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때문에 진땀 뺀 김영록 전남지사
  • 전남 무안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3.2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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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군민들 ‘도민과의 대화’서 양파 가격 폭락 질의 쏟아져
김 지사 “가격폭락-산지폐기 악순환, 정답은 자율적 생산조정”

“채소가격 산지 폭락, 정답은 없지만 정답은 있다.”

김영록 전남지사가 3월 26일 오전 전남 무안군청에서 열린 ‘무안군민과의 대화’에서 한 말이다. ‘정답은 없다’는 이론과 달리 현실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것이고, ‘정답은 있다’는 양파 등 채소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답이 없지만 방법은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풍년의 역설’을 겪고 있는 채소농의 어려운 현실을 진단한 뒤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통해 균형가격을 찾아가는 경제원칙에 충실하자는 의중을 담은 것으로 읽힌다.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26일 오전 무안군청에서 도민과 대화하고 있다. 김산 무안군수, 이정운 무안군의회 의장, 이혜자 도의회 기획행정위원장, 나광국 도의원,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건의사항을 듣고 해결방안과 대안을 제시했다. ⓒ전남도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3월 26일 오전 무안군청에서 도민과 대화하고 있다. 김산 무안군수, 이정운 무안군의회 의장, 이혜자 도의회 기획행정위원장, 나광국 도의원,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건의사항을 듣고 해결방안과 대안을 제시했다. ⓒ전남도

김 지사는 이날 열린 ‘도민과의 대화’에서 일부 주민들로부터 양파 가격 폭락에 대해 집중 질의를 받으며 곤욕을 치렀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참석한 무안군 주민들의 질의와 민원이 쏟아져 나왔다. 질의는 양파 주산지인 무안군의 현실을 반영하듯 양파 가격 폭락에 따른 대책 마련 등에 집중됐다.

전남도와 농협, 일선 지자체는 올해 전남지역 조생양파 재배면적의 11.2%인 167㏊를 이달 15일까지 산지 폐기했다. 폐기에 대한 보전 비용은 평당 5922원으로, 전남도는 사업비 30억원을 투입했다. 이번 산지폐기에 전남에서는 양파밭 788㏊가 신청됐으며, 이 중 주산지인 무안지역이 42%인 330㏊를 차지했다.

양파가격 폭락에 따른 대책 마련 촉구는 이날 8명의 질의자 중 절반 이상이 거론할 정도로 뜨거운 주제였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무안군 해제면에 사는 김연수씨는 “농민들에게는 애써 키운 농산물을 갈아엎어야 하는 고통을 요구하고, 국가적으로는 막대한 낭비를 초래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정책은 정부의 농산물 수급정책의 실패가 가져온 결과”라고 현 상황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목이버섯을 무안의 대표적인 대체작목으로 적극 육성해달라고 건의했다.  

전남 해남군 산이면 상공리 배추 산지 폐기 장면 ⓒ시사저널 정성환
전남 해남군 산이면 상공리 배추 산지폐기 장면 ⓒ시사저널 정성환

홍백용 무안군양파생산자협의회 이사는 “무안군에서는 2년째 양파 산지폐기가 이뤄지고 있다”며 “폐기 과정에서 생산비도 못 건지고 있는 판에 폐기처분 단가에 농민 자부담 20%를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이 폐기처분 농민 자부담 20%(5920원)는 임시방편으로 무안군이 전액 부담했다.

그는 이어 “현재 전남의 양파·대파 생산농가는 31만5000여 농가다. 그런데도 전남도 전체 예산 7조3000억원 중 가격조정 긴급 자금은 10억원에 불과하다”며 “내년에는 (전남도가)예산을 대폭 늘려 선제적 조치에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마지막 질의자로 나선 정상철 무안군농민회장은 다소 이색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작년부터 배추, 무, 양파, 대파 등 월동채소 가격은 40% 이상 폭락하고 있는데도, 해당 농산물 수입은 오히려 늘고 있다며 이를 저지하는데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폐기만 능사가 아니다. 중국산 양파 수입의 마지노선은 kg당 800원으로 알고 있다”며 “양파 최저생산비가 1000원이니 (정부가) 200원을 직불금으로 지불해서 중국산 양파 수입을 막아야한다. 배추도 마찬가지다”고 했다. 

답변에 나선 김 지사는 ‘전국화된 농작물 산지폐기’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농민들의 생산자연합회 결성 등을 통한 자율적 생산량 조정을 강조했다. 

ⓒ전남도
ⓒ전남도

김 지사는 “전남도는 지난해부터 최소가격보장제를 조례로 제정해 시행하고 있고, 정부 또한 생산조정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공무원도 농민도 미온적인 것 같다”며 “(대파 등 가격 폭락 방지 대책이) 어디까지가 정답인지 모르겠지만 생산량을 사전에 조정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는 사후약방문식과 천수답식 대책보다는 사전에 과잉생산을 막는 것이 그나마 차선책으로 낫다는 논리다.

그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재직시) 양파·대파 등 품목별 직불제와 농가 직불제를 검토했으나 예산낭비라고 지목한 기재부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며 “쌀과 타 작목을 통합한 공개념의 직불제를 국가정책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무안도민과의 대화 후 몽탄특화농공단지 조성사업 현장을 돌아보고 오후에는 신안군청에서 도민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신안군 역시 관내에서 재배되는 시금치 가격이 폭락하면서 농민들이 산지폐기를 해야하는 고민을 안고 있다. 판로 확보에 실패한 상황에서 작황까지 좋지 않으면서 2018년과 비교할 때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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