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9번째…‘죽음의 행렬’ 내몰린 우체국 집배원들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9.06.2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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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집배원, 6월19일 자택서 숨진 채 발견…2008년 이후 사망한 집배원만 200여 명
임금노동자 평균보다 700시간 더 일하고 소방관보다 산재율 높아

또 한 명의 집배원이 세상을 떠났다. 올해 들어 벌써 9명이다. 우체국 집배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라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한국노총 전국우정노동조합에 따르면, 6월19일 아침 충남 당진우체국에서 일하는 집배원(우정서기보) 강아무개씨(49)가 충남 당진시 무수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강씨가 출근하지 않자 동료 집배원이 그의 집을 찾았다가 화장실에서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강씨는 생전에 특별한 병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건강검진에서도 '특이 소견 없음' 소견을 받았다. 때문에 우정노조 측은 강씨의 사인을 과로사로 추정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당진우체국은 충청우정청에서도 일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라며 "고인(강씨)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18일에도 평상시보다 택배 물량이 30~40% 많아 오후 7시 넘어 퇴근했다"고 밝혔다.

강씨는 2014년 11월부터 객지 생활을 시작했다. 가족이 있는 대전을 떠나 당진에서 혼자 살았다. 그는 민간위탁업체 소속 배달원으로, 2012년부터 우체국에 근무하다가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당진으로 온 것이다. 기존 근무지였던 대전 대덕지역은 집 근처라 편했지만, 위탁업체가 3번이나 바뀌는 등 고용 불안이 심했다. 당진으로 온 그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가 3년 6개월 근무 끝에 지난해 7월 정규직이 됐다. 고용 불안의 늪에서 빠져나온 지 1년도 안 된 시점에 갑자기 숨을 거둔 것이다.

한국노총 전국우정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5월23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노총 전국우정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5월23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강씨만이 아니었다. 강씨의 갑작스런 죽음은 5월13일 충남 공주우체국 집배원 이아무개씨가 사망한 지 한 달여 만이다. 30대 집배원이었던 이씨 또한 과로로 인한 심장마비로 추정됐다. 올해 들어 사망한 집배원만 9명에 달한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200여 명의 집배원이 사망했다.

우정노조는 연이은 집배원 죽음의 원인으로 열악한 노동조건을 꼽았다.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기획추진단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집배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2745시간에 달했다. 한국 임금노동자 평균인 2052시간보다 700시간가량 많은 수치다. 집배원의 산업재해율은 소방관(1.08%)보다 높은 1.62%로 조사됐다.

우정노조는 주5일제와 인력 증원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노조는 "집배원을 죽도록 일하게 만들어 결국 죽어야 하는 상황으로 몰고 간 정부를 향한 분노를 참을 수 없다"며 "우정사업본부가 단지 적자라는 이유로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집배원의 바람을 짓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정노조는 6월11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하고 조정을 진행 중이었다. 노조는 6월24일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7월9일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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