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 현충원 안장 논란…‘6·25 영웅’ vs ‘친일파 군인’
  • 정우성 객원기자 (wooseongeric@naver.com)
  • 승인 2020.05.2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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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6·25전쟁에서 나라 구한 은인”…김홍걸 “친일파 군인 죄상 용서 못 해”
1953년 8월25일 미군 헬기를 타고 판문점 휴전회담장으로 가는 백선엽 당시 소장 ⓒ연합뉴스
1953년 8월25일 미군 헬기를 타고 판문점 휴전회담장으로 가는 백선엽 당시 소장 ⓒ연합뉴스

 

육군참모총장과 교통부장관을 역임한 백선엽(99) 장군이 서울현충원 안장을 희망하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6·25 전쟁에서의 활약상을 강조하며 당연하다는 입장과 친일 경력을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백 장군 가족은 최근 국가보훈처에 백 장군 유고시 서울현충원 안장을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보훈처는 서울현충원 묘역에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대전현충원 안장을 권유했다. 백 장군 가족은 보훈처 관계자가 백 장군이 친일 경력을 이유로 서울현충원에서 파묘될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상현 미래통합당 의원은 백 장군이 서울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도록 정부가 조치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 "백 장군을 서울현충원에 모실 수 없다는 문재인 정부 국가보훈처의 넋 나간 조치는 당장 취소되어야 마땅하다"며 "백 장군은 6·25전쟁에서 이 나라를 구한 은인"이라고 썼다.

윤 의원은 "서울현충원에 자리가 부족해도 없는 자리를 어떻게든 만들어서라도 모시는 게 나라다운 책무이고 예의이고 품격"이라며 "그런데 이런 국가의 은인을 찾아가 '서울현충원에 안장하더라도 다시 뽑아내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폭언을 했다니, 이 정도면 국가보훈처가 아니라 국가망신처"라고 비판했다.

지난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으로 선출된 윤상현 위원이 중국발 미세먼지 대응에 지방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 윤상현 의원실 제공
윤상현 의원 ⓒ 의원실 제공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은 백 장군의 친일 경력을 이유로 현충원 안장 자체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김 당선인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친일파 군인들의 죄상은 일제강점기에 끝난 것이 아니고 한국전쟁 중 양민학살이나 군사독재에 협력한 것도 있기 때문에 전쟁 때 세운 전공만으로는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라며 백 장군이 현충원에 안장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친일파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강제로 끌려간 사람이 아니고 자발적으로 일본군인이 되겠다고 입대한 사람"이라며 "그중에는 박정희처럼 '천황폐하를 위해 죽겠다'며 혈서를 쓴 사람도 있고, 김창룡처럼 일본군에 있을 때 무수한 사람을 고문한 짐승 같은 자들도 있었다"고 썼다.

김 당선인은 "일본에서 발행된 백선엽씨의 책을 보면 '조금 후회스럽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동포에게 총을 겨눈 것은 사실이었고 그 때문에 비판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며 만주군 간도특설대 시절 본인의 친일행적을 고백하는 내용이 있다"면서 "국회에서 특별법을 만드는 노력도 해야겠지만 유족들이 계속 이장을 거부한다면 비석 옆에 친일행적에 대한 안내 표식을 설치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백 장군은 1941년 12월 만주국 봉천의 봉천군관학교를 졸업한 뒤 1945년 광복 때까지 만주군 장교로 복무했다. 복무 기간 중 3년을 간도특설대에 배치돼 동북항일연군 등 독립군 부대와 맞섰다. 이 같은 경력 때문에 친일파 출신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홍걸 당선인 ⓒ 시사저널
김홍걸 당선인 ⓒ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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