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청년 CEO가 말하는 ‘툰베리 그리고 기업’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10.01 11:00
  • 호수 1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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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글로벌 마스크 기업 ‘에어리넘’ CEO 알렉산더 예트스트룀

“당신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돈과 끊임없는 경제성장이라는 환상뿐이다.”

지난 9월24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한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는 “당신들은 내 어린 시절과 내 꿈을 앗아갔다”며 세계 지도자들에게 기후변화의 책임을 물었다. 스웨덴 소녀의 날 선 외침에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이 벌여온 시소게임의 단면이 있다. 인류는 진보를 위해 시장경제를 택했고, 이후 수많은 기업이 생겨났다. 늘어난 굴뚝 덕에 삶은 윤택해졌지만 대기는 혼탁해졌다. 부(富)가 쌓인 딱 그만큼씩, 환경은 어그러졌다. 툰베리가 환경의 적으로 ‘돈과 성장’을 지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안티 성장’을 외치는 환경운동가와 기업인들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공존할 수 있을까. 시사저널은 툰베리의 연설이 있었던 지난 9월24일, 스웨덴의 마스크 브랜드 ‘에어리넘(Airinum)’을 창업한 알렉산더 예트스트룀(Alexander Hjertstrm·32)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에어리넘은 2015년 6월 알렉산더 예트스트룀과 프레드릭 캠페, 두 명의 공동 창립자가 세운 기능성 마스크 회사다. 에어리넘은 ‘더러운 공기’ 덕에 돈을 벌지만, ‘깨끗한 공기’의 중요성을 알리는 양면의 회사이기도 하다. 의류에 환경 이슈를 접목한 비즈니스 모델로, 보그(Vogue)나 GQ 같은 세계 유수의 패션잡지부터 BBC와 CNN 같은 보도채널에서도 에어리넘을 조명한 바 있다. 

알렉산더는 “기후변화 탓에 글로벌 기업의 무브먼트(움직임)는 달라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산업 간 융합을 시도할 수 있다”며 “특히 심각한 대기오염을 앓고 있는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에어리넘
ⓒ 에어리넘

툰베리의 연설을 보았나.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녀는 자랑스러운 스웨덴 사람이자 상징이다. 나이 든 정치인이나 환경단체가 아니라, 어린 소녀가 실제 자신이 살아갈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것이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이유였을 것이다.”

에어리넘에 대해 얘기해 보자. 한국에선 ‘미세먼지’ 탓에 마스크가 각광받는 상품이 되기도 했는데, 창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인도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한동안 인도에서의 삶을 즐겼지만, 어느 순간 기침을 많이 하고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인도의 공기는 혼탁했다. 그래서 공기의 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공부했다. 통계를 보니 (대기오염이) 숨겨진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동시에 (창업의) 기회라 느꼈다. 쾌적하고 깨끗한 공기를 제공해, 전 세계 사람들의 건강을 개선하자는 비전을 갖게 됐다. 또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지식을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기후 위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목표도 생겼다.”

에어리넘은 공기가 더러워질수록 성장할 수 있다. 그런 기업의 CEO가 공기의 질을 논한다면 위선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을까. 실제 많은 기업이 환경캠페인을 벌이면서도, 공장은 늘려가고 있는데.

“그러게 말이다. 우리도 우리가 존재하지 않아도 됐다면 참 좋았을 것 같다. 다만 우리의 비전은 명확하다. 지구상 모두가 깨끗하고 건강한 공기를 호흡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환경을 지키는 정책은 부족하고, 우리는 지구에 수많은 피해를 입힌다. 이것이 우리가 에어리넘을 시작하게 된 이유다. 우선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제품을 생산하고자 했다. 그래서 (호흡기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는 물건을 개발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또 우리가 디자이너와 협업한 마스크를 제작하는 게 (이슈가 된다면) 기후변화에 대한 토론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에 우리 제품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면 우리가 미션을 달성해 낸 셈이다.”

기후변화로 에어리넘 같은 회사가 생겼듯, 앞으로 환경문제가 기업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우리가 만약 다른 분야와 융합하지 않고 오염 방지 성능만 강조한 마스크를 내놨다면, 단순 수술용 마스크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래서 에어리넘을 ‘헬스&패션&테크놀로지’ 회사라 정의하고 싶다. 에어리넘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건강과 패션 카테고리를 모두 아우른다. 이처럼 산업 간 융합이 앞으로 매우 중요해질 것이며 이런 트렌드는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 더 많은 회사들이 더 많은 영향과 효과를 보기 위해 기술과의 융합을 시도할 것이다.”

한국도 대기오염이 심각한 사회적 화두가 됐다.

“한국은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으로 인해 (환경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물론 한국보다 더 대기오염이 심한 나라들도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미디어가 공기의 질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기오염의 심각성에 대해 아주 잘 교육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나라들과 달리 한국은 유감스럽게도 오염물질을 내뿜는 주변 나라들 탓에 피해를 보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스모그 영향을 받기도 하고, 몽골로부터 황사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동시에 한국 사람들은 대기오염 문제를 앞장서서 해결하고자 하는 자세를 지니고 있고, 건강에 좋은 고급 제품에는 기꺼이 지갑을 연다.”

환경문제와 더불어 빈부격차도 현대사회의 화두다. 두 문제를 연결 지어 ‘돈이 있는 자만이 기후 위기에서 살아남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에어리넘 마스크의 경우 7만~8만원으로, 이 같이 좋은 '방어구'를 지니기 위해선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데.

“맞다. 다만 한 기업이 세계를 1년 안에 구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에 우리는 전략적으로 실제 효과가 있는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시장에 존재하는 제품에 무언가를 더한 것이 아닌 혁신적인 제품, (고급스러워서) 꼭 착용하고 싶은 제품을 우선적으로 시장에 내놓자는 게 우리 계획이었다.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성장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게 된다면, 나중에는 빈부를 아우를 수 있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향후 툰베리와 같은 환경 운동가와 협업을 진행할 계획도 있나.

“툰베리는 '하나된 강력한 목소리'(united and strong voice)를 만들어 냈고, 전 세계에 그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녀와 기꺼이 함께하고자 할 것이다. 에어리넘도 사회에 어떤 '무브먼트'를 만들고 싶다.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게 만들 것이고, 마스크가 변화를 지지하는 중요한 상징이 되게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변화에 참여할수록, 우리는 세계가 더욱 빠르게 변화하는 것을 보게될 것이다. 좀 더 깨끗하고 건강한 인간과 지구를 위해 함께 행동하는 모든 운동가들을 지지한다.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 인플루언서, 오피니언 리더들과 함께 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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