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는 고래도 춤추게 한다
  •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KB국민은행 경영자문역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1.28 15:00
  • 호수 1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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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게 품질과 편익 넘어 재미 선사해야…게이미피케이션 비즈니스 모델 주목

2000년대 초, 영국의 한 출판사는 이색적인 판촉 기법으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냈다. 독자들이 책을 읽는 동안 각 챕터에서 제시한 미션을 순차적으로 수행하게 되면 상금을 주는 방식이었다.

요컨대 독자가 읽는 책의 챕터마다 특정 장소를 연상할 수 있는 힌트가 문장에 숨어 있다. 독자는 그 힌트를 기반으로 실제 장소에서 숨겨놓은 쪽지를 찾으면 다음 미션을 받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최종 지점에 도달하면 리워드(reward)를 주는 것이다. 이른바 연속정보 이론(cascading information theory)이다. 플레이어가 추측하면서 진행해 갈 수 있도록 정보를 가능한 한 적게 나누어 주는 것이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흘렀다. 앞서 언급한 모델과 유사한 지역 기반 게임형 플랫폼이 론칭했다. 레벨업(www.thelevelup.com)이 그것이다. 유저는 특정 장소에 도착해 체크인하고, 그곳에서 제시되는 ‘미션대로 말하기’ ‘사진 찍기’ 등의 도전 과제를 수행하면 포인트를 주는 방식이다.

ⓒ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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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통해 비즈니스 모델 성장 가속화

이처럼 비즈니스 모델의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게임 요소를 가미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모델이 각광받고 있다. 포스퀘어(Foursqure)가 대표적이다. 포스퀘어는 이용자가 방문한 장소에 체크인할 수 있는 위치 기반 SNS 서비스로, 메이어(Mayor)와 배지(Badge)라는 두 가지 보상 시스템이 있다. 체크 포인트가 많아질수록 계급은 올라가고 최종적으로 시장(Mayor)까지 오를 수 있다.

일본의 게임업체 세가에서 만든 ‘소변기 토일렛’은 소변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소변 줄기의 압력과 소변의 양 등을 측정해 게임과 연동시켰기 때문이다. 우선 소변기에 사람이 다가오면 적외선 센서가 이를 감지한다. 이어 토일렛 기기의 마이크로파가 소변 줄기의 속도와 양을 측정한다. 소변 보는 속도로 소변기의 이물질을 빨리 지우면서 재미를 느끼게 하는 전략이다.

게임화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사업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비즈니스 모델도 많다. 요즘 상종가를 치고 있는 웨어러블 기업 핏비트(Fitbit)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이 기업이 만든 제품으로 걸음 수와 심박 수, 수면의 질, 오른 계단 수 등의 데이터를 측정하는 스마트 밴드와 무선통신 지원 웨어러블 테크놀로지 장치 등이 있다.

웹과 앱을 통해 제공되는데 블루투스로 휴대전화나 PC와 동기화해 실시간 측정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사용자들은 경과 시간에 따라 음식·활동·몸무게 등을 기록할 수 있고, 단계별 칼로리 소모량을 보고 주간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했다.

뉴욕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쿼키(Quirky)도 흥미로운 비즈니스 모델 가운데 하나다. 특허 소유자가 제품화 과정을 마치 게임하듯 재미있게 풀어가게 했기 때문이다. 잠깐 그 과정을 보자. 먼저 특허 소유자는 쿼키 플랫폼에 △제안서 제출 △커뮤니티 추천 △전문가집단에 의한 상품가치 평가 △브랜딩 △계약 등의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 이렇게 계약된 프로젝트는 프리세일(Pre-sale)을 거쳐 대량생산으로 이어지며, 이익의 일부는 계약조건에 따라 제안자에게 돌아가는 프로세스다.

쿼키 창업자는 벤 카우만(Ben Kaufman). 2009년 창업 당시 나이는 불과 23살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휴대폰 액세서리를 만들어 판매했더니 의외로 수입이 짭짤했다. 그는 중국을 여행하다가 더 싼값에 더욱 다양한 액세서리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해 낸다. GE는 이 기업에 7700만 달러(시리즈 D)를 투자했다. 비록 Q홀딩스에 매각되긴 했지만 게이미피케이션 전략을 통해 성장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GE와 쿼키의 협력으로 탄생한 상품은 꽤 많다. GE의 스마트 에어컨 아로스(AROS)도 그중 하나. 이 에어컨은 전원, 온도 및 방향 조절, 타이머 기능뿐만 아니라 에어컨 사용자의 일정, 생활습관, 거주지역, 날씨 정보, 에어컨 작동 내역 등을 분석해 최적으로 작동시켜 준다.

가사노동에도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할 수 있다. 스타트업 초어워즈(Chore Wars)는 가상과 현실을 적절히 융합한 일종의 대체현실 게임(Alternate Reality Game)으로 성공했다. 가족 구성원은 게임 시작과 동시에 아바타를 생성하고, 집안일을 하나씩 완료할 때마다 레벨이 올라가도록 설계했다.

 

가사노동 등 다양한 분야에도 응용 가능

아이들은 게임 캐릭터를 레벨업하기 위해 집안일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청소, 이부자리 개기, 상 차리기 같은 반복적이고 지루한 집안일에 게임 요소를 접목해 동기부여와 재미를 동시에 느끼게 함으로써 가족의 화목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얻게 한다.

이 밖에도 재활용과 환경친화적 습관을 장려하는 리사이클뱅크(recyclebank), 금연에 도움을 주는 퀴트나우(QuitNow), 프로그래밍을 학습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코드아카데미(codeacademy), GPS 기반 피트니스 추적 앱 런키퍼(Runkeeper) 등 게이미피케이션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의 기대효과는 크게 4가지다. △창조성 △커뮤니케이션 △보상 △바이럴리티 등이다. ‘창조성’은 자기주도적 참여를 통해 UGC(user-generated content), 즉 사용자가 콘텐츠를 직접 생성하도록 하는 효과다. ‘커뮤니케이션’은 다른 이용자들과 소통을 통해 교류하는 효과이며, ‘보상’은 점수나 상금과 같은 보상 체계를 통해 동기부여 효과를 얻게 된다. ‘바이럴리티’는 이용자의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는 효과를 노린다.

이제 고객의 욕구가 품질과 편익을 넘어 재미를 기대하는 수준까지 왔다. 게이미피케이션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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