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날 깜깜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군위-의성’ 심각한 내홍
  • 대구경북취재본부 심충현기자 (ckorea21@hanmail.net)
  • 승인 2020.02.16 14:00
  • 호수 1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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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투표 후 이웃 지자체 갈등…군위군 ‘우보면 단독 유치’, 의성군 ‘비안면 공동 유치’ 신청

끝이 보이지 않는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원래 계획대로라면 2026년 개항한다. 하지만 올해 1월21일 치르진 주민투표 이후 국방부, 대구광역시, 경상북도, 군위군, 의성군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고, 이를 어떤 식으로 해결해 나갈지 누구도 확실하게 답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어떤 과정을 통해 주민투표까지 갔는지, 주민투표 이후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돼 심각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지, 그리고 우보면 단독 유치를 신청한 군위군의 입장은 무엇인지를 들어봤다. 의성군은 더 이상의 혼란을 줄이고자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후보지 확정을 위한 주민투표가 치러진 1월21일 오후 경북 군위군 군위읍 군위국민체육센터에서 개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후보지 확정을 위한 주민투표가 치러진 1월21일 오후 경북 군위군 군위읍 군위국민체육센터에서 개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주민투표 과정에서 이웃 군민 간 마찰

대구국제공항은 1958년 공군 제11전투비행단이 대구에 오면서 공군비행장으로 사용해 오다 3년 뒤인 1961년부터 민간 공항을 겸해 운영됐다. 이후 소음 피해에 따른 소송과 비용 지불 등 대구 동구 지역의 소음 문제 해결과 대구국제공항의 여객수송량 대폭 증가에 따라 2016년 7월 정부는 대구국제공항과 K2군비행장의 군·민간 통합 이전을 결정했다.

이어 국방부는 2018년 3월 군위군 우보면과 군위군 소보면·의성군 비안면 공동 지역 2곳을 이전 후보지로 선정했다. 2019년 11월 대구 군공항 이전 부지 선정위원회는 숙의형 시민의견 조사위원회의 권고로 군위군과 의성군 주민 각 100명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 설문조사 후 채택된 방식을 ‘이전 부지 선정 기준’으로 삼겠다고 결정했다.

이 기준은 ‘국방부 선정위원회’에서 군위군과 의성군 각각의 주민투표 결과를 ‘투표율+찬성률’로 점수를 산정해 단독 후보지인 우보면의 점수가 높게 나오면 우보면을 이전 부지로, 공동 후보지인 소보면이나 비안면 중 한 곳이라도 우보면보다 점수가 높게 나오면 소보·비안면을 이전 부지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투표 과정에서부터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바로 이웃한 군위와 의성 군민들 간에 심각한 갈등이 시작됐다. 대구 신청사 유치전처럼 불법이 발생하면 감점을 부과하는 법도 없다 보니 불법·탈법이 이어지면서 고소·고발도 잇따랐다. 주민투표 결과 의성군 비안면은 88.69% 참여율에 90.36%가 찬성하고, 군위군은 참여율 80.61%에 소보면 25.79% 찬성과 우보면 76.27% 찬성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군위군이 군위 군민 주민투표 결과만 반영해 우보면 단독 유치 신청을 하면서 발생했다. 왜 그랬을까. 군위군 관계자는 “이번 통합신공항 이전 부지 결정을 둘러싸고 첨예한 문제로 떠오른 것은 바로 ‘주민투표’에 대한 정의다. 만약 1월21일 실시한 군위 군민과 의성 군민의 주민투표가 이전 부지 결정을 위한 최종 단계였다면 통합신공항 이전 부지는 ‘의성 비안, 군위 소보’ 공동 후보지로 결정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주민투표’의 본질은 주민 의사 확인용일 뿐 이전 부지 확정을 위한 투표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주민투표가 어떠한 투표인지 명확하게 대내외에 홍보되지 않은 것이 ‘주민의사 확인을 위한 주민투표’가 ‘신공항 최종 이전 부지 결정 주민투표’로 둔갑하게 된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본다. 주민투표는 원래 (특별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유치 신청을 하기 전에 관할 주민들의 의사를 확인하는 자료고, 그다음 (합의에 따라) ‘국방부 이전 부지 선정위원회’에서 최종 부지를 선정할 때 점수로 환산해 최종 이전 부지를 선정하는 기초자료로 활용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별법 제8조 ‘이전 부지의 선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주민투표를 실시한 뒤, 주민투표 결과를 충실히 반영해 국방부 장관에게 군 공항 이전 유치를 신청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방부가 (합의에 따라) 발간한 ‘숙의형 시민의견조사 자료집’에도 ‘선정 기준(참여율+투표율)은 유치 신청을 한 지자체 중에서 국방부 선정위에서 최종 이전지를 결정할 때 적용하는 기준임’을 명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항 유치를 일찌감치 선언한 후 일부 반대 군민들의 주민소환투표도 감당했던 김영만 군위군수도 2월4일 성명서를 통해 “대구공항 통합 이전 사업은 정부에서 정한 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해 왔으며, 특별법에 의거해 주민투표 결과를 충실히 반영해 유치 신청을 했으니, 국방부는 빠른 시일 내에 이전 부지 선정위원회를 개최해 최종 이전지를 심의·의결하기를 요구한다”고 밝힌 후 “만일 국방부가 정상적인 법 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시 우리 군은 끝까지 대응해 우리 군민의 의사를 지켜나갈 것임을 밝힌다”며 군위군 우보면의 단독 유치 신청을 끝까지 관철시키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갈등 해결할 근본 방안 찾아야

문제의 발단은 결국 법 적용에 대한 시각차로 보인다. 군위군 입장에서 보면, 민항의 발전을 위해 대구와 가까운 단독 후보지를 신청했지만 원치 않는 공동 후보지까지 국방부가 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해 온 셈이다. 또한 군위군의 ‘숙의형 시민의견조사에서 나온 선정 기준은 주민투표를 통해 유치 신청한 지자체 중에서 선정위원회에서 최종 이전 부지를 정하는 기준’이라는 주장은 관련 자료를 보면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군위군의 주장에 국방부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는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주민투표로 최종 이전지가 결정된다는 보도와 주민투표 후 유치 신청 절차가 남아 있으며 절차에 따라 진행한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사실관계를 알리지 않고 침묵한 국방부, 경북도, 대구시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로 옆에 이웃한 군위군과 의성군은 급격히 감소하는 인구로 인해 소음을 감내하면서까지 공항을 유치할 수밖에 없는 절박함이 있다. 이런 절박함에 지역 간 심각한 갈등을 유발하면서까지 유치를 희망하는 것이다. 어렵게 마련한 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이 또다시 물거품이 되지 않기 위해 국방부, 경북도, 대구시가 머리를 맞대 갈등을 해결할 근본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역의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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