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쉼터 소장, 부검…윤미향 “지옥의 삶”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6.0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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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발견 안 돼…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진행
윤미향 “소장님 피 말라가는 것 살피지 못해” 고통 토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인 서울 마포구 소재의 '평화의 우리집' ⓒ 시사저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인 서울 마포구 소재의 '평화의 우리집' ⓒ 시사저널

지난 6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서울 마포구 소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소장 손모(60)씨에 대한 부검이 8일 오전 진행된다.

경기 파주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손씨의 시신 부검을 의뢰해 이날 오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수사한 결과 타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자해한 흔적도 나왔으나, 정확한 사망 원인은 시신 부검을 통해 규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손씨는 지난 6일 오전 10시57분 자택인 파주 시내 아파트로 들어간 뒤 외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집 안에 다른 침입 흔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가 연락이 닿지 않자 전 동료였던 지인이 지난 6일 밤 손씨의 집을 찾아왔고, 집 안에서 아무런 응답이 없자 같은 날 오후 10시35분께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결국 손씨는 자택 화장실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손씨의 사망 경위에 대한 조사도 함께 진행 중이다. 손씨는 지난달 21일 검찰이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회계 자료 일부가 보관돼 있다는 이유로 쉼터를 압수수색 한 이후 주변에 "압수수색으로 힘들다"는 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손씨 자택에서 유서로 추정될 만한 메모 등이 발견되지 않아, A씨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작업 등을 통해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부검을 마치면 시신은 유족과 정의기억연대 측이 마련한 빈소로 옮겨질 예정이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에서 소장 손모(60)씨의 사망과 관련해 관계자들과 대화 도중 오열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에서 소장 손모(60)씨의 사망과 관련해 관계자들과 대화 도중 오열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손씨의 죽음과 관련해 "기자들이 대문 밖에서 카메라 세워놓고 생중계하며 마치 쉼터가 범죄자 소굴처럼 보도를 해대고, 검찰에서 쉼터로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했다"고 울분을 표했다.

윤 의원은 이어 "매일같이 압박감, 죄인도 아닌데 죄인의식 갖게 하고, 쉴 새 없이 전화벨 소리로 괴롭힐 때마다 홀로 그것을 다 감당해 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윤 의원은 "나는 뒤로 물러설 곳도, 옆으로 피할 길도 없어서 '앞으로 갈 수밖에 없구나' 생각하며 버텼는데, 내 피가 말라가는 것만 생각하느라 소장님 피가 말라가는 것은 살피지 못했다"며 "내 영혼이 파괴되는 것을 부여잡고 씨름하느라 소장님 영혼을 살피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2004년 손씨와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김)복동 할매 무덤에 가서 도시락 먹을 일은 생각했어도, 이런 지옥의 삶을 살게 되리라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소장이 최근 통화에서 "영혼이 무너졌나 보다. 힘들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의원은 "우리가 함께 꿈꾸던 세상, 복동할매랑 만들고 싶어 했던 세상, 그 세상에서 우리 다시 만나자. 홀로 가게 해서 미안하다"며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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