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무관의 역사 끊고 ‘빅이어’를 들어라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5.19 15:00
  • 호수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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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뒤집기’ 토트넘, 리버풀과 챔피언스리그 단판 결승…손흥민 출전 확실시

손흥민의 축구 커리어는 화려하다. 프로 통산 200골을 향해 달려가는 그는 최근 두 시즌 동안의 활약으로 유럽 정상급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올 시즌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올해의 선수 후보로 언급될 정도로 팀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적료 가치가 2015년 독일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할 당시(3000만 유로, 약 393억원)의 3배가 넘는 1억 유로(약 1300억원)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손흥민이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아약스와의 경기에서 상대 선수와 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 AP 연합
손흥민이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아약스와의 경기에서 상대 선수와 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 AP 연합

손흥민의 유일한 아쉬움은 ‘우승’ 

그런 손흥민에게 유일한 아쉬움은 ‘우승’이다. 프로 무대에서 단 한 차례도 우승이 없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우승은 지난해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유일하다. 트로피와 거리가 먼 무관의 축구 커리어를 달렸다. 차범근·박지성 등 한국 축구사를 바꾼 레전드들과 비교하면 아직 멀었다고 언급되는 지점이 바로 우승 경력이었다. 차범근은 두 차례 UEFA컵(현 유로파리그) 우승과 한 차례 DFB-포칼 우승을 기록했다. 박지성은 당대 최강이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몸담으며 유럽에서만 17개의 트로피를 들었다. 

프로 생활 9년 만에 드디어 손흥민은 그토록 원하던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모든 축구 선수들이 원하는 유럽 최고 권위의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다. 박지성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한 손흥민은 무관의 역사를 끊고 자신의 축구 커리어의 정점이 될 우승에 도전한다. 

큰 귀를 닮았다고 해서 ‘빅이어’라는 별칭을 가진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드는 것은 전 세계 축구 선수들에게 월드컵 트로피에 버금가는 영광으로 여겨진다. 맨체스터시티와 파리 생제르맹 등 최근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신흥 강호들이 이 빅이어를 차지하기 위해 명감독과 슈퍼스타를 영입하지만 아직 결승까지 도달하지 못했을 정도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축구의 신만이 점지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예측불가다. 

2018~19 시즌 결승전의 주인공을 가려내는 과정부터 그것을 증명했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은 기적 같은 승리로 아약스를 꺾고 결승에 올랐다. 5월9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토트넘은 후반 10분까지 0대2로 뒤지다 이후 루카스 모우라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3대2 대역전승을 거뒀다.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0대1로 패했던 토트넘은 원정 다득점 원칙에 힘입어 창단 후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했다. 모우라의 마지막 골은 추가시간 6분이 끝나려던 시점에 터져 더 극적이었다. 

경고 누적으로 인해 1차전에 결장했던 손흥민도 2차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결승 진출에 힘을 보탰다. 해트트릭을 달성한 모우라가 최고의 영웅이었지만, 손흥민은 3골 모두 시발점 역할을 하며 팀에서 두 번째로 높은 평점을 받았다. 이날 경기는 자칫 손흥민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었다. EPL 37라운드에서 생애 두 번째 퇴장을 기록한 탓에 리그 최종전에 나설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적인 역전 드라마는 운명처럼 손흥민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으로 인도했다. 

시즌 마지막에 치르는 그 한 경기는 토트넘과 손흥민 모두에게 새로운 역사 창조의 기회다. 토트넘은 과거 EPL 빅4에서 항상 밀렸다. 마지막 리그 우승은 무려 58년 전이고, 공식 대회 우승은 2007~08 시즌 리그컵 우승이 마지막이었다. 클럽대항전에서도 UEFA컵 우승 두 차례가 전부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전신인 유러피언컵 시절이던 1961~62 시즌 4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다. 이미 챔피언스리그 최고 성적을 달성했지만 기세를 몰아 우승의 한까지 풀겠다는 각오다. 

그런 토트넘이 넘어야 할 마지막 상대는 또 다른 기적의 팀 리버풀이다. 리버풀은 토트넘보다 하루 앞서 바르셀로나를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다. 1차전 원정에서 0대3 완패를 당했던 리버풀은 홈인 안필드에서 4대0 대승을 거두며 뒤집기에 성공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인 리오넬 메시가 버티고 있는 바르셀로나였기에 3골 차 역전은 불가능하다고 했던 예상을 깼다. 2004~05 시즌에 ‘이스탄불의 기적’을 쓰며 빅이어를 들었던 리버풀은 14년 만에 다시 우승에 도전한다. 

2011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전한 박지성(오른쪽) ⓒ AP 연합
2011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전한 박지성(오른쪽) ⓒ AP 연합

외신들, 너도나도 손흥민을 토트넘 간판으로 소개

한국 선수가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는 것은 2011년 박지성 이후 8년 만이다. 맨유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2차 전성기를 함께한 박지성은 총 3번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경험했다. 하지만 얄궂게도 맨유가 우승을 차지한 2007~08 시즌에는 출전 명단에 들지 못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박지성과 아버지 박성종씨가 자서전에서 큰 상처가 됐다고 후술했고, 퍼거슨 감독도 박지성의 명단 포함을 놓고 마지막까지 고민했다며 미안함을 전했던 순간이다. 절친 에브라가 우승 세리머니 때 박지성을 데려와 빅이어를 손에 쥐여줬지만 많은 한국 팬들에겐 아쉬움으로 남는 장면이다.

이후 박지성은 2008~09, 2010~11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경기장을 밟았다. 결승까지 오는 고비에서의 활약을 인정받아 모두 선발 출전했지만, 그와 맨유 앞에는 ‘최강’ 바르셀로나가 있었다. 전성기를 맞은 메시·사비·이니에스타를 앞세운 바르셀로나에 완패를 당한 맨유는 준우승에 그쳤다. 결국 박지성은 자신이 경기에 나서며 빅이어를 든 경험은 없다. 자연스럽게 손흥민이 이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선발 출전해 우승까지 성공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다행히 손흥민이 박지성과 같은 트라우마를 겪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재 토트넘 내에서의 입지를 볼 때 결승전 선발 출전은 부상이 없는 한 확실하다. 토너먼트에서만 4골을 넣었고, 특히 최고 고비였던 맨시티와의 8강전에서 1차전 1골, 2차전 2골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토트넘의 간판 골잡이인 해리 케인이 부상으로 빠진 시점에 해결사로 나섰다. 케인이 발목 부상에서 회복 상태여서 결승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지만, 오히려 전문가들은 손흥민을 전방으로 세운 현 전술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내놓을 정도다. 

그런 상황을 반영이라도 하듯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과 관련한 각종 홍보물에서도 손흥민은 가장 높은 비중을 보인다. 결승 대진 확정 후 UEFA가 게재한 공식 포스터에는 손흥민이 크리스티안 에릭센, 토비 알더베이럴트와 함께 토트넘의 대표 선수로 등장했다. 영국의 대표 방송사인 SKY스포츠는 아예 손흥민과 리버풀의 핵심 수비수 판다이크 둘만으로 구성된 포스터를 내놨다. 양팀의 창과 방패를 앞세운 것이다. 미국의 폭스스포츠는 토트넘의 간판으로 손흥민과 알리를, 리버풀의 간판으로 모하메드 살라와 판다이크를 세운 포스터를 공개했다. 토트넘과 리버풀의 ‘미러클 매치’는 한국 시간으로 6월2일 새벽 4시 스페인 마드리드의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단판 승부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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