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드렸는데 ‘전치 3주?’… 상해진단서의 맹점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1.2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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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김웅 폭행 의혹’ 쉽게 판단하기 힘든 이유… “실제 피해와 구분해볼 필요 있다”


손석희 JTBC 대표의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49)에 대한 폭행 의혹에 대해 경찰이 1월28일 정식 수사에 들어갔다. 김씨는 “얼굴을 두 차례 폭행당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손 대표는 “‘정신 좀 차려라’면서 손으로 툭툭 건드린 게 전부”라고 반박했다. 이에 김씨는 손 대표에게 맞았다는 근거로 전치 3주의 상해진단서 사본 등 자료를 경찰에 제출했다. 하지만 아직 의혹의 사실 여부를 판단하긴 이르다.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지상파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미리 확보해 방송에 인용한 혐의(부정경쟁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위반)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마친 손석희 JTBC 사장이 2016년 3월9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지상파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미리 확보해 방송에 인용한 혐의(부정경쟁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위반)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마친 손석희 JTBC 사장이 2016년 3월9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전치 3주 상해’는 말 그대로 다 낫는 데 3주가 걸리는 상처다. 지난해 9월 가수 구하라의 전 남자친구가 “구하라에게 폭행당했다”며 공개한 상해진단서가 전치 3주짜리다. 여기엔 ‘안면부 깊은 손톱 할큄’ ‘목, 등, 우측 팔꿈치 할큄’ ‘전신타박상’ 등이 적혀 있었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가정의학과 전문의)은 1월28일 “전치 3주는 가볍게 볼 상해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의협의 ‘진단서 증 작성·교부 지침’에 의하면, 피부가 심하게 찢어지거나 깊은 타박상을 입었을 경우 전치 3주 진단이 내려진다. 손가락이나 발가락의 힘줄이 약하게 파열됐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손 대표가 실제 김씨에게 이에 준하는 상처를 입혔다면 형사처벌을 피하기 힘들다. 형사재판 양형기준에 전치 기간에 따른 처벌 수위가 규정돼있는 건 아니다. 다만 과거 판례에 따르면, 전치 3주 상해죄가 인정돼 벌금 200만~300만원이 선고된 사례가 있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진단서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다. 박 대변인은 “상해진단서는 환자의 상해 정도에 대한 의사의 임상적 의견만을 적은 문서”라며 “경찰이 유죄 여부를 밝힐 때는 진단서와 함께 피해자의 진술서 등 다른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한다”고 말했다. 진단서가 유죄의 결정적 증거는 아닌 셈이다.  

맹점은 또 있다. 김씨는 경찰에 신고할 때 “손 대표에게 얼굴을 두 차례 맞았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맞아서 단순히 멍이 든 것이라면 특별히 치료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피해자가 진단서를 원하면 치료 기간이 2주일 수 있다. ‘치료’할 수 없는데 ‘치료 기간’은 2주란 뜻이다. 의협 지침은 이와 관련해 “손상이 있으면 무조건 치료 기간을 1주 이상 기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진단서가 있어도 상처가 너무 미미하면 처벌을 내릴 수 없다는 판례도 있다. 2015년 대법원은 전치 2주로 진단받은 뺑소니 사고에 관해 “‘상해’로 평가될 수 없을 정도의 극히 하찮은 상처로 굳이 치료가 필요 없다”며 가해자를 무죄 판결한 바 있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전치 3주 진단서는 확실히 2주보다 더 꼼꼼한 법적 검토를 요구한다”며 “하지만 엄연히 실제 피해와는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결국 이번 사건에서 관건은 폭행피해를 주장하는 김씨의 실제 상해 정도가 될 것이란 추측이 제기된다. 또 해당 상해를 입힌 사람이 손 대표라는 걸 입증해야 하는 부분도 남아 있다. 

김씨는 상해진단서와 함께 영상파일과 녹취록도 경찰에 증거로 제출했다. 다만 그가 언론을 통해 공개한 영상엔 폭행 장면이 담겨 있지 않다. 또 언론에 나온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가 “폭행 사실 인정하고 사과하신 거죠?”라고 따져 묻자 손 대표로 추정되는 남성이 “그래. 그게 아팠다면 폭행이고 사과할게”라고 말한다. 그 외에 폭행이 일어났다고 알려진 서울 상암동 일식 주점엔 CCTV가 없었다고 한다. 목격자도 현재로선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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