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피격 공무원 아들, 文대통령에 편지 “아빠 죽임 당할 때 나라는 뭐했나”
  • 이선영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0.0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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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자부심 높았던 아빠…‘월북’ 정부 발표 못 믿어”
서해 소연평도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에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아들이 작성한 자필편지 ⓒ연합뉴스
서해 소연평도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에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아들이 작성한 자필편지 ⓒ연합뉴스

서해 북방한계선을 넘었다가 북한군의 총격에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아들이 ‘월북’이라는 정부 발표에 반박하며 명예 회복을 호소했다.

숨진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 씨는 지난 5일 조카 B군의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고등학교 2학년인 B군은 편지에서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는 저희 아빠가, 180㎝의 키에 68㎏밖에 되지 않는 마른 체격의 아빠가 38㎞의 거리를, 그것도 조류를 거슬러 갔다는 것이 진정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B군은 “(아빠는) 제가 다니는 학교에 와서 직업 소개를 하실 정도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높으셨다”며 “출동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집에는 한 달에 두 번밖에 못 오셨지만 늦게 생긴 동생을 너무나 예뻐하셨고 저희에게는 누구보다 가정적인 아빠였다”고 전했다.

정부가 A씨가 월북했다고 판단하며 내놓은 설명 중 하나인 ‘A씨의 신상정보를 북한이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선 “총을 들고 있는 북한군이 인적사항을 묻는데 말을 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나라에서 하는 말일 뿐 저희 가족들은 그 어떤 증거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발표를 믿을 수가 없다”며 “저는 북측 해역에서 발견됐다는 사람이 저의 아빠라는 사실도 인정할 수 없는데, 나라에서는 설득력 없는 이유만을 증거라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군은 “지금 저희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의 주인공이 대통령님의 자녀 혹은 손자라고 해도 지금처럼 하실 수 있겠냐”며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현 상황을 누가 만들었으며,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님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저와 엄마, 동생이 삶을 비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아빠의 명예를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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