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 위스키와 낭만에 대하여 [최보기의 책보기]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thebex@hanmail.net)
  • 승인 2020.06.23 08: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신에게도 낭만이 필요합니다》ㅣ정슬 지음ㅣSISO 펴냄ㅣ264쪽ㅣ1만5800원

바야흐로 창작가(크리에이터)의 시대가 확장될 조짐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시대가 불러올 역설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와 비대면의 일상이 사람들을 운동장 대신 방안으로 불러들였다. 그들의 외로움과 공허함을 메워줄 창작의 시대가 아니올 수 없다. 덩달아 책의 시대가 아니올 수 없다.

지난 10년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득세하면서 잊혀져 가던 시인들의 이름이 부활했다. 비록 시집은 팔리지 않을지라도 그들의 짧으나 강렬한 문체는 글쓰기가 무기가 된 SNS 공간에서 네티즌들에게 유독 빛을 발했다. 너도나도 ‘글쓰기’를 제목에 붙인 책들도 마구 쏟아져 나왔다. 많은 창작의 밑바탕이 글쓰기로부터 출발하는 까닭이다.

“저도 나중에 북카페 하는 것이 꿈이에요!” 한 번이라도 이 말을 한 사람이라면 가볼 곳이 몇 군데 있다. 서울 강남에 있는 ‘최인아 책방’에 가봐야 한다. 책, 독서, 지식, 우아함을 판매하는 그곳에서 많은 영감을 얻게 될 것이다. 수원시 장안동에는 ‘책고집’이 있다. ‘거리의 인문학자’로 불리는 최준영이 인문독서공동체를 내세우며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이다. 충청북도 괴산 미루마을에 ‘숲 속 작은 책방’이 있다.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유럽의 아날로그 책 공간》 등을 쓴 백창화, 김병록씨가 산골 오지(?)에서 직업적으로 운영하는 책방이다. 소도시 읍내도 아닌 산동네에 책방이라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수원의 또 다른 북카페 ‘헤세처럼’에 가보길 바란다.

“내가 운영하는 북카페&서점 ‘헤세처럼’은 시와 그림과 음악과 자연을 사랑한 헤르만 헤세의 삶에 공감하여 ‘시(책), 그림(사진), 음악, 자연’의 네 가지 콘셉트로 공간을 꾸몄다. 이는 나의 잡다한(?) 개인적 취향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며, 쉼과 여유가 있는 문화충전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시민이 사적인 북카페&서점을 운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험난한 길인지 실감하며 ‘고군분투’ 중이다. 이 책은 2년 정도 북카페&서점을 준비하고 운영하며 겪었던 일들을 가감 없이 담고 있다. 북카페나 서점,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그 안에서 일어난 이야기와 정보를 충실히 담으려고 노력”한 책이 《당신에게도 낭만이 필요합니다》이다. 진솔한 경험담이니만큼 책을 담은 도시 공간의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창출, 책을 들여오는 방법, 서가를 꾸미는 법(큐레이팅), 인상적이었던 다른 책방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깨알처럼 담겼다.

지난 20세기 전반기 가객 중 이미자가 있고, 후반기 가객 중 최백호가 있다. 최백호는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라고 노래했다. ‘도라지 위스키’를 기억하는 당신과 나에게도 이제는 낭만이 좀 필요는 하겠다마는 낭만이란 것이 어찌 연애에만 머무를 것인가! 북카페&서점 ‘헤세처럼’ 주인 정슬이 속삭인다.

“커피 한 잔에 책 향기 한 스푼 하실래요?”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