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관찰카메라를 보는 상반된 시선
  • 정덕현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5.30 15:00
  • 호수 154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지적 참견시점》의 추락, ‘전지적 시청자’ 시대의 도래

MBC 《전지적 참견시점》은 작년 예능 전체를 통틀어 새로운 성과로 지목되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관찰카메라라는 시대적 트렌드를 형식으로 삼았다. 연예인이 아닌 매니저들을 출연시켜 그들 사이의 관계에 집중하는 것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늘 방송의 중심이었던 연예인이 한 걸음 옆으로 물러나고 그 자리에 매니저가 들어옴으로써 그들이 연예인보다 더 대중들의 인기를 끄는 모습은 《전지적 참견시점》의 중요한 웃음 포인트였다. 그 대표 사례가 유병재와 그의 매니저 유규선이다. 유병재가 팬 사인회를 할 때 그보다 더 많은 팬들의 선물을 받고 사인해 주는 매니저를 보며 황당해하는 모습은 흥미로운 웃음 코드였다. 실제로도 형·동생하며 친한 두 사람의 훈훈한 관계는 그래서 툭탁거리는 예능적 케미와 더불어 《전지적 참견시점》을 그저 연예인의 일상을 따라가는 프로그램과 차별화시켰다. 이영자와 매니저 송성호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휴게소를 음식 성지로 만드는 이영자의 강력한 먹방에 매니저가 휘둘리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더니, 차츰 성장해 가는 매니저와 그에게 의지하는 이영자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이런 《전지적 참견시점》의 성공 과정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이들은 박성광과 그의 매니저 임송이었다. 병아리 신입 매니저로 등장해 운전조차 미숙하던 임송은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순식간에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그가 실수를 해도 질책하지 않고 지지해 주는 박성광 또한 임송의 인기와 더불어 호감형이 됐다. 매니저와 연예인 주가가 동반상승하며 함께 광고 러브콜을 받게 된 건 수직적 상명하복 관계가 아닌 수평적 동반자 관계에 대한 대중의 판타지가 작용한 덕분이었다. 대중들은 그 관계를 이상적으로 봤고, 그래서 지지해 줬다.

MBC 《전지적 참견시점》의 한 장면 ⓒ MBC
MBC 《전지적 참견시점》의 한 장면 ⓒ MBC

《전지적 참견시점》의 성공과 추락

임송 매니저에 대한 호감이 급상승하면서 《전지적 참견시점》은 태생적 한계를 드러냈다. 프로그램은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에 집중했지만 그래도 엄연히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연예인일 수밖에 없었다. 매니저가 연예인보다 더 인기가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불편한 일들이 생겨났다. 결국은 보통 사람일 수밖에 없는 매니저는 길거리에 나가는 일조차 쉽지 않게 됐고 매니저 일조차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회사 내 막내 위치에 있던 임송 매니저 같은 경우 이런 인기 급상승이 회사 내부에서 부담이 됐을 수도 있다. 결국 임송 매니저는 퇴사와 함께 《전지적 참견시점》을 박성광과 함께 하차했다. 그 시점부터 시청률은 급락했다. 3월초까지 10%를 훌쩍 넘기던 시청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6%대까지 추락했다.

호평 일색이던 《전지적 참견시점》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도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갔다. 연예인을 보필하는 매니저들의 노력은 처음에는 ‘놀라운 배려’로 받아들여졌지만 어느 순간부터 지나친 노력과 봉사는 결국 친한 척해도 ‘수직적 관계’를 드러내는 불편한 풍경으로 보는 시각이 생겨났다.

이렇게 된 건 관심을 받고 프로그램이 급성장하면서 초심을 잃어버린 결과이기도 했다. 초창기에는 매니저들이 주목받는 것에 연예인들도 진심으로 즐거워했다. 그들의 관계 또한 친구처럼 편하게 느껴졌지만 언젠가부터 매니저가 아닌 연예인들이 다시 전면에 등장하는 변화가 생겨났다. 초반 화제를 일으켰던 이영자의 먹방이 시간이 갈수록 시들해진 건 매니저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부터다. 그 속에서 이영자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일은 매니저를 전면에 내세웠던 프로그램의 애초 방향성에 반하는 일이 됐다.

결정적 패착은 프로그램의 취지이기도 했던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를 제대로 관찰한다는 지점을 버리면서 생겨났다. 심리분석가 같은 전문가가 함께 앉아서 그 심리를 설명하고 때론 바람직한 관계를 제시해 줬던 초창기 풍경은 이제 연예인들끼리 둘러앉아 자신들이 매니저와 함께 스케줄을 소화하는 장면들을 보며 웃고 떠드는 풍경으로 바뀌었다. 무방한 변심일 수밖에 없다. 취지가 사라지면 숨은 목적이 고개를 들기 마련이다.

실제 현업을 뛰는 매니저들은 《전지적 참견시점》이 매니저 직무를 엉뚱하게 오해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매니저들이 마치 밥 챙겨주고 운전해 주고 스케줄 관리 등 허드렛일을 하는 직업처럼 그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청자들 보기에도 ‘극한직업’처럼 보이는 그들의 ‘지나친 배려’는 매니저들이 ‘노예’냐는 감정 섞인 비판까지 만들어냈다.

《전지적 참견시점》의 성공과 추락 과정을 보면 현재 방송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변화된 시선이 느껴진다. 매니저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런 프로그램이 나오게 된 건 결국 늘 연예인들의 전유물처럼 돼 있던 영상에 대한 대중들의 반감을 반영한 결과였다. 그래서 실제로 연예인보다 보통 사람일 수 있는 매니저들이 더 주목을 끌었고 그것이 이 프로그램의 급성장을 만들었다.


연예인 특권에 대한 반감

하지만 이것이 진심이었을까. 진정으로 《전지적 참견시점》은 연예인이 아닌 매니저를 주인공으로 세웠던 프로그램이었을까. 그게 아니라는 건 스튜디오에서 그 촬영물을 관찰하며 수다를 떠는 인물들이 매니저를 포함하지 않은 연예인들이라는 사실에서 발견된다. 결국 매니저를 앞세웠지만 연예인들이 주인공인 이 프로그램은 그래서 어느 시점부터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연예인을 위해 손발이 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매니저들이 방송을 타면서 시청자들의 불편함은 더욱 커졌다. 매니저를 동원한 것이 마치 영상 특권을 유지하기 위한 방송의 가면처럼 느껴지게 됐고, 취지를 벗어난 방송은 모두가 동원된 연예인 홍보 영상처럼 보이게 했다. 대중들이 원한 건 매니저들이 좀 더 프로그램의 중심으로 들어오는 그림이었다. 그것이 그간 연예인들이 누리던 영상 특권을 깨는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관찰카메라로 트렌드가 바뀐 건, 영상이 더 이상 연예인이나 영상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의 반영이다. 하지만 트렌드가 바뀌었어도 여전히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연예인 혹은 연예인 가족들이라는 점은 대중들이 점점 이런 프로그램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물론 저마다의 직능대로(연기자는 연기로, 가수는 노래로, 예능인은 웃음으로) 그 자리에 있는 것이야 잘못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연기자나 가수가 예능 프로그램에 그것도 일상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보통 사람 이상을 벌어가고 있는 것이 특혜로 보이기 시작했다. 대중들이 영상을 바라보는 시점은 이렇게 달라졌다. 더 이상 영상을 저들의 전유물로만 보지 않는 ‘전지적 시청자’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