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청와대 수사 마무리...공수처 신설되는 7월 사표”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0.01.10 14:00
  • 호수 157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석열 총장 비롯한 간부들, 청와대 관련 수사에 대한 기소 이뤄지고,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때까지 사표 쓰지 않을 것”

인사는 메시지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을 통해 1월8일 단행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는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일까.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특정 인맥에 편중됐던 검찰 인사에 균형을 맞춘 인사”라면서 “검찰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한 인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사단으로 불린 특수통 검사들이 검찰 개혁을 막고 있었다는 뜻이다.

반면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 등은 “청와대와 관련된 범죄 수사를 하지 말라는 정권 보신용 칼춤”이라면서 “검찰 독립이 아닌 예속·종속”이라고 날을 세웠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의혹 등 문재인 정권 핵심 실세들을 향하고 있던 검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손발을 잘랐다는 것이다.

ⓒ 시사저널 고성준
ⓒ 시사저널 고성준

6개월만에 검찰개혁 적임자에서 ‘적폐’로

이번 인사의 후폭풍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검찰 대학살의 주인공, 문 대통령과 추 장관 두 사람은 직권을 남용하고 검찰 수사를 방해한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추미애 장관을 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 혐의로 당장 형사 고발할 것이며, 4월 총선에서 국민은 문 대통령한테 심판의 철퇴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내 줄사표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우현 전 수원고검장은 이미 지난 1월6일 “(검찰 개혁 조치들은) 지나치게 균형감이 상실된 가혹한 결과”라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대검 관계자는 “윤 총장을 비롯한 간부들은 (청와대 관련) 수사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고,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때까지 사표를 쓰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설치되는 7월쯤에는 줄사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6개월 전 청와대와 여당은 윤석열호(號)를 ‘적폐 청산의 일등공신-검찰 개혁의 적임자’라고 찬양했다. 그러나 지금은 ‘청산해야 할 적폐-검찰 개혁의 걸림돌’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달라진 것은 단 하나다. 수사 대상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문재인 정권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와 같이 말하며 “문재인 정부는 윤석열호를 만든 것이 마치 전(前) 정권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비호하려고 애썼던 조국(전 법무부 장관)이 민정수석일 때 윤석열호의 진영을 짰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사는 직전 인사를 한 지 6개월여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단행됐다. 차장·부장 검사의 경우, 검사 전보 및 보직관리 등에 관한 규칙(법무부령)에 따라 필수 보직기한이 1년이다. 이번 인사처럼 검사장급 검사의 경우, 통상 1년을 보직기한으로 하지만 법적 근거는 없다. 그러나 6개월 만의 인사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단기간인 것은 분명하다. 즉, 윤석열호를 만들었던 문재인 정부가 6개월 만에 이 체제를 전면 부인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6개월 전 인사가 부적절했다”고 인정하면서 그 이유로 “윤석열 체제의 검찰이 공수처-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에 대해 사적 인연까지 동원해 로비, 나쁘게 말하면 국회에 대한 압박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검찰 측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집권여당은 이번 인사를 통해 검찰 개혁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공수처-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은 이미 국회로 넘어갔다. ‘윤석열 사단’이 존재하든 해체되든 검찰 개혁에 어떤 영향을 미친단 말인가. 그러나 윤석열 사단이 해체되면 분명히 영향을 받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청와대와 관련한 수사다. 집권여당은 청와대 관련 수사가 검찰 개혁을 막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조국 일가 비리 의혹 수사를 총괄했던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됐다. 고검 차장은 통상적으로 초임 검사장이 가는 자리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의 지휘라인이었던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발령 났다. 제주지검장은 말 그대로 서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지검장이다.

조국 일가 수사와 김기현 수사를 직접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의 배성범 지검장은 고검장급인 법무연수원장으로 ‘좌천성 승진’을 당했다. 법무연수원은 비수사 부서로, 법무·검찰 공무원을 교육하는 곳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인사 전에 (한동훈·박찬호·배성범 등이) 곧 제주도로 발령이 나서 ‘말이나 실컷 타겠구나’라는 우스갯소리가 돌았는데, 실제로 이런 인사가 날지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성윤, 중앙지검장 이어 검찰총장 맡을 것”

“주요 보직에 새롭게 임명된 인물들은 청와대의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대표적이다. 이 지검장은 차기 검찰총장 ‘0’ 순위다. 이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을 맡으며 문재인 정부 후반기를 끝까지 책임질 것이다. 이 지검장이 윤 총장을 건너뛰고 청와대와 직접 소통할 수도 있다. 당장 지금부터 검찰 내에 두 개의 태양이 있는 셈이다.”

