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와 인류의 사투는 계속된다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MBC 논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2.09 10:00
  • 호수 1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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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의 경제학…1981년 에이즈 발병 후 경기 흐름 바뀌기도

전염병은 때로 역사를 바꾼다. 중세 흑사병이 그랬다. 1346년부터 약 8년간 이어진 흑사병으로 유럽과 아시아에서 모두 합쳐 많게는 3억 명이 죽었다. 흑사병 때문에 줄어든 세계 인구가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는 데는 300년이 걸렸다.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유럽 중세의 장원 경제는 붕괴했다. 생산량이 줄고 봉건 영주의 힘은 약해졌다. 교회의 권위는 무너졌고 봉건 영주와 교회를 대신한 자리에 강력한 왕권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유럽의 중세가 막을 내린 것은 르네상스와 종교 개혁이 아니라 흑사병 때문이었다.

너무 극단적인 사례를 든 것 같다. 흑사병에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서 비롯되는 공포감도 작지는 않다. 감염은 이미 중국을 넘어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북미 대륙까지 상륙했다. 세계경제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라는 점에서 ‘블랙스완’이라고 할 수 있다. 하필 발생한 시점이 중국과 미국의 무역분쟁이 일단 합의에 이르러 고비를 넘긴 때였다. 상황이 바뀌었고, 세계경제는 다시 큰 불확실성을 안게 됐다.

2월3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환승센터에서 수원도시공사 관계자들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월3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환승센터에서 수원도시공사 관계자들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역사까지 바꾼 전염병

사실 최근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일은 드물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비상사태를 선언한 것도 2009년 H1N1 바이러스에 의한 신종플루, 2014년 소아마비,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2016년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2019년 콩고의 에볼라에 이어 6번째다. 이 중에서 이번처럼 세계적 비상사태가 선포된 것도 이미 신종플루와 에볼라가 있었다.

전염병은 이미 세계경제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데, 2017년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전염병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5000억 달러 수준이다.

잦은 전염병의 확산은 공중위생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고, 도시화로 인구의 밀집 현상도 늘어났지만 동시에 인구의 이동 역시 잦아지고 증가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의 경우 역시 철도망이 잘 짜인 중국에서 하필 중국인들이 명절 대이동을 시작하는 춘제 직전에 병이 발생했다. 게다가 우한이라는 곳은 중국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교통 요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마찬가지일 텐데, 전염병의 충격은 전파력과 치사율이 결정한다. 항상 그렇지만 문제는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다는 점이다. 사스와 메르스는 박쥐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침범해 발생한 전염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박쥐에서 사람으로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지만 사스를 일으킨 것과는 약간 유전체가 다르다. 그래서 이번 바이러스의 전파력과 치사율은 사스에서 얻은 지식으로 예단할 수 없다. 일단 치사율은 사스의 9.6%나 메르스의 34.5%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전염성 수준에 대해서도 확실하지는 않은데 그래도 지금까지는 사스의 전염성보다는 낮은 것으로 보인다.

전염병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확산 범위와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1981년 에이즈의 발병 이후 전염병의 공포가 경기의 방향을 바꿔놓은 적은 없었다. 미국의 웰스파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제적 피해를 전망하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 경제에 미칠 피해는 단기적이며 미국 경제 역시 최소한의 영향을 받는 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은 중국이 전염병 확산 방지와 대규모 예방에 성공할 것으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재난과 달리 전염병 확산의 경우 심리적 영향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더 크다. 전염병에 대한 공포의 정도, 또 그 공포가 유지되는 기간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전염병의 충격은 보통 1분기, 그러니까 3개월 정도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계절이 바뀌면 바이러스의 활동력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개 공포의 정점은 발병 후 2개월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우한 현지에서 첫 사망자가 나온 게 1월11일이니까 이번에도 사스와 비슷하다면 3월 중순이다. 금융시장은 물론이고 실물경제에도 적어도 1분기 정도는 적잖은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사스 충격으로 2003년 1분기 11.1%였던 중국의 성장률은 2분기에 9.1%까지 떨어졌다. 물론 3분기부터는 10%를 기록하면서 회복됐다. 당시 사스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40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됐다. 전 세계 GDP의 0.1% 정도였다. 우리나라도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경제적 손실은 20억 달러에서 33억 달러 정도로 추정됐다.

이번의 경우를 사스 때와 비교하면 어떨까. 사스 때와 유사할 것으로 가정한다면 중국 경제는 1분기 정도 성장률이 0.5~1.0%포인트쯤 하락했다가, 그 후에는 정부의 강력한 부양 조치로 성장 목표인 6%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사스와 비슷한 수준의 전염력이라 해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수 있다. 무엇보다 소비 감소에 미치는 충격이 더 크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가 글로벌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4.3%에서 지금은 16.3%로 약 4배로 증가했다. 게다가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서비스 산업의 역할도 17년 전과는 다르다. 일본의 노무라연구소는 지난해 4분기 6%였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올 1분기에는 4% 이하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게 보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사스 때보다 커진다. 우리나라 수출의 25%를 소화하는 중국이니까 말이다. 17년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사스로 하락한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0.25%포인트 정도였다.

 

제2 스페인 독감 창궐 때 ‘대공황’ 올 수도

우리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전염병은 2009년의 신종플루가 꼽힌다. 1만5160명이 확진을 받았고 260명이 사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까지 겹치면서 성장률은 3분기 2.8%에서 4분기 0.4%까지 떨어졌다. 20세기에도 인류는 치명적인 전염병의 기억이 있다. 1918년부터 1920년까지 유행했던 스페인 독감은 5억 명이 감염돼 1차 세계대전 사망자보다 많은 5000만 명에서 1억 명의 희생자를 낳았다. 우리나라에서도 14만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제2의 스페인 독감이 된다면? 끔찍한 일이지만 전염병은 공황으로 이어질 것이다. 전 세계 총생산이 4.8% 감소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물론 그럴 것 같지는 않다. 바이러스도 진화하지만, 전염병에 대한 인류의 대응 능력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바이러스와 인류의 경쟁은 계속된다. 시간이 지나 코로나바이러스가 가라앉고 나면 언젠가 또 다른 전염병이 나타날 것이다.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는 수밖에 없겠다. 일단 손부터 잘 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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