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관람료도 연봉도 오르는데 경기력은 왜?”
  •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7.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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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 이하 한국 프로야구 경기력” 비난 목소리 커져…원인 따져봤더니

KBO 프로야구가 연일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1982년 출범 후 최대 위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팬들의 시각도 싸늘하다. 말도 안 되는 실책이 속출하며 경기력이 37년 역사가 무색할 정도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17년 870만 관중을 동원하며 기세를 올리던 관중 수도 지난해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불과 4년 전, 김현수·이대호·오승환·황재균 등이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던질 정도로 미국에서 KBO 스타들에게 관심을 가지며 국내 프로야구의 성장세를 체감했는데,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팬들이 체감하는 것처럼 KBO의 경기 수준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일까. 

6월20일 프로야구 롯데-한화전에서 9회말 볼넷·실책 등 실수 연발로 대역전패한 롯데 안중열 포수가 환호하는 한화 선수들 사이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연합뉴스
6월20일 프로야구 롯데-한화전에서 9회말 볼넷·실책 등 실수 연발로 대역전패한 롯데 안중열 포수가 환호하는 한화 선수들 사이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연합뉴스

실책·패스트볼·폭투·볼넷 등은 예년과 큰 차이 없어

지난 2014년부터 KBO 야구는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에 노출됐다. 2할 중반대 정도 유지하던 리그 타율이 급격히 오른 것이다. 2014년 리그 평균 타율은 개인 타율로도 부끄럽지 않을 0.289였고, 2016년에는 0.290까지 올라갔다. 지난해까지 리그 평균 타율은 0.280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거기에 2012년 615개 홈런을 시작으로 작년 역대 최다인 1756개의 홈런이 터져 나올 때까지 마운드가 초토화되기 일쑤였다. 그사이 리그 평균 자책점은 4점대 후반에서 지난해에는 무려 5.17까지 오르며,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 요소인 ‘투타 균형’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에 이르렀다. 

선수들은 공인구의 반발력이 의심된다고 수차례 의견을 제시했고, KBO는 여러 차례 반발력을 검사했지만 오차 범위 내로 이상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결국 올 시즌을 앞두고 공인구를 교체했고, 오비이락처럼 올 시즌 리그 평균 타율은 6월23일 현재 0.267로 과거 수준으로 돌아갔다. 전체 리그 가운데 반환점을 살짝 돈 시점에서 홈런은 553개로 작년 대비 30% 이상 줄어든 상황이다. 리그 평균 자책점도 4.25로 예전 수준까지 떨어진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현재 팬들이 불만을 터뜨리는 부분은 경기의 중요한 승부처에서 황당한 플레이가 튀어 나오며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는 현상을 자주 보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6월12일 잠실구장에서 나왔다. 원정팀 롯데 자이언츠는 8회초 3대3 동점을 만들고 이틀 연속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문제는 연장 10회말 발생했다. 2사 주자 1·3루 상황에서 롯데 투수 구승민은 LG 트윈스 타자 오지환에게 빠른 볼을 던졌다. 오지환은 떨어지는 공에 속아 헛스윙 삼진을 당했지만, 공이 바운드되면서 포수 나종덕의 글러브를 맞고 뒤로 빠져나갔다. 이 상황에서 오지환은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 상황으로 1루까지 뛰어 세이프가 되었고 LG는 안타 없이 삼진으로 끝내기 승리를 거두는 해프닝이 연출된 것이다. 결국 이 경기는 KBO 최초의 ‘끝내기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 폭투’라는 해석조차 어려운 이름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롯데의 이런 프로답지 못한 경기는 6월20일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또 한 차례 반복되며 팬들의 분노를 샀다.

일단 경기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가장 경기력이 떨어진다고 느껴지는 순간은 실책일 것이다. 경기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실책이 늘어난 것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막상 데이터를 살펴보면, 올 시즌 실책률은 예년에 비해 그리 높은 편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6월23일까지 나온 리그 전체 실책 수는 총 529개며 수비율은 0.981이다. 작년의 0.983, 재작년의 0.982, 2016년의 0.981과 비슷한 수준이다. 포수 실책인 ‘패스트볼’ 역시 올해 경기당 0.534개는 최근 5년 사이 가장 낮은 수치다.

투수 실책인 ‘폭투’의 경우 올 시즌 현재 353개가 나왔다. 현재 절반 정도 경기를 소화했다는 점에서 보면, 2018년의 673개보다는 약간 많은 페이스로 가지만, 그 전 3년 동안의 700개 이상과는 역시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많이 나오면 경기에 맥이 빠지는 볼넷 허용은 2693개로 작년 4622개, 2017년 4520개보다는 약간 많은 선이지만, 2016년의 5373개나 2015년 5254개보다는 오히려 많지 않은 페이스다.

경기의 질적 측면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주는 기록인 실책·패스트볼·폭투·볼넷 등의 수치가 최근 수년간 기록과 비교했을 때 큰 변화를 느낄 수 없었음에도 경기력 저하를 질책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원인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그 해답은 필자가 직접 관중석을 찾아 만나본 팬들의 목소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악착같은 근성이 사라졌다” 

한 대학생 팬은 최근 분위기가 살짝 바뀌긴 하지만, “프로야구 흥행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소위 ‘엘롯기(롯데 자이언츠·KIA 타이거즈·LG 트윈스)’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열성 팬들의 분노 게이지가 상승해 그렇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또 다른 주부 팬은 “수년 사이 구장 입장료 상승폭이 상당히 크고 선수들 연봉은 날로 높아지는데, 기량은 질적 향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30대 회사원 팬은 “선수들의 도덕적 해이가 드러나는 사건이 매년 빠지지 않고 나오고 있는데, 리그와 구단의 대처가 미흡해 이런 사건들이 반복되며 팬들의 실망감이 커진 까닭”이라는 얘기를 했다. 

한편 30대 자영업자 남성 팬은 “국내 시간으로 주로 오전에 방송되는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다 보니, 요즘 국내 선수들은 단순히 실력 차를 떠나 허슬플레이가 아쉽다”는 말도 했다. “악착같은 근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50대 남성 팬은 “모르는 선수가 이번 시즌 너무 많아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리고 “상위팀과 하위팀의 승차가 초반부터 너무 많이 벌어졌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결국 리그·구단·선수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셈이다. 비싸진 입장료, 높은 연봉에 걸맞은 근성 있는 플레이와 ‘공인’으로서 도덕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경기 자체의 내용은 코칭스태프와 선수의 노력으로 팬들의 시각을 바꿀 수 있지만, 경기 외적인 상황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한국 야구의 미래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팬들의 시각을 되돌릴 수 있는 전체적인 노력만이 미래를 바꿀 것이다.

‘야구의 신’이라 불렸던 김성근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 구단 3군 코치 고문(77)이 최근 한국 프로야구를 향해 “예전엔 악착같이 포기하지 않는 경기를 펼치면서 팬들에게 열정을 전했다. 그런데 지금 한국 야구는 경기만 있지, 국민들한테 줄 게 하나도 없다. 적당히 하다 안 되면 버린다. 승부가 아니면 아무것도 없다”고 한 말이 팬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를 모두가 곱씹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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