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_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가 대체 뭐길래
  • 채상욱 전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0.29 15:00
  • 호수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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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놀던’ 공시가격 산정체계 변경되면 어떤 변화 생길까

‘공시가격’. 자주 듣는 사람도 있겠지만 흔히 접하기 어려운 낯선 단어다. 부동산 용어는 복잡하고 어렵다. 부동산 시장에는 실거래가, 호가, 감정평가액 등 다양한 가격의 이름들이 있는데 공시가격도 그중 하나다. ‘재테크=부동산’이라 생각하며 부동산 투자에 나선 독자들이 있다면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89년 처음 도입된 공시가격은 부동산 세금의 기준이 된다. 특히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기준이 된다. 이 때문에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들은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방침에 따른 주택가격 상승에 우려와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외에도 건강보험료, 기초생활보장급여 대상 선정, 감정평가 등 60여 개 분야에서 사용된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뭘까? 공시가격 현실화율에 대한 단계적 목표를 두는 것이다. ‘현실화율’이 무엇이냐 하면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이다. 즉 공시가격을 시세로 나누는 것이다. 만약 시세 10억원의 주택인데 공시가격이 6억원이라면, 6억원 나누기 10억원으로 현실화율은 60%가 된다. 이게 바로 시세 반영률이다. 

현재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의 상한선은 15억원 미만 공동주택의 경우 70%다. 15억~30억원 미만의 경우는 75%, 30억원 이상 공동주택은 80%다. ‘70%-75%-80%’ 조합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세 10억원인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상한선은 70%인 7억원이다. 

정부는 10월 안에 각종 세금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밝힐 예정이다. ⓒ연합뉴스
정부는 10월 안에 각종 세금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밝힐 예정이다. ⓒ연합뉴스

고가 단독주택이 세금 덜 내는데 따른 논란

상한선과 무관한 현재의 시세 반영률은 어느 정도일까?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은 약 50~6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 공시가격 기준으로 공동주택은 63.1%, 단독주택은 53.0%다. 토지의 경우는 64.8%다. 공동주택의 경우 전체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이 발표되는 데 반해 현실화율이 낮은 단독주택은 표준주택만 발표된다. 

문제는 고가 단독주택의 시세 반영률이 아파트 등보다 낮은 경우다. 즉 고가의 단독주택 소유자가 보유세를 상대적으로 적게 내고 있다. 최근 들어 이 부분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서민과 중산층에게 상대적 박탈감 등을 안겨주며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논란은 우리의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체계가 이원화돼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현재 부동산 공시가격의 경우 공동주택(아파트·다가구주택)은 한국감정원이, 단독주택·토지·상가는 지자체가 각각 맡아 조사하고 있다. 지자체의 경우 감정원이 해당 지역의 대표적인 표준 부동산 가격을 산정하면 이를 참조해 개별 부동산의 적정가격을 산출한다. 하지만 지자체가 민원 등을 우려해 정부보다 가격을 턱없이 낮게 산정하는 일이 발생해 왔다.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등의 산정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낮추면 지역 주민의 세금 부담도 줄게 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17일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 발표에서 공시가격의 산정기준을 정하고,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발표해 정보공개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10월에 공시가격 로드맵이 발표될 예정이다. 

시장에서 가장 관심을 많이 두고 있는 부분은 과연 공시가격 로드맵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한선이 어느 수준일 것이냐다. 즉 현재의 ‘70%-75%-80%’ 조합인 공시가격 상한선이 몇 %로 설정되느냐가 ‘뜨거운 감자’인 셈이다. 왜냐하면 공시가격은 보유세를 포함한 건강보험료 등 다양한 부분에 반영되는 기준선이기 때문이다. 

과세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고가주택 보유자들에게 공시가격 상한선이 지금보다 더 높아진다면 이는 상당한 규제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만약 지금과 똑같은 상태로 유지되거나 더 낮아진다면 완화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정부는 10월 안에 각종 세금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밝힐 예정이다. ⓒ연합뉴스
정부는 10월 안에 각종 세금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밝힐 예정이다. ⓒ연합뉴스

종합부동산세 좌우할 공시가격 

2021년부터 달라지는 세금 체계 중 종합부동산 관련 부분이 있다. 올해까지 종합부동산세 세율은 1주택의 경우 ‘(공시가격-9억원)×90%를 과세표준으로 잡고, 0.5~2.7%의 세율’을 곱했는데, 이를 내년부터는 ‘(공시가격-9억원)×95%에 세율을 0.6~3.0%로 올린 수준으로 가게 된다. 이 산식에서 공시가격이 차지하는 중요도는 매우 높다. 

현재 조정지역 2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세율은 ‘(공시가격 합산-6억원)×90%×세율(0.6~3.2%)’이다. 이게 내년부터는 ‘(공시가격 합산-6억원)×95%×세율(1.2~6.0%)로 변하게 된다. 조정지역 2주택자는 세율이 크게 변하는 셈인데, 역시 여기서도 공시가격이 매우 중요한 숫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언론 보도와 정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0년 등록임대사업자 물량 중 자동 말소되는 물량이 46만 호에 이르고, 이 중 40만 호가 이미 9월에 말소됐다고 한다. 이 물량은 다시 주택임대사업자(아파트-민간-매입형)로 등록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보유한 가구의 주택 보유세 부담은 커지게 된다. 

앞으로 2027년까지 총 160만 호 수준의 주택임대사업자 물량이 말소될 예정이므로 이 물량 중 일부가 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 근거는 보유세다. 보유세는 공시가격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중요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여러모로 현재 시장은 많이 복잡해졌다. 대출규제가 사람마다 다르고, 투기과열지역이나 조정지역에 따라 적용받는 규제가 다르다. 주택 수나 소득 기준에 따라 이런저런 적용이 또 다르다. 세금도 상당히 복잡해졌는데, 특히 양도소득세는 직접 계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공시가격을 둘러싸고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변화폭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기존 주택시장의 과열 분위기는 6~7월로 끝나고 9월부터는 상당히 흐름이 둔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또다시 부동산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장이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흐름이다. 과연 정부 대책이 많은 비판 속에서도 효과를 낼지, 아닐지 신중하게 지켜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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