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틸’ 매료된 인도네시아 “우리에게 제철신화 노하우를”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칠레곤/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11.2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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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국영철강사 손잡은 포스코, 철강재 내수시장 석권
크라카타우 포스코 칠레곤 공장 내 고로에서 쇳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 포스코
크라카타우 포스코 칠레곤 공장 내 고로에서 쇳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 포스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과 자바섬 사이에 위치한 순다해협은 인도양과 동중국해가 연결되는 곳에 있어 지정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다. 동중국해를 지나면 광활한 태평양이 나온다.

인도네시아에게 자바섬과 수마트라섬을 잇는 것은 국가적으로 오랜 숙원이었다. 세계 4위 규모의 인구 2억5000만명을 자랑하는 인도네시아지만 국가경제는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자바섬이 차지하는 면적은 인도네시아 전체 면적의 7%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곳 인구는 55%에 달한다.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가 수도이전을 국책사업으로 선정한 것은 이러한 고질적인 한계 때문이다.

자바에 집중된 인구, 자본을 분산시키는 게 급선무인데 얼핏 봐선 가장 현실성이 높은 게 자바와 수마트라를 다리로 연결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해 열린 아시안게임을 자카르타와 수마트라의 주요도시인 팔렘방에서 분산 개최한 바 있다.

두 섬의 거리는 가장 가까운 곳 기준으로 24㎞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두 곳을 연결하는 것은 현대 건설기술로 볼 때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중국 광둥(廣東)성과 홍콩을 잇는 강주아오(港珠澳)대교는 55㎞로 수마트라-자바 구간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런데 두 섬을 잇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숨겨진 복병이 있다. 안타깝게도 수마트라와 자바섬 중간 영역인 순다(Sunda)해협은 화산 활동이 활발하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순다해협에 있는 아낙 크라카타우(Anak Krakatau) 화산이 터지면서 이 일대 높이 5m의 쓰나미(해상지진)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때 발생한 쓰나미로 반텐과 람풍 해안에 살고 있는 주민 400여명이 숨졌다. 당시 인도네시아 정부는 순다해협을 앞에 두고 있는 공업도시 칠레곤(Cilegon)이 큰 피해를 입을까 전전긍긍했다. 운이 좋게도 지금까지 발생한 순다해협의 지진 피해에서 칠레곤은 약간 비켜서 있다.

 

철강도시 칠레곤에 핵심 시설 집중시키는 인도네시아 정부

칠레곤은 중공업국가를 지향하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핵심도시다. 우리나라의 포항, 울산을 합쳐놓은 성격의 도시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 철강기업인 포스코와 화학기업 롯데케미칼 공장도 이곳에 터를 잡았다.

특히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에 있어 칠레곤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다.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기업인 크라카타우 스틸(Krakatau Steel) 본사도 이곳에 있다. 크라카타우 스틸의 최대주주는 지분 80%를 보유한 인도네시아 정부다.

초대 대통령 수카르노는 인도네시아 철강산업 육성을 위해 1960년 트리코라 철강 프로젝트(Trikora Iron and Steel Project)를 추진한다. 그리고 이는 1970년 8월 국영기업 크라카타우 설립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최대 철강기업인 포스코(1968년)와는 2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반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와의 격차는 상당히 벌어졌다. 2018년 세계철강협회가 발표한 철강회사 랭킹(생산량 기준)에서 포스코는 세계 5위, 현대제철은 15위를 기록했는데, 50위까지 발표된 이 자료에서 크라카타우 스틸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크라카타우 스틸은 연간 250만톤의 열연 제품을 생산해 동남아 최대 제철소인 것은 맞지만 세계 주류 철강사들과는 격차가 있다.

