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구속에도…여전히 몰카 판치는 ‘인터넷 카페’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3.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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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범 들락거린 카페 들어가보니…몰카는 물론 성매매 알선 정황도
여자친구 알몸 사진 찍어 네이버 카페에 올렸다는 몰카범, 최근 피소  

‘경고!! 본 게시물은 몰카 촬영물이 아닌 여친(여자친구) 동의 하에 촬영 및 카페에 업로드하는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이런 글귀가 여성의 나체 사진 밑에 적혀 있었다. 한 인터넷 성인전용 카페 J카페에 올라온 게시물이다. 지난해 초 이아무개씨(41)는 이 카페에 여자친구 A씨(30)의 알몸 사진을 올렸다고 한다. 촬영과 유포에 동의를 구하지 않은 엄연한 ‘몰카’였다. 이씨는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됐다. 

일부 인터넷 카페가 몰카 유통창구로 전락했다. 시사저널은 A씨와 변호인의 동의를 얻어 이씨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카페들에 접속해봤다. 이씨는 ‘애인대행’ ‘성인카페’ 등의 이름을 단 네이버 카페 4개에 가입한 상태였다. 탈퇴한 성인카페까지 포함하면 10개가 넘었다. 

이씨가 지난해 초 여자친구의 노출 사진을 올렸다고 알려진 네이버 J카페. 이씨는 여기서 만난 카페 회원에게 카카오톡 등으로 사진을 추가 전송했다. ⓒ 네이버 카페 캡처
이씨가 지난해 초 여자친구의 노출 사진을 올렸다고 알려진 네이버 J카페. 이씨는 여기서 만난 카페 회원에게 카카오톡 등으로 사진을 추가 전송했다. ⓒ 네이버 카페 캡처

 

여친 알몸사진 카페에 공개…“자랑하고 싶었다”

이 중 J카페에 회원들이 와이프 또는 여자친구라고 주장하는 여성의 나체 사진을 올려놓은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일명 ‘야톡(음란한 내용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 캡처사진도 보였다. 일반인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사진은 3월27일에도 올라와 있었다. 지난해 2월 J카페에 가입한 이씨는 6개월 동안 1000번 넘게 카페를 들락거렸다. 피해자 진술서에 따르면, 이씨는 “여자친구를 자랑하고 싶어 카페에 사진을 올렸다”고 털어놓았다.

이씨가 가입한 또 다른 네이버 카페엔 아예 ‘일반인 사진’이란 게시판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여기엔 걸어가는 여성의 뒷모습을 촬영한 사진 등이 올라와 있다. 서로 동맹을 맺거나 다음 커뮤니티와 정보를 교환하는 카페도 발견됐다. 이 카페는 ‘대피소’란 사이트를 따로 운영하기도 했다. 폐쇄 조치에 대비해 미리 만들어둔 유사 카페로 추정된다. 

유료로 운영되는 카페도 있었다. 검색은 안 되며 초대로만 들어갈 수 있다. 3만원을 내면 가입할 수 있고, 10만원을 내면 카페 운영자로부터 여성을 소개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소개 여성은 일반인이라고 공지돼 있다. 그러나 관련 게시판의 여성 소개글엔 ‘매너 만남 원한다’ ‘편한 오빠 구한다’ 등 직업여성이 쓴 걸로 보이는 문구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성매매 알선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돈을 내면 초대받아 가입할 수 있다는 네이버 비공개 성인카페. 10만원을 내면 소개팅까지 해준다고 하는데, '소개팅 자료' 게시판의 여성 소개글엔 직업여성으로 추정되는 문구가 보인다. ⓒ 네이버 카페 캡처
돈을 내면 초대받아 가입할 수 있다는 네이버 비공개 성인카페. 10만원을 내면 소개팅까지 해준다고 하는데, '소개팅 자료' 게시판의 여성 소개글엔 직업여성으로 추정되는 문구가 보인다. ⓒ 네이버 카페 캡처

