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 고수’ 유홍준 작가의 중국 도전이 시작되다
  •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5.19 11:00
  • 호수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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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1, 2권 출간

이전에 번역하기 힘든 책 중 하나가 《론리 플래닛》 중국편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출간된 책을 보고, 생각보다 잘 번역된 것에 놀란 적이 있다. 방대한 중국사나 중국 지역 등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온전히 번역해 내기 쉽지 않을 텐데, 오자가 많지 않게 나왔다. 그런 점에서 유홍준 작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은 궁금하기 그지없었다. 꼼꼼하게 우리나라와 일본을 답사한 데 이어 이번에는 중국 시리즈의 집필을 시작했고, 우선 두 권이 출간됐다. 1권 ‘돈황과 하서주랑’과 2권 ‘막고굴과 실크로드의 관문’이다. 3권에서는 타클라마칸 사막에 있는 누란을 이야기한다. 이후에는 중국 고도들을 다루고, 한·중 교류사를 중심으로 임시정부가 있었던 상하이 등과 연행 사신의 길을 다룰 예정이다. 400만 부 이상 판매된 답사기의 저자이자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 작가의 중국 문화유산 답사기 출간 의미를 점검해 본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1, 2권》 유홍준 지음|창비 펴냄|각 352쪽|각 1만8000원 ⓒ 연합뉴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1, 2권》 유홍준 지음|창비 펴냄|각 352쪽|각 1만8000원 ⓒ 연합뉴스

실크로드에서 시작해 중국 8대 고도(古都)로

우리 민족이 기록한 중국에 대한 여행기나 답사기로 대표할 만한 책은 최부의 《표해록》과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등 연행록들이다. 표해록은 1488년 제주에서 도망간 노비를 잡는 추쇄경차관 최부가 부친상을 당해 급히 오다가 풍랑으로 중국 저장 지역까지 표류한 후 돌아오는 여정을 담은 책이다. 중국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였던 강남 지방과 산동 지방을 상세히 기록해 다양한 방면에서 시사점이 많다. 박지원이나 홍대용 등이 쓴 연행록 역시 당시 사회상과 문화 등을 볼 수 있는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저술이다. 

한·중 수교를 기점으로 중국을 여행하거나 답사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중국 답사기들이 쏟아졌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박한제 교수의 《제국으로 가는 긴 여정》 등 3권의 중국 역사 기행 시리즈가 대표적인 책이다. 이 밖에도 송재소 교수의 《시와 술과 차가 있는  중국 인문 기행 》 등이 있지만 비중 있는 중국 답사 시리즈는 많지 않았다. 반면에 김명호 작가의 《중국인 이야기》  시리즈나 공원국 작가의 《춘추전국이야기》 등 인문과 답사가 결합된 책들이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밖에 김용옥의 《도올의 중국일기》 시리즈가 있지만 이 역시 우리 민족사를 중심으로 답사해 온전한 중국 답사기로 보기 어렵다.

유홍준 작가의 이번 책은 이런 상황에서 출간되기 때문에 그만큼 기대와 우려도 많다. 유홍준 작가는 서문을 통해 이번 시리즈의 주요 출간 범위가 우선은 실크로드에서 시작되지만, 중국 8대 고도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첫 책을 관중평원, 하서주랑, 돈황으로 구성했다. 이야기를 중심으로 읽기 편하게 구성한 만큼 독자들에게는 쉽게 다가온다. 다만 그간 많은 글과 책으로 접한 내용들이 많아서 우리나라나 일본편에 비해 신선도가 떨어지는 느낌이 있다. 

책의 내용은 역사적 이해와 문학작품 등을 인용해 풀어간다. 이런 과정에서 왕유의 《위성곡》, 사마천의 《사기》, 이백의 《월하독작》 같은 사서나 시도 이야기된다. 다만 작가가 중국 사학이나 문학 전공자가 아닌 관계로 다양한 부분에서 문제가 노출되기도 한다. 오랫동안 중국 답사를 진행한 최종명 작가는 이번 책에 제갈량의 무덤이 성도 무후사에 있다는 내용이나 소수민족에 대한 내용 등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편은 시안에서 돈황으로 가는 여정을 배경으로 하지만 본격적인 시작은 돈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작가는 채널예스 강연에서 시안, 뤄양 등 5대 고도로 시작될 경우 나타날 사대주의적 시각이나 동북 3성으로 시작될 경우 나타날 애국주의적 입장을 피하기 위해 중국과 서양의 연결고리인 실크로드로 시작했다고 말한다.

1권의 끝에 돈황을 간단히 보여줬다면 2권은 온전히 돈황을 위해 썼다. 1900년, 석굴에 살던 도사 왕위안루(王圓籙)가 도교 사원을 지을 목적으로 청소 작업을 하다가 발견되고, 이후 수많은 문화재 수집가들로 인해 침탈당한 역사를 적고 있다. 그런데 돈황 역시 우리 민족과 인연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우선 돈황석굴에 있는 인물 가운데 새 깃털모자(조우관)을 쓴 사신들은 통상 고구려나 신라 등 한반도에서 온 사신으로 간주하고, 이런 모양이 있는 벽화가 적지 않다. 또 신라 승녀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처음 발견된 곳도 둔황석굴인데, 결국 프랑스로 건너가는 운명이었다. 또 근대 중국의 피카소로 추앙받는 우리 선조 한락연 역시 키질 천불동(千佛洞)뿐만 아니라 둔황 지역 벽화도 연구했다. 또 한·중 수교가 시작된 해부터 둔황에 머물면서 벽화 모사를 통한 창작활동을 한 서용 동덕여대 교수도 둔황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했기 때문이다. 


더 넓은 중국 문화의 세계로 안내해 줄 책

안타깝게도 이 책의 안내자는 현재 막고굴의 한국어 가이드를 하는 이다. 물론 이들은 둔황 연구소에서 연구활동과 전문 안내를 하는 만큼 한국인들에게 맞는 안내를 한다. 한국인에 특화된 안내는 앞서 이야기한 조우관을 쓴 벽화를 자세히 보여줘, 1600년 만에 우리 조상을 만나는 특이한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다. 다만 이들보다는 서용 교수처럼 둔황을 더 깊게 만난 이들이 안내했으면 하는 안타까움도 있다. 

실크로드 편을 넘어서면 중국 고도의 이야기와 동북 3성 등에 있는 우리 민족 관련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시안, 뤄양, 카이펑, 항저우 등 중국 고도들이 가진 문화적, 역사적 깊이는 그 함량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작가는 문화재청장 재임 시에 중국 교류를 통해 일반인들보다는 더 깊게 중국 문화유산을 살필 수 있는 기회를 가진 만큼 더 넓은 중국 문화의 세계로 안내해 줄 것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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