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가로막은 택시기사 1심서 징역 2년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0.2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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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혐의 등은 추가 수사 이후 기소·재판 진행될 전망…“사망 책임은 판단 못해”
2015년부터 상습적으로 고의 사고내고 협박
접촉사고 처리부터 하라며 구급차를 막아 응급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논란의 당사자인 택시기사 최아무개씨가 7월24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급차를 막아 응급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최아무개씨가 지난 7월24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이유영 판사는 21일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최씨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응급환자가 탄 구급차를 고의로 들이 받은 뒤 통행을 가로막아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택시기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이유영 판사는 21일 특수폭행과 특수재물손괴, 업무방해, 사기,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공갈미수 등 6개 혐의로 기소된 최아무개(31)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다년간 운전업에 종사하면서 고의 사고를 일으키거나 단순 접촉사고에 입·통원 치료가 필요한 것처럼 하면서 보험금과 합의금을 갈취했다"며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청와대 국민청원으로까지 이어졌던) 올해 6월 사고의 경우 피고인의 범행과 구급차 탑승 환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바탕으로 (검찰의) 기소가 이뤄지지는 않았다"며 "그 점은 양형에 참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 기소 당시엔 환자의 사망과 접촉 사고 간 명확한 인과관계가 규정되지 않아 살인 등이 구체적 혐의로 적시되지 못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취지다. 

최씨는 지난 6월8일 서울 강동구 지하철 5호선 고덕역 인근 한 도로에서 사설 구급차와 접촉사고가 발생하자 주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최씨는 환자 이송 후 사고 처리를 하자는 구급차 운전자와 보호자의 제안을 거부하고 "사고 처리부터 해라. (환자가)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며 10여 분 간 앞을 가로막아 선 것으로 조사됐다. 

환자의 유족 측은 최씨의 이송 방해로 구급차에 타고 있던 79세의 폐암 4기 환자가 음압격리병실에 입원할 기회를 놓쳐 상태가 악화해 숨졌다고 주장했다. 사망한 환자의 아들은 지난 7월 구급차를 막아 선 택시기사를 처벌해 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고, 한 달 동안 전 국민적인 관심 속에 73만 명 넘는 동의를 얻었다.

수사 결과, 최씨는 해당 사고 이전에도 상습적으로 고의 사고를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2017년 7월 서울 용산구 이촌동 부근에서도 한 사설 구급차를 일부러 들이받고 "응급환자도 없는데 사이렌을 켜고 운행했으니 50만원을 주지 않으면 민원을 넣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전세버스나 회사 택시·트럭 등의 운전 업무에 종사하면서 2015∼2019년 총 6차례에 걸쳐 가벼운 접촉사고를 빌미로 2000만원 가량의 합의금과 치료비 등을 챙긴 혐의도 받는다.

이날 선고 공판이 끝난 후 사망한 환자의 유족 측은 선고 형량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최씨에게 징역 7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유족 측 변호인은 "유족과 망인의 아픔이 정확히 반영된 판결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환자의 유족이 최씨를 살인과 특수폭행치사 등 9가지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 유족 측은 최씨의 고의적 이송 방해로 환자가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에 이르렀다며 가족이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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