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질병인가…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오해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6.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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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게임 자체가 질병은 아니다”…실마리는 ‘중독’의 기준

게임중독의 질병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언론은 관련 소식을 전하며 아예 ‘게임=질병’ 등의 표현을 썼다. 게임업계와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게임이 마약이랑 같나” “게임이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등 반발이 쏟아졌다. 분명한 건,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 자체를 질병으로 낙인찍은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번 논란은 WHO가 5월25일 국제질병분류기호(ICD) 11차 개정안 질병 목록에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포함시키면서 촉발됐다. 질병코드 '6C51'을 부여받은 게임이용장애는 ‘중독성 행위로 인한 장애’ 카테고리 아래에 놓였다. 단 ‘게임(game)’을 따로 떼어 설명한 부분은 ICD 어디에도 없다. 

“게임 자체는 장애가 아니다.” 미국 UC 어바인 대학병원 의사 존 지아오는 5월26일 트위터에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게임중독이란 게임을 얼마나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그것은 게임이 건강이나 위생, 인간관계, 수익활동 등보다 우선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이는 게임이용장애를 ‘다른 흥밋거리나 일상생활보다 게임에 우선순위를 두는 현상’이라고 정의한 ICD의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 

5월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 연합뉴스
5월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게임중독과 게임을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엔 업계와 정부도 동의한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5월31일 “게임중독은 물론 따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홍정익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게임중독의 질병코드 등록이 마치 ‘게임은 나쁜 것’이라고 규정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오히려 언론이 위기감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사무국장은 5월29일 PD저널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 없이 ‘게임이 중독물질’이라고 보도하는 건 지나친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언론과 학계”가 문제란 주장도

일부 정치적 세력의 탓이란 주장도 있다. 위정현 회장은 “게임중독을 연구하는 정신의학계가 너무 정치화된 측면이 있다”면서 “이들이 게임 자체를 마치 유해물질인 것처럼 표현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대표적으로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2014년 새누리당 의원 시절 게임을 술, 도박, 마약과 함께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한 법안을 발의했다. 당시 ‘게임은 빼야 한다’는 지적이 일자 한 정신과 교수는 “차라리 마약을 제외하는 게 어떻겠냐”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럼 왜 게임은 지적하지 않으면서 게임중독은 질병으로 간주한 걸까. 질병코드가 나열된 ICD에서 장애를 유발하는 중독성 행동으로 지목된 건 게임 외에 도박도 있다. 그렇다고 도박에 손대는 모든 행위를 전조증상으로 보진 않는다. 오히려 각국은 산업적 측면에서 육성하는 추세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5월 스포츠 도박을 불법으로 규정한 법을 위헌으로 판단했다. 일본은 2020년까지 내·외국인 출입 카지노를 최대 3개 신설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올 4월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에 대해 “집적화가 필요하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도박중독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WHO가 도박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건 1990년 ICD 10차 개정안을 펴낼 때다. 당시 WHO는 ‘병적도박(pathological gambling)’이란 단어를 썼다. 그에 대한 ICD의 설명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끼치지만 생산적 결과(profitable outcome)는 없는 행동”이었다. 

ⓒ 시사저널 최준필
ⓒ 시사저널 최준필

 

‘도박중독’이 질병된 건 그 부작용 때문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정신건강연구기관은 2017년 논문을 통해 구체적 설명을 덧붙였다. 여기에 따르면, ICD는 도박중독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개인과 사회 간 갈등을 유발한다고 보고 있다. 그 외에 경제력 상실, 무기력증, 우울증 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즉 부정적 영향 때문에 질병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하이델베르크대 연구진은 “도박은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운 취미지만, ICD 관점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고 했다. 

게임중독 또한 그 부작용이 수차례 보고된 바 있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2016년 임상보고서를 통해 “하루 5시간 이상 게임을 한다고 밝힌 청소년들이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자살 생각을 하는 비율이 높다”고 분석했다. 앞서 2014년엔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인터넷 게임 과사용자가 일반 사용자에 비해 높은 스트레스와 자살 계획 등을 보고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게임중독과 질병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게임에 얼마나 몰입해야 질병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어서다. 미국 IT전문매체 매셔블은 5월27일 “e-스포츠 선수들이나 전업 유튜버처럼 생업을 위해 게임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들은 한 게임을 몇 시간씩 플레이하지만 꽤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고, 장애를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CBS 뉴스 또한 5월28일 “(WHO의) 새로운 진단이 그저 게임을 오래 하는 걸 뜻하진 않는다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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