이 지검장은 인사 전까지 법무부 검찰국장을 맡았다. 검찰 인사와 예산을 주무르는 핵심 보직이다. 이 지검장은 검찰국장으로 있을 때 조국 일가 수사 지휘라인에서 윤 총장을 배제하자고 제안한 인물이다. 이 지검장은 검찰 내 문 대통령의 직속라인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으로, 경희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검사장에 올랐다. 2004~06년 노무현 정권 때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으로 일했는데, 직속상관이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이었다.

전직 검찰 고위 간부는 “서울중앙지검장은 특수수사를 실제로 지휘하는 자리다. 조국 일가 수사,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 수사에 당장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있을 권력형 비리 수사 역시 서울중앙지검장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한다”면서 “청와대는 믿었던 윤석열에게 발등을 찍혔다. (따라서) 가장 신임할 수 있는 사람을 고르고 골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히려고 했을 것이다. 그렇게 낙점된 사람이 바로 이성윤이다. 이제 더 이상 윤석열호는 없다. 이성윤호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현재 서울중앙지검과 동부지검에서 진행되고 있는 청와대 관련 수사는 이번 인사로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일까.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검찰 인사를 통한 수사 방해 지적에 대해 “일선 검사들의 자존심을 굉장히 상하게 하는 말이다”면서 “검찰은 증거와 자료를 갖고 수사하는 것이지 누구의 지시를 받거나 눈치를 보며 수사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 측의 생각은 다르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추 장관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는 힘의 우위가 어디에 있는지를 확실히 보여줬다. 즉, 출세하고 싶으면 윤 총장이 아닌 추 장관-문재인 정부의 눈에 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검사들에게 전달한 것이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7월 인사에서도 환경부 블랙리스트 등 문재인 정부와 관련된 수사를 담당한 동부지검 지휘·수사라인에 대해 좌천성 인사를 단행했고, 동부지검장-차장-부장검사는 모두 옷을 벗을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 시사저널 고성준
ⓒ 시사저널 고성준

“윤 총장, 수사 직접 챙길 것…끝까지 간다”

이번 인사는 ‘예고된 핵폭탄’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좌천성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점을 윤 총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몰랐을 리 없다. 실제로 검찰은 추 장관이 임명되기 전에 청와대 관련 수사를 서둘러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핵심 간부들이 모두 좌천을 당할지라도 윤 총장을 사퇴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검찰청법에는 총장의 임기를 2년으로 규정해 놓았으며, 그 전에 해임한다면 문재인 정부도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손발이 잘려 나갔을지언정 수사를 끝까지 밀어붙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윤 총장을 잘 아는 전직 검찰 간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서울동부지검장이었던 조남관 검사장(현 검찰국장)은 문 대통령 인맥으로 분류된다. 청와대 관련 수사를 여러 개 진행했던 동부지검장에 조 검사장을 앉힌 것도 이 때문이다. 윤 총장은 (동부지검 형사6부에서 수사한) 유재수 청와대 감찰 무마 수사를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 검사장이 불구속 기소 의견을 올렸으나, 윤 총장이 구속수사 방침을 직접 정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때처럼 윤 총장은 앞으로 청와대 관련 수사를 직접 챙길 것이다. 검찰 인사규정에 따르면, 수사 일선에 있는 차장·부장 검사에 대한 인사는 오는 7월까지 불가능하다. 윤 총장이 이들을 독려해 수사를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다. 결국 문제는 일선 검사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황을 볼 때, 윤 총장의 조직 장악력은 상상 그 이상으로 보인다.”

대검 관계자들이 2019년 10월17일 열린 대검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총장,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네 번째),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일곱 번째) ⓒ 연합뉴스
대검 관계자들이 2019년 10월17일 열린 대검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총장,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네 번째),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일곱 번째) ⓒ 연합뉴스

추 장관은 인사가 단행된 다음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이번 인사가) 가장 형평성 있고 균형 있는 인사”라며 “윤 총장의 (검찰 인사에 대한) 의견을 6시간 이상 기다렸지만, 결국 윤 총장이 법무장관의 명(命)을 거역했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법무부 장관의 의견 청취 요청을 검찰총장이 거부한 것은 공직자의 자세로서 유감스럽다”며 추 장관에게 “필요한 대응을 검토해 실행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청와대는 “(이번 일로) 윤 총장 불신임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검사는 수사로 말한다’는 지론처럼 무거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