 하는데. 그래서 이러한 문제를 산림청장이 아마 총리께도 다 보고를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총리실에서 완곡하게 이거를 참여 해 달라라는 그런 요청을 받았는데라면서 그런 거와 관계없이 앞으로 저희는 정부 정책이 옳으면 지지하고, 그렇지 않으면 아니다, 아니다, 반대한다라는 입장을 이번에 판정을 해야 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이와 같은 결심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다른 단체에서는 이미 북한 나무심기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박종환 총재가 이끄는 자총은 110한반도 숲가꾸기 중앙추진단현판식을 갖고 북한 나무심기 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새마을 역시 양묘장 건설 등 북한 나무심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총과 새마을 측은 정부의 참여 강요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면서 자발적인 참여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관변단체는 정부에 의해 지원·육성되는 단체로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특히 관변단체 동원이 많았다.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관변단체는 과거 독재정권에서 국민을 통제하고 계도하겠다는 발상으로 설립된 단체들이라면서 관변단체가 왜 존재해야 하며,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한 국가재정으로 관변단체의 운영을 지원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역시 다르지 않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와 관련해 향군 관계자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들을 정권의 나팔수로 여기는 시각부터 없애야 한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티끌만 탓하는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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