 

지금도 카페는 ‘몰카 천국’… ‘성매매 알선’ 의혹도

인터넷 카페는 몰카범이 따로 교류하는 연결고리가 되기도 했다. 이씨는 지난해 8월13일 J카페의 한 회원에게 “와이프 사진 교환 관심 있으면 연락달라”며 쪽지를 보냈다. A씨와 부부 관계가 아닌데도 와이프라고 속이며 은밀한 제안을 한 것. 다음날부터 이씨는 그 회원에게 카카오톡으로 A씨 사진 46장을 전송했다. 그 중엔 A씨의 뒷모습이나 옷 갈아입는 모습, 심지어 성기 모습과 성관계 장면까지 담겨 있었다. 

뿐만 아니라 A씨 사진을 받아본 상대 회원도 와이프라고 주장하는 여성의 나체 사진을 보냈다. 그러면서 이들은 성관계 장면을 묘사하는 등 각종 음란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 밖에도 이씨는 다른 카페 회원 6명에게 또 쪽지를 통해 “와이프 사진을 교환하자”고 제안했다. 

이씨가 지난해 8월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회원과 주고 받은 카카오톡 대화. 이씨는 여기서 A씨의 노출 사진을 전송했다. 이씨는 해당 사진을 3월22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다. ⓒ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이씨가 지난해 8월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회원과 주고 받은 카카오톡 대화. 이씨는 여기서 A씨의 노출 사진을 전송했다. 이씨는 해당 사진을 3월22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다. ⓒ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이씨가 지난해 8월15일 네이버 카페 회원에게 보낸 쪽지. 여자친구 A씨를 와이프라 속이면서 "음란 사진을 교환하자"고 제안했다. ⓒ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이씨가 지난해 8월15일 네이버 카페 회원에게 보낸 쪽지. 여자친구 A씨를 와이프라 속이면서 "사진을 교환하자"고 제안했다. ⓒ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범죄의 온상이 돼버린 인터넷 카페를 제재할 방법은 없을까. 김영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디지털성범죄대응팀 팀장은 3월27일 “카페에 올라온 음란물은 모니터링해서 시정요구와 차단조치를 동시에 진행한다”고 했다. 네이버 관계자 역시 “음란물 필터링 AI 기술을 활용해 카페의 모든 사진을 검수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운영진에게 경고한다”며 “폐쇄 조치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모두 검수한다”지만… 비공개 카페는 ‘사각지대’ 

그러나 비공개 카페는 일일이 감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비공개 카페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같은 영역”이라며 “신고가 접수돼 불법성이 확인되면 제재를 가한다”고 했다. 또 카페 단계에서 막지 못하면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 김영선 방심위 팀장은 “음란물이 개인 간 유통으로 넘어가버리면 제재할 수 없다”고 했다. 

이씨의 경우 카페에서 접촉한 회원에게 네이버 메신저 ‘라인’으로도 몰카를 뿌렸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그러나 일본에 법인을 둔 라인에 대해선 경찰 조사와 증거 확보가 어렵다고 한다. 또 3월21일 구속된 가수 정준영은 성관계 영상을 카카오톡으로 수차례 공유한 혐의가 적용됐다. 사건은 2015~2016년에 발생했지만, 수사가 시작된 건 최근 언론 보도로 카카오톡 대화가 공개된 이후였다. 

A씨는 검사에게 보낸 탄원서에서 “피해를 신고한 뒤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던 건 사진 유포”라며 “피의자(이씨)는 유포에 관해 기억나지 않는다며 숨기고 있다”고 했다. A씨는 3월23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피해 사실을 남겼다. 그는 “남친이나 남편이 누드 사진이나 성관계 영상을 찍으려 할 때 바로 거부의사를 말씀하시라는 걸 알리고 싶다”며 “이씨가 법정 최고형을 받길 바란다”고 했다. 해당 글은 3월27일 오전 기준 2만4000여건의 지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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