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후폭풍③] “이걸(킹크랩) 하지 않으면 다음 대선도 또 질 것”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1 08:00
  • 호수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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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지사 1심 판결문으로 본 2017년 대선 ‘댓글 조작’

김경수 경남지사가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1월30일 법정 구속되자, 자유한국당(한국당) 등 야권에서는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의 정당성을 문제 삼고 있다. 김 지사가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 후보의 최측근이었기 때문에, 문 대통령도 댓글 조작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월31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김 지사의 댓글 조작 공모 사건은 민주화 이후 가장 심각한 불법 선거운동이고, 대규모 민주주의 파괴”라며 “지난 대선의 정당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제 문 대통령께서 답해 주셔야 한다”면서 특검 요구 가능성을 내비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판결문에서 김 지사가 대선 당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봤다. 다음은 A4용지 160페이지에 이르는 판결문 중 일부다.

피고인(김 지사)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신분으로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과정에서는 문재인 후보를 직접 수행하고 대변인 겸 정무특보로 활동하면서 대외 공보 역할을 하는 등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가 2017년 5월7일 산불 피해 이주민들이 머물고 있는 강원 강릉시 성산면 성산초등학교를 방문한 뒤 김경수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가 2017년 5월7일 산불 피해 이주민들이 머물고 있는 강원 강릉시 성산면 성산초등학교를 방문한 뒤 김경수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공모, 용기백배해서 경선과 대선에 임할 것”

재판부는 댓글 조작을 직접 실행한 김동원씨(일명 드루킹)가 만든 ‘경인선’이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의 선거운동을 위해 만들어졌음을 명확히 했다. 경인선은 ‘경공모’(경제공진화모임)의 인터넷 선플운동 조직을 줄인 말이다. 이후 2017년 대선 기간에 문재인 후보를 위한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 ‘경제도 사람이 먼저다’라는 뜻으로 변경됐다.

김동원은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 조직으로서 경인선을 조직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인선이 ‘비선 조직’이라는 점과 김 지사가 이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을 명확히 밝혔다.  

김동원이 2017. 1. 6. 피고인에게 전달한 ‘재벌개혁계획보고’ 문서에는 ‘경공모는 비선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문 후보님의 경공모 회원들에 대한 비공식적인 따뜻한 언급이 있다면 아마 경공모의 수천명 회원들은 용기백배해서 경선과 대선에 임할 것이며 신명을 다 바쳐서 경제시스템을 바꾸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는데 매진할 것임’이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바, 위 내용에 비추어 김동원은 경공모가 단순한 지지세력이 아니라 비선 조직이 될 것임을 자처하면서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위해 선거운동을 돕고 자신들이 추구하는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고자 한다는 점을 피고인에게 분명하게 표명하였고, 피고인 또한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댓글 순위 조작 프로그램(일명 킹크랩)’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김동원은 2016. 11. 9. 피고인에게 킹크랩 프로토타입 시연을 한 당시의 상황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이것을 하지 않으면 다음 대선에도 또 질 것입니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문제가 생기면 감옥에 가겠습니다, 다만 의원님의 허락이나 동의가 없다면 이것을 할 수 없습니다, 고개를 끄덕여서라도 허락해 주십시오’라고 말을 하니 피고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내가 ‘그럼 진행하겠습니다’라고 말하였다. 시연이 끝난 이후에 강의장을 나오면서 피고인이 나에게 ‘무슨 감옥에 가고 그래, 도의적 책임만 지면 되지, 뭘 이런 걸 보여주고 그러냐, 그냥 알아서 하지’라고 이야기를 하여서 피고인에게 ‘그러면 안 보신 걸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김 지사는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위해 킹크랩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고인은 2017. 6. 7.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국회 내 의원회관에서 김동원이 위와 같은 방법으로 경공모 조직을 이용하여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위하여 대선에서 선거운동을 하였고…

재판부는 김 지사와 김씨 관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피고인과 김동원 또는 경공모의 관계는 단순한 정치인과 지지세력의 관계를 넘어서 피고인은 더불어민주당 정권 창출 및 유지를 목적으로, 김동원은 피고인을 통하여 경공모가 추구하는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하여 상호 도움을 주고받음과 동시에 상호 의존하는 특별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 유도”

재판부는 대선 당시 김 지사가 김씨 측의 요구를 실제로 들어준 것으로 봤다. 문재인 후보의 기조연설문에 김씨 측의 주장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김동원은 이러한 내용이 기재된 ‘공동체(경공모)를 통한 재벌개혁계획보고’ 문서를 2017. 1. 6. 피고인에게 전달하여 그 내용이 피고인이 경공모 사무실을 세 번째로 방문한 날인 2017. 1. 10.경 있었던 문재인 후보의 기조연설문에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 점.

김씨 측이 요구한 인물을 선거대책위원회에 받아들이기도 했다. 

김동원은 2017. 3. 14.경 국회에서 피고인을 만나서 2017년 대선과 관련하여 문재인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라고 한다)에 윤평과 도두형을 추천해달라고 하였고, 이후 윤평은 2017. 4. 14.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법률인권특보로 임명을 받았다…피고인은 김동원의 부탁을 받고 윤평을 문재인 후보의 선거 캠프에 합류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으로 보인다. 윤평은 실제로 문재인 후보의 캠프에 합류하여 2017. 4. 4.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법률인권특보로 임명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대선은 물론 지방선거에서 왜곡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범죄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 댓글 순위 조작 범행은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등 국민이 직접 그 대표를 선출하기 위하여 의사를 표출하는 선거의 국면에서 특정한 정당이나 그 정당의 후보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유도하기 위하여 유권자의 진정한 의사가 아닌 기계적인 방법에 의하여 왜곡된 온라인 여론을 형성하려 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 위법성의 정도가 중대하다고 할 것이다…피고인은 김동원과 1년6개월이라는 장기간 동안 관계를 지속하면서 8만 건에 가까운 온라인 뉴스기사에 대하여 댓글 순위 조작 범행이 이루어지도록 하였으므로 그 범행의 기간이나 양에 있어서도 죄질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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