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익편취 블랙리스트’ 중심 선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9.03.20 11:00
  • 호수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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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개인회사, 해외 독점판매권 등에 업고 매출 수직상승

경제개혁연구소가 최근 ‘사익편취 회사를 통한 지배주주 일가의 부의 증식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엔 39개 대기업 오너 일가 중 일감 몰아주기와 회사기회유용 등 사익편취를 통한 부의 증가액이 50억원 이상이고, 수익률이 10% 이상인 95명의 이름이 담겼다. 부의 증가액은 지난해 주식 평가액에 배당금을 더한 뒤 최초 취득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계산됐다.

이번 ‘사익편취 블랙리스트’에는 유독 눈길을 끄는 인물이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다. 리스트 내 유일한 비(非)재벌가 출신이자 창업주로, 사익편취 규모 면에서 최상위권에 랭크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이은 3위(4조5000억원)다. 전체 사익편취액 증가분(35조8000억원)의 12.69%에 해당하는 액수다. 수익률 면에선 1위에 올랐다. 사익편취 행위로 인한 지분 가치 증가율이 무려 11만829%에 달했다. 서 회장의 사례는 대단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상속이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사익편취 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 회장이 스스로의 부를 증식시켜온 배경은 무엇일까. 일각에선 그룹 내 핵심사인 셀트리온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편법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서 회장 사익편취 논란의 중심에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있다. ‘서정진 회장→셀트리온홀딩스→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밖에 존재하는 회사다. 서 회장이 지분 35.57%를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셀트리온과는 지분 관계가 전무하다. 그러나 거래 관계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의 해외 판매를 전담하고 있다. 셀트리온이 연구·개발(R&D)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생산하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이를 판매하는 구조다. 사실상 양사는 ‘한 몸’에 가깝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사진)은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한 사익편취액이 4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시사저널 이종현·연합뉴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사진)은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한 사익편취액이 4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시사저널 이종현·연합뉴스

사익편취 논란 핵심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010년 순자산 40억원 남짓의 작은 기업이었다. 하지만 셀트리온 제품의 해외 독점판매권을 바탕으로 계속 사세를 확장했다. 특히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의 해외 판매가 본격화된 2013년부터 매출 증가세는 괄목할 만했다. 실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은 2014년 1964억원(영업이익 558억원)에서 2015년 2695억원(307억원), 2016년 7229억원(1514억원), 2017년 9231억원(1349억원) 등으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7135억원으로 전년 대비 22.5% 감소했다. 그러나 이는 해외 직판 시스템 구축을 위해 전략적으로 판매 물량을 감축한 결과로 해석된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순자산은 2017년 말 기준 1조7000억원대로 증가했다. 또 2017년 7월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며 시가총액은 10조원을 넘겼다. 그러면서 서 회장이 보유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가치도 4조5000억원까지 늘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이를 ‘회사기회유용을 통한 사익편취’로 판단했다. 직접 해외 판매 시 셀트리온의 몫이 됐을 수익을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넘겼다는 것이다.

결국 셀트리온 주주들의 이익이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들에게 이전되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그리고 그 최대 수혜자는 바로 서 회장이다. 경제개혁연구소 관계자는 “과세 없는 부의 승계와 축적은 근절돼야 할 행위”라며 “공정거래법상의 규제가 아닌, 상법상의 조문을 적용해 사익편취를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이에 대한 처벌조항을 마련해 모든 기업들의 사익편취를 금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구소 보고서에는 서 회장의 사례만 담겨 있다. 그러나 셀트리온그룹 내 사익편취 논란은 또 있다. 서 회장이 친인척이 운영하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것은 티에스이엔씨와 티에스이엔엠이다. 티에스이엔씨는 서 회장의 친인척인 박찬홍씨와 최승희씨가 지분을 각각 70%와 30% 보유하고 있는 환경설비 건설업체이다. 티에스이엔엠은 티에스이엔씨(60%)와 박찬홍씨(33%)가 지분 대부분을 소유한 환경설비 엔지니어링 서비스업체다. 사실상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인 셈이다.

두 회사는 전량에 가까운 매출을 셀트리온에 의존해 왔다. 티에스이엔씨의 경우 그나마 상황이 낫다. 그동안 셀트리온의 폐수처리장 운영관리업무를 도맡으며 90%대의 내부거래 비중을 유지해 오다 2017년 50.13%(31억원)로 낮아졌다. 하지만 티에스이엔엠은 내부거래 비중이 매년 100%였다. 2017년에도 셀트리온과 수의계약을 통해 수주한 시설관리업무(73억원)가 매출의 전부였다. 셀트리온그룹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지정’을 위한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하는 과정에서 두 회사를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사실이 적발돼 경고 처분을 받기도 했다.


합병 시 새로운 논란 불거질 가능성 있어

서 회장이 ‘사익편취’라는 불편한 꼬리표를 떼기 위한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일단 서 회장의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율을 공정거래법상 규제 범위(상장사 30%) 이하로 낮추거나,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간 거래관계를 청산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이 지목되고 있다. 양사 간 합병설은 셀트리온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와 사익편취 논란이 고개를 들 때마다 거론됐다. 그러나 셀트리온은 번번이 합병 계획이 없음을 밝혀왔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졌다. 올해 초 서 회장이 합병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다. 그는 주주들의 동의만 있으면 언제든 합병을 추진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만일 양사가 합병할 경우 서 회장은 일감 몰아주기와 사익편취 이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논란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셀트리온에 대한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편법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성장시켰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셀트리온 관계자는 “해외 판매 대행을 맡기기 위해 여러 글로벌 기업을 찾아다니며 모든 판권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모두 거절당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서 회장이 총대를 메고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설립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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