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 이 약만은 챙겨라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07.02 1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장 먼저 챙길 약은 종합감기약, 감염병도 유의해야

외국 여행 도중에 크게 다치거나 병이 나서 현지 병원에 입원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환자를 한국으로 이송하기가 만만치 않다.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고, 환자 상태에 따라 의사의 동승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가족 중에 노약자가 있다면 만일을 위해 환자의 해외 이송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 연락처 등을 미리 챙겨둘 필요가 있다.

요즘은 명소를 찾아 구경하는 관광 여행에 만족하지 않고 스포츠나 탐험을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휴가 중 다치는 사고도 늘고 있다. 특히 외국에서 다치거나 질병에 걸리면 현지 의료 서비스를 받기도 힘들기 때문에 간단한 상비약을 챙겨가는 게 좋다. 상비약으로 5~6가지 약만 챙겨도 급할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챙길 약은 종합감기약이다. 나라마다 기후가 다르고, 산이나 바다를 찾을 땐 급격한 체온변화로 면역이 떨어져 감기에 걸리기 쉽다. 감기약은 여러 가지 증상을 동시에 호전시키는 종합감기약을 준비하고, 아이들과 동행할 땐 어린이용 약을 따로 준비한다.

여행지에선 평소보다 많이 걷기 때문에 여기저기 근육통이 생길 수 있다. 또 무릎 관절염이 있는 사람이 장시간 비행기를 타거나 오래 걸어 무릎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평소 복용하던 소염진통제를 준비하면 통증이 있을 때마다 복용할 수 있다. 외국에선 과식하거나 입에 맞지 않는 음식 탓에 배탈이 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럴 때를 대비해 소화제와 지사제를 준비한다. 반대로 환경이 바뀌면 화장실을 못 가는 사람에게는 변비약도 필수다.

휴가지에서 벌레에 물리는 경우가 흔하다. 가렵고 심하게 붓는 경우에는 항히스타민제가 도움이 된다. 알레르기 반응 때문에 콧물이 나올 때, 음식을 잘못 먹고 두드러기가 났을 때도 요긴하다. 항히스타민제의 부작용 중 하나가 졸리는 증상이기 때문에 잠자리가 바뀌어 불면증이 생긴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상처가 생기는 경우를 대비해 소독 및 흉터 방지 연고를 준비한다. 밴드는 상처를 보호하는 것뿐만 아니라 발 뒤꿈치 보호 등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평소 먹던 혈압약이나 당뇨약도 챙겨야 한다. 이런 약은 며칠만 복용을 중단해도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혈압이 올라가서 뇌졸중 위험성이 높아지고 혈당 조절이 안 돼서 고혈당이나 저혈당 쇼크가 올 수도 있다. 인슐린 주사가 필요한 사람은 알코올 솜까지 꼼꼼히 챙겨야 한다.

ⓒ freepik
ⓒ freepik

해외여행엔 모기·음식 매개 감염병 주의

국내외 여행지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질병은 모기·음식으로 전파되는 감염병이다. 최희정 이대목동병원 해외여행자클리닉 감염내과 교수는 “과거에는 특정 지역에서만 감염병이 유행했지만, 최근에는 여행이나 유학 등으로 국가 간 교류가 활발해지며 해외에서 유입되는 감염병이 크게 늘었다”며 “해외여행을 계획한다면 여행지의 유행병을 살피고,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라면 백신을 미리 접종할 것을 권한다. 모기로 전파되는 질환을 피하려면 모기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야간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물이나 음식으로 전염되는 감염병이 많은 만큼 물과 음식을 꼭 끓여 먹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벌레나 모기로 감염되는 병으로는 말라리아, 황열, 뎅기열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 유입 감염병 중 환자 수가 가장 많은 뎅기열도 백신이 없다. 따라서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게 최선의 예방법이다. 외출할 땐 긴 옷과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고 실내에서는 모기장을 이용한다. 해 질 녘부터 새벽까지는 외출을 삼간다.

음식이나 물로 감염되는 병은 설사, 이질, 장티푸스, 콜레라 등이다. 물과 음식을 끓여 먹는 게 중요하다. 채소나 과일도 물에 씻은 후 껍질을 벗겨 먹는 게 좋다. 흐르는 물에 비누로 손을 30초 이상 자주 씻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여행 전에 병원의 여행자클리닉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국가별 감염병에 대한 주의사항과 응급조치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예방약도 처방받을 수 있다. 여행 후 귀국할 때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공항 검역관에게 신고한다. 귀국 후 이상 증상을 보이면 즉시 병원을 찾아 지난 1년간의 해외여행 사실을 알리고 적절한 진료를 받아야 한다.

 

휴가 후유증 극복법 ‘생체 리듬 유지와 완충 시간 확보’

휴가를 다녀와서 우리 몸이 순응 과정을 거쳐 다시 직장과 가정 생활에 적응하기까지는 1~2주일이 소요된다. 이 적응 기간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피곤하고 소화가 안 되고 머리가 아픈 증상이 생긴다. 이것이 휴가 후유증이다. 휴가 후유증 극복을 위해서는 생체 리듬을 유지하고 완충 시간을 갖는 게 도움이 된다.

휴가 후유증의 대부분은 수면시간 부족과 변경에 의한 생체 리듬 파괴에서 비롯된다. 장거리 이동하고, 휴가지에서 밤늦게까지 놀거나,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늦게까지 어울리다 보면 평소보다 늦은 시각에 잠자리에 든다. 이렇게 생체 리듬이 깨지면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약해진다.

생체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일상에서 벗어난 휴가 중이라도 잠을 자고 깨는 시간과 식사 시간만이라도 규칙적으로 지키는 것이 좋다. 특히 휴가 마지막 날에는 일찍 잠자리에 들고 평소 기상 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휴가를 다녀온 후 너무 졸리면 토막잠을 자는 것이 낫지만, 30분 이상 낮잠을 자면 밤 수면에 방해를 받는다.

국내와 3시간 이상 시차가 있는 외국으로 여행을 다녀온 후엔 수면 장애, 피로감, 집중력 감소 등이 생길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물을 마시고 멜라토닌을 취침 전에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 멜라토닌 효과는 개인차가 있으며 악몽을 꾸거나 잠을 깬 후 몽롱함과 같은 부작용에 유의해야 한다.

완충 시간을 두는 것도 휴가 후유증을 줄이는 방법이다. 휴가 마지막 날 밤이나 다음 날 새벽에 귀가하는 것보다는 좀 여유 있게, 최소한 전날 아침까지는 집으로 돌아와 음악을 듣거나 가족과 대화를 나누며 휴식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또 휴가 마지막 날 직장 동료에게 전화해 회사 상황이나 업무 진척 내용을 확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완충 시간을 둠으로써 휴가 기간 중 흐트러졌던 자세에서 일상생활에 재적응해 다음 날 평상시 같은 업무 분위기 조성이 가능해진다. 유준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휴가 마지막 날 가벼운 운동을 하는 방법도 있다. 출근날 아침에도 가벼운 맨손체조를 하고 직장에 가서도 2~3시간마다 스트레칭을 하면서 근육을 풀어주고 점심 후 가볍게 산책하는 것도 피로 해소에 좋다”고 조언했다.

휴가지에 챙겨갈 상비약 리스트

종합감기약

소염진통제

소화제·지사제

항히스타민제

연고·밴드

평소 복용하는 약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