네덜란드에게 오랜 식민지배를 받아온 인도네시아 정부로선 철강산업 육성이 경제성장의 첫단추다. 그렇기에 크라카타우 스틸로선 포스코의 노하우가 절실했다. 양사가 합작법인을 세우고 공장 착공에 들어간 시점은 2011년. 2년 후인 2013년 말부터 가동에 들어가 2014년부터는 본격생산에 들어갔다. 포스코가 70%, 크라카타우가 30% 지분을 갖고 있는 ‘크라카타우 포스코’(PT. Krakatau POSCO) 공장이 인도네시아 철강 산업의 심장부인 칠레곤에 들어선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차로 2~3시간 거리에 있는 크라카타우 포스코 칠레곤 공장 전경 ⓒ포스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크라카타우 포스코 칠레곤 공장 전경 ⓒ포스코

자카르타에서 북서쪽 방향 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가량 달리면 칠레곤이 나온다. 평소 이 도로는 인도네시아 고속도로 치고는 비교적 한산하지만 출퇴근 시간대는 5~6시간 이상 걸린다. 칠레곤 시내에 들어가 크라카타우 스틸이 개발한 키엑 공단에 들어서니 하늘색 바탕의 거대한 제철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근에 있는 호주 철강기업 블루스코프(Blue Scope) 스틸의 노란색 공장과는 확실하게 구별됐다.

제철소 색깔이나 공정 배치는 전형적인 포스코 방식이라는 게 철강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효율성 높은 철강 생산을 위해 칠레곤 공장의 건물배치는 ‘ㄷ자’ 구조다. 철강석 원재료를 실은 배가 공장에서 4㎞ 떨어진 부두에 도착하면 원료부터 제품생산까지 원스톱으로 진행된다. 고로에서 용해된 철강 원액이 거대한 컨테이너에 실려 조강 라인으로 이동하는 모습은 장관이다.

포스코에게도 크라카타우 포스코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포스코가 우리의 고유기술과 자본으로 해외에 일관제철소를 세운 것은 이 공장이 처음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취임 이후 첫 해외 출장지로 이곳을 선택한 것에서 이러한 생각이 읽혀진다.

일관제철소란 철광석 등을 고로에 넣어 쇳물을 뽑아내는 '제선', 쇳물에서 불순물을 없애는 '제강', 이 쇳물로 쇠판(슬라브)을 만들어 압력을 가해 철강재를 제조하는 '압연' 등 세 공정을 모두 갖춘 제철소를 말한다.

 

크라카타우 포스코 슬래브 인니 내수 100% 장악

크라카타우 스틸 말고 인도네시아에는 구눙스틸(Gunung Steel)그룹이라는 민간철강사가 있다. 구눙스틸그룹의 계열사인 구눙 라자 팍시(Gunung Raja Paksi)에서도 후판(선박용이나 건설용으로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이 생산되지만, 크라카타우 포스코 제품과는 기술력에서 차이가 난다.

가동 첫해 170만톤을 판매한 크라카타우 포스코는 2016년부터는 판매량이 280만톤으로 급신장했다. 앞으로의 비전도 나쁘지 않다. 앞서 설명한 바대로 인도네시아는 지진, 화산활동이 활발하다. 개발도상국가여서 산업 관련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데, 그러기 위해선 안정적인 철강재 공급이 뒷받침돼야 한다. 자국 철강사 제품의 기술력이 떨어지다보니 지금까지 인도네시아 발주처는 해외에서 생산된 것을 들여와야 했다. 하지만 포스코와 크라카타우 합작법인이 세워지면서 이러한 고민은 말끔하게 해결됐다. 현재 후판 제품의 인도네시아 내수 점유율은 60%다. 슬래브(두꺼운 강판을 만들기 위한 반제품 철 덩어리)는 인니 내수의 100%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다.

크라카타우 포스코 칠레곤 공장 내 후반 제작 공정 ⓒ포스코
크라카타우 포스코 칠레곤 공장 내 후판 제작 공정 ⓒ포스코

설립 초기 크라카타우 포스코 실적은 좋지 못했다. 경기 침체에 과잉생산이 더해지면서 세계 철강경기가 얼어붙었고, 크라카타우 포스코 역시 여기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2017년 흑자로 전환한데 이어 2018년에는 1월15일 누적 판매 1000만톤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1조8716억원, 영업이익 2003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 역시 흑자였다. 법인 관계자는 “고수익 후판 판매가 늘어나면서 올해는 판매량 300만톤, 매출 2조원 전후가 예상된다”면서 “열연, 냉연 공정이 없는 데다 세계 철강경기 침체를 감안하면 크라카타우 포스코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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