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사건 6년 추적기④] 황교안은 정말 몰랐을까
  • 구민주·송창섭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03.25 07:55
  • 호수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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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차관과 황교안 대표의 복잡미묘한 관계
고교는 김학의가 , 사법연수원은 황교안이 선배
“黃은 金이 껄끄럽지만 무시하긴 어려웠을 것”

2013년 불거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원주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을 둘러싸고 여야가 6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 격렬한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소위 ‘김학의’ 사건에 대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4당은 연일 책임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사건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 한국당 의원 이름은 민주당 내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거론되고 있다. 법무차관 임명 논란에 있어 직제상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이 사건의 전말을 몰랐을 리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활용한 여권의 노림수는 ‘검찰 개혁 불가피성’과 ‘한국당과의 지지율 격차 다시 벌리기’ 등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권 권력 상층부의 추악한 도덕성과 이를 비호하려는 세력을 한데 묶어 이슈화하려는 것이다. 여권은 지난 정권 당시 고위 공직자 비리를 정권 차원에서 묵인하고 방조했으며 이 과정에서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채 덮으려 했던 무리수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건의 배후로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거론되고 있는 것도 여권으로선 호재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곽상도 민정수석이 2013년 7월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황교안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곽상도 민정수석이 2013년 7월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與, ‘김학의’로 검찰 개혁·지지율 상승 노려

민주당의 공세는 김 전 차관의 직속상관이었던 황 대표를 정조준하고 있다. 황 대표, 나아가 한국당 전체에 치명타를 입힐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4월3일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김학의·장자연 사건에 대해 ‘특권층 연루, 수사기관의 은폐·축소 정황이 있으므로 특검 도입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70%를 넘어섰다는 결과도 여권으로선 반가운 대목이다. 

물론,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황 대표와 곽 의원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황 대표는 3월15일 취재진에게 “김 전 차관이 차관으로 임명된 뒤 (성접대) 의혹이 제기돼 본인이 스스로 사퇴한 게 사실의 전부”라며 “임명 당시 인사검증 결과 문제가 없다고 들었다”고 여권의 공세에 선을 그었다. 곽 의원 역시 3월19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당시 인사검증 때 경찰청으로부터 수사 중인 사항이 없다는 공식적인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곽 의원은 또 “나중에 관련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뒤 신속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청와대 특별감찰반에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하지만 김 전 차관이 바로 사표를 내 더 이상의 감찰은 진행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황 대표와 김 전 차관은 경기고 동문 선후배지만, 실제 두 사람의 관계는 매우 껄끄러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은 황 대표의 경기고 1년 선배지만, 사법연수원 기수는 거꾸로 황 대표(13기)가 김 전 차관(14기)보다 빠르다. 선후배 관계가 애매하게 된 셈이다. 이런 이력 탓에 검찰에 들어온 후 두 사람은 승진을 놓고도 묘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연수원 후배인 김 전 차관이 2008년 춘천지검장에 임명되면서, 2009년 창원지검장에 오른 황 대표보다 1년 먼저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김 전 차관은 울산지검장(2009년), 서울남부지검장(2009년), 인천지검장(2010년), 광주고검장(2011년), 대전고검장(2012년)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반면 황 대표는 2011년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 

김 전 차관은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더욱 부각됐다. 박근혜 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그는 검찰총장 후보 3인 명단에 들지 못했다. 당시 검찰총장추천위는 김진태 대검 차장, 채동욱 서울고검장, 소병철 대구고검장을 후보에 올렸고, 결국 채 고검장이 검찰총장에 올랐다. 법무장관 인사에서도 김 전 차관은 고교 후배인 황교안 대표에게 밀렸다. 그는 법무차관으로 임명됐다. 법무차관은 고검장급 자리에서도 말석(末席)이다.

관례대로라면 김 전 차관은 동기인 채동욱 총장 취임과 함께 검찰 옷을 벗어야 했지만 법무차관으로 자리를 옮겨 다음을 노릴 수 있는 기회는 유지했다. 유력 검찰총장 후보로 부각됐던 김 전 차관이 법무차관으로 미끄러진 데 대해 당시 여의도와 서초동 주변에서는 원주 별장 성접대 동영상 때문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했다. 이미 관련 자료를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확보한 채 청문회를 벼르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했기 때문이다. 검찰총장·법무장관은 인사청문회를 거치지만 법무차관은 인사청문회가 없다. 이 때문에 김 전 차관을 일단 법무차관으로 임명했다는 얘기다. 


朴정부는 왜 김 前 차관에 그렇게 꽂혔을까

여기서 드는 한 가지 의문은 갓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왜 그렇게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해 신경을 썼을까 하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김 전 차관의 부친이 육군 대령 출신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월남전에 세 차례나 참전해 무공훈장을 받은 데 대한 후광이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던 박관천 전 경정으로부터, 당시 김 전 차관의 임명 배후에 최순실씨가 있다는 등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와 김 전 차관 부인이 아는 사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황 대표가 김 전 차관의 비리를 사전에 확인하고 덮으려 하지는 않았겠지만, 박근혜 정부 청와대 등 윗선의 인선 의지를 확인하고 동조하거나 묵인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꽂아 내리듯’ 임명한 김 전 차관을 황 대표로선 껄끄럽지만 거부하긴 어려웠을 거라는 추정이다.

자유한국당은 이 같은 여권의 공세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한국당 지도부는 정부·여당의 김학의 사건 파헤치기 행위가 ‘적폐몰이’ ‘정치공세’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이 상대적으로 예민해 있는 버닝썬 사건에 대한 청와대 책임론과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의혹 수사 등을 꺼내 들었다. 3월19일 진행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까지 각기 다른 공격 수단을 쥔 여야 간 난타전은 계속됐다. 어쨌든 ‘김학의 사건’이 이슈화할수록 황 대표로서는 불편한 나날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여권이 노리는 지점도 바로 이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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