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만에 찾은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춘재…처벌 가능성은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9.1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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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경찰청 “증거물 DNA와 용의자 DNA 일치”…공소시효 끝나 처벌 어려울 듯

건국 이래 최대의 미제 사건으로 불렸던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지목됐다. 부산교도소에 복역 중인 56세 이춘재다. 경찰은 증거물에서 나온 DNA와 이씨의 DNA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9월19일 오전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증거물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DNA분석을 통해 확보한 증거로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특정해 발표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9월19일 오전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증거물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DNA분석을 통해 확보한 증거로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특정해 발표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2부장은 9월19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지난 7월 15일 현장 증거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했다”며 “그 결과 현재까지 (살인 10건 중) 3건의 현장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하는 대상자가 있다는 통보를 받고 수사 중에 있다”고 했다. 첫 살인이 발생한 지 33년 만이다. 

이제야 DNA를 대조한 배경에 대해 반 부장은 “사건 발생 당시에는 DNA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도 재감정해서 DNA가 검출된 사례가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그 사이 DNA 분석기술이 발달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장기미제 사건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화성연쇄살인 사건은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10명의 피살자를 낳았다. 이들은 경기도 화성군 일대에서 짧게는 1개월, 길게는 6개월 간격으로 강간 살해됐다. 

당시 이 사건에 동원된 경찰력은 연간 205만여 명에 달했다. 단일사건 가운데 최다였다. 수사선상에 오른 사람은 2만 명이 넘었다. 10차례 사건 중 8차 사건의 범인은 검거됐지만, 이는 다른 사건과 관련 없는 모방범죄로 밝혀졌다. 결국 나머지 사건의 범인은 잡지 못한 채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 사건은 2003년 봉준호 감독 영화《살인의 추억》으로 재조명받았다.

수사 당시 수확이 전혀 없던 건 아니었다. 1988년 9월 7차 사건 직후 경찰은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용의자의 몽타주를 완성했다. 20대 중반의 남자, 마른 체격에 키는 165~170cm, 스포츠형 머리, 오똑한 코에 쌍거풀이 없고, 눈매가 날카로운 갸름한 얼굴, 또 부드러운 손. 이번에 용의자로 특정된 이씨의 외모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 이씨가 범인으로 확인된다 해도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10차 사건이 일어났던 1991년 4월 이후 15년이란 공소시효가 끝났기 때문이다. 단 피해자 유족이 민사소송을 내 법정에 세울 가능성은 있다. 

이씨의 가석방도 물건너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처제를 강간 살해한 혐의로 1995년 무기징역을 확정받고 부산교도소에 갇혀 있다. 교도소에 따르면, 이씨는 20년 넘는 수감생활 동안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 1급 모범수로 분류된 상태다. 형법상 무기수도 20년 이상이면 가석방 후보가 된다. 경기남부청은 “공소시효가 만료됐더라도 역사적 소명을 갖고 실